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인내를 배워가며,
얼마 전, 인스타에서 보고 가고 싶다고 손꼽았던 애리조나 카납의 화이트포켓(White Pocket, Kanab, Arizona)에 다녀왔다. 원래 가고 싶었던 곳은 웨이브(Wave)였지만, 이곳 허가증을 받는 게 정말 하늘의 별따기 같았다(물론 그래서 계속 로터리를 신청하고 있다). 화이트포켓은 오프로드로 2시간가량 들어가야 하는 곳에 위치해 있어서 카납에 있는 지프투어를 신청해서 다녀왔는데, 겨울에는 이곳도 비성수기라 가이드와 남편 세 명이서만 화이트포켓을 다녀오게 되었다.
지프를 타고 오프로드를 지나며 엉덩이가 아프다고 느낄 무렵, 화이트 포켓에 도착했다.
세상에 이런 지형이 존재하다니,
엉덩이가 아프고 등이 쑤시는 게 쏙 들어갈 정도로 너무 놀라운 풍경이었다. 이 근방에서는 이 코랄(Coral) 색상의 모레와 사암이 가득한데, 아 코랄사암에 있는 철분이 산화되면서 산소와 결합해 붉은 색소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원리는 녹이 스는 것과 같은데 이렇게 파스텔 톤으로 색상이 만들어진다니 입을 다물수 없을 정도록 아름다운 곳이었다.
특히나 바위 위 쪽에 하얗게 거품이 올라온 것 같은 지형은 맥주거품을 떠오르게 하는 모습이었다. 화이트포켓 지형은 사암과 석회함의 혼합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특히 바위 위쪽의 기포 모양이나 울퉁불퉁한 형태는 지하수에서 소금이 증발하면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며 형성되었다고 한다.
촘촘히 마치 색연필로 그려진 것 같은 코랄색 라인들을 보고 있자니, 얼마나 긴 시간 바람에도 비에도 깎여가며 세월을 버텨왔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안개가 가득한 날이었고 관광객은 우리뿐이라, 온 사방이 조용했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마저 없다면 이곳에서는 우리 말고 움직이는 것이 그 어떤 것도 없다고 느껴졌다.
이런 고용한 곳에 사암과 석회암을 뚫고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마치 거북이 등 껍질처럼 메마르게 갈라진 듯한 바위는 오랜 시간 고요히 이곳을 지키며 기다려왔던 것 같다.
사방이 너무 조용해서, 감탄사를 내뱉는 것 마저도 소음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았다. 남편과는 눈짓으로 놀라움을 표현했다. 이곳까지 들어오기를 참 잘했다고 느끼며 이 색다른 지형 곳곳을 눈에 담았다.
꼼꼼히 화이트포켓을 탐험하다 보니 기나긴 시간을 인내해 왔을 자연이 경이롭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나 새로운 것에 새로운 곳에 팔랑팔랑 마음이 오가는 나와는 달리, 한 곳에서 오랜 시간을 참고 견디며 이렇게 아름다운 지형을 탄생시켰을 자연은 역시 너무나 놀라운 존재이다.
어려움을 견디는 것,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조금만 힘든 일이 있어도 피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버리는 나는 순간적인 차가움에 너무 빨리 추워하며, 짧은 뜨거움에도 화상을 걱정하는 인간인데, 이런 자연을 마주하며 내가 가진 걱정들이, 나에게 닥친 어려움들이 사실은 내 마음에 달려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