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가지 못하더라도
휴스턴 스페이스 센터에서,
이전 글에서도 나눈 적이 있는데, 나는 우주를 참 좋아한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내가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우주를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지금의 어려움도, 분노도(;;) 조금씩 녹아내린다.
우주를 좋아하지만, 우주를 공부하지 못한 나는 마음 한편에 오랫동안 미련처럼 그 애정을 숨겨놓고 있었다.
남편은 남자친구이던 시절,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뭔가 성취하지 않으면 어때. 재미를 위해서도 공부할 수 있는 거지."
그 말은, 나에겐 너무나도 놀랍고 생소한 진실이었다. 실용적인 삶, 목표를 세우는 삶에만 길들여져 있던 나는, 어떤 성취를 보장하지 않는 공부는 의미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고 했던가. 결혼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나도 조금씩 바뀌었다. 얼마 전에 시작한 수학 기초를 쌓고 우주에 대해 공부를 마치게 되면, 어쩌면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머니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제 멀게만 느껴졌던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 나에게, 휴스턴의 나사 스페이스 센터(Space Center Houston)는 잊을 수 없는 꿈의 장소다. 7년 전쯤, 학회 참석차 휴스턴을 방문했을 때, 일정이 끝나고 아쉬운 마음을 안고 우버를 타고 센터까지 다녀왔다. 처음 본 그곳은, 단순한 과학 박물관이 아니라 상상력과 감탄이 살아 숨 쉬는 우주 체험 공간이었다.
센터는 매우 다양하고 흥미로운 우주 콘텐츠들과 여러 투어로 가득하다.
- 우주에서의 일상생활을 소개하는 세션부터,
- 광활한 우주를 짧게나마 압축해 보여주는 몰입형 영상,
- 실제 나사 우주인들이 훈련받는 시설을 직접 둘러볼 수 있는 트램 투어,
- 새턴 V 로켓(Saturn V Rocket)을 눈앞에서 마주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공원,
-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지휘했던 역사적인 관제실까지도 트램 투어를 통해서 구경할 수 있다.
앞도적인 사이즈의 로켓 앞에서 연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면 우주공항은 정말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의 공학들이 합쳐져 만들어질 수 있는 분야임을 실감한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지휘했던 실제 역사적 관제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그 순간을 재현하는 해설과 함께 당시의 숨 막히는 긴장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관람객들은 연신 사진을 찍고,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질문을 쏟아낸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시의 생생한 실황 장면들을 보고 있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합쳐 이루어 낼 수 있는 분야인지도 와닿는다.
로켓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관제실의 다양한 소프트웨어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궁금한 것들이 끝없이 솟아나는 공간이었다. NASA가 우주 미션을 위해 개발한 독자적인 소프트웨어와 시스템들에 대한 소개도 인상 깊었다. 그건 단지 과학기술의 영역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이루는 상상력의 총체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현실 속 나는, 여전히 수학의 나라에서 길을 헤매고 있다. 대학 시절에 들었던 수업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결국은 가장 기초부터 다시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인공지능을 공부할 때도, 필요한 부분만 골라 먹듯 공부했던 과거를 돌아보며, 이제는 기초 수학을 단단히 다져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수학은 공학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언어’ 같은 공부라, 그것 없이 우주공학의 깊은 세계로 들어갈 수는 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물론 걱정도 된다. 이렇게 천천히 공부하다 보면, 우주공항이라는 말도 안 되는 꿈엔 닿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먼 미래의 계획은 걱정 목록에서 잠시 내려두고, 지금 내가 즐겁게 배울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런 속도로는 너무 느려서 우주에는 가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이건 어쩌면 나의 취미이자, 즐거움으로 오래 간직하고 싶은 호기심이니까.
도달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여정을 좀 더 좋아해야지.
*스페이스 센터는 아침 일찍 방문해서 무료 트램 투어 티켓을 미리 발급받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선착순으로 배부되기 때문에, 일찍 도착해서 발급받으시면 더 다양한 투어 경험이 가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