모성 이데올로기

"여자는 약하다. 하지만 엄마는 강하다"

by Joyce C

"여자는 약하다. 하지만 엄마는 강하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묘하게 불편하다. 처음엔 그게 왜 그런지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웠다. 누구도 이 말을 악의로 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칭찬처럼 감탄처럼 들리도록 애써 포장된 문장이었다. 하지만 나는 점점 이 말이 만들어내는 그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이 문장은 '여자'라는 존재를 처음부터 약자로 규정한다. 그리고 '엄마'라는 역할에 들어가는 순간에만 강인함이 부여된다. 그러니까 여성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머니'라는 타이틀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모성이 여성의 가치를 입증하는 증거처럼 제시된다. 그것이 내가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이다.

나는 여성이기에 앞서 인간이기에, 때로 약할 수도 있고 강할 수도 있다. 어떤 순간엔 두려워하고 어떤 순간엔 맞서 싸울 힘을 내기도 한다. 그건 내 개인의 성향이기도 하고 내 선택이기도 하다.
하지만 '엄마'라는 정체성을 갖는 순간에만 내가 약자에서 강자로 '승격'된다는 서사는 너무도 고루하고 폭력적이다. 이 서사는 여성의 가치를 오직 출산과 헌신으로 환원한다.

나는 그런 식의 위로와 찬사를 원치 않는다.
여성이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꼭 아이를 낳아야만 하고, 모성의 신화를 써야만 한다면, 결국 여성은 여전히 조건부로만 존중받는 것이다.
'엄마라서 강하다'라는 말은 '여자로서는 약하다'는 전제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그 말이 온전한 존중으로 들리지 않는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으면 약자로 분류되고, 혹은 낳았어도 모성의 이상에 맞지 않으면 비난받는다. 그런 사회적 시선은 한편으로는 여성 자신에게 죄책감을 심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를 돌보는 일에 과도한 책임과 희생을 강요한다. 모성은 선택이고 경험이어야지, 여성으로서 강해지기 위한 기준점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여자는 약하다. 하지만 엄마는 강하다.'
이 문장은 언뜻 여성을 높이 평가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여성을 또다시 엄마라는 역할로 구속한다.
나는 엄마로서 강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없다고 해서 약해지지는 않는다. 나는 그냥 한 사람으로서, 어떤 순간엔 부드럽고 어떤 순간엔 단단하며, 어떤 날엔 흔들리고 어떤 날엔 꿋꿋하다. 그리고 그것은 '엄마'이기 때문이 아니라 '나'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런 말조차 필요 없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여자는 약하다는 선입견도, 엄마라야 강하다는 칭송도, 그 어떤 조건도 없이 여성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존중하는 사회... 그때가 되어야 여성은 진정 자유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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