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과 쿠폰과 경매를 모두 아우르는 육아템 구매
출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최소한의 물건만 구매할지 아니면 육아에 도움이 될 만한 추가 아이템까지 챙길지 마음이 수도 없이 흔들렸다. 경험이 없는 일을 처음 마주할 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우리는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한 후 임신을 하게 되어, 주변에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이 과정을 그냥 ‘국부 최적화(로컬 최적화 Local Optimization)’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지금 얻을 수 있는 정보만으로, 그 순간의 최선의 선택을 하자, 그리고 첫 선택을 정답으로 보는 게 아니라 계속 다듬어가기로 했다.
혹시 우리처럼 미국에서 출산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이 과정을 정리해 본다.
우리 부부는 임신 5개월쯤 출산 준비를 시작하며 (1) 구매 목록 엑셀 파일을 만들었다. 엑셀에는 구매 목록뿐 아니라 (2) 병원에 가기 전에 해야 할 일(출산 병원 지정, 환자 정보 사전 등록 등), (3) 병원에서 해야 할 일(노산으로 고위험 산모라 출산 후 아이 심장 에코 등 추가 검사를 요청하기 등), (4) 출산 후에 해야 할 일(출생신고서와 소셜카드 발급받기) 같은 내용이 탭으로 정리되어 있다. 개발자 부부답게 우리는 어떤 일이든 파워 J형 성향이 강한데, 출산 구매 목록이 그 성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인 것 같다.
엑셀로 구매 목록을 정리하면서 든 생각은,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물건이 정말 많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런 거 없이도 아이는 잘 키웠다”는 어른들의 말이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늦은 나이에 육아를 준비하다 보니, 아이템으로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최대한 극복해 보자는 마음이 컸고, 가능하다면 일을 그만두지 않고 육아와 일을 계속 이어가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그래서 ‘필요해 보이는 것’들은 일단 목록에 담아보자라는 생각으로 목록을 꾸려나갔다.
* 구매 목록이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 파일을 참조해 주세요.
출산 구매 목록은 여러 유튜브와 블로그 글을 참조해 구성했다. 실제 사용 후기 영상들을 많이 보면서, 왜 어떤 물건은 잘 쓰고 어떤 물건은 결국 안 쓰게 되는지 이유를 확인하며 목록을 계속 업데이트했다. 두 사람이 각자 다양한 영상과 글을 보다 보니 같은 품목이라도 참고한 브랜드가 달라, 확인한 브랜드 정보는 세부사항에 함께 적어두었다.
이게 특히 유용했는데, 한국 육아 유튜브를 많이 참고하다 보면 ‘이게 미국에서도 살 수 있나?’를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브랜드명을 알고 있으면 아마존에서 해당 브랜드와 제품을 바로 검색해 볼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시간을 꽤 절약했다. 예를 들어 젖병 소독기로 많이 쓰는 유팡(upang)도 아마존에서 구매 가능하다는 걸 확인한 뒤에는, 비슷한 제품의 다른 브랜드에 대한 추가 검색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구매 목록을 조금 서둘러 구성한 이유는 같은 물건을 조금이라도 더 싸게 구매하고 싶어서였다. 가성비 있게 물건을 구매하려는 우리의 전략은 크게 다음과 같다.
1. 보험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물건은 최대한 미리 신청한다.
2. 분유 샘플을 신청해 놓는다.
3. 넉넉한 기간 동안 아이용품 경매에 참여해 경매로 새 물건을 구매한다.
4. 예상되는 세일 기간을 활용한다.
5. 아마존 베이비 레지스트리를 활용한다.
6. 다양한 쿠폰을 활용한다.
7. 기저귀는 코스트코 온라인 세일 중에 구매한다.
1. 보험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물건은 최대한 미리 신청한다.
미국에서는 가입한 보험에 따라 임신 기간과 출산 후에 활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받을 수(혹은 처방받을 수) 있다. 주로 유축기, 압박양말, 임산부 벨트 등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처음엔 유축기만 받을 수 있는 줄 알고 보험을 통해 스펙트라(Spectra) 유축기를 신청했다. 미국에서 유축기를 신청할 수 있는 사이트는 다양하게 많다(babylist.com이나 acelleron.com 등 검색하면 많이 나오는데, 나는 acelleron.com을 추천한다. 그 이유는 뒤에서). 유축기 신청 과정에서 보험 번호와 담당 산부인과 선생님 정보를 입력하면, 대행 사이트가 확인 후 절차를 진행해 준다. 전체 절차가 3주 가까이 걸렸던 것 같아서 30주 전후로 미리 신청하는 걸 추천한다.
또 보험에 따라 더 좋은 유축기는 추가 금액을 결제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가격을 확인하고 본인에게 필요한 모델로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보험 적용 범위 안에서 스펙트라 기본 모델을 선택했고, 여분의 저장팩을 함께 받았다. 모바일 유축기는 고민 끝에 별도로 경매를 통해 구매했다. 수유 과정이 조금이라도 편해지면 그만큼 여유가 생길 것 같아, 더 편안한 모델을 추가로 구입했다.
추가로 처방 받을 수 있는 물건들이 있는데, 압박양말, 임산부 벨트, 혈압 모니터 등이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는 해당 품목들을 이미 구매한 뒤에 알게 되어 추가로 신청하진 않았다. 다만 acelleron.com은 유축기를 신청할 때 추가 품목도 보험을 통해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 주기 때문에 다른 대행 사이트보다 더 편리한 것 같아서 추천한다.
2. 분유 샘플을 신청해 놓는다.
시밀락(Similac)이나 엠파밀(Enfamil)의 경우, 미리 샘플을 신청하면 작은 샘플과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보내준다. 아이에 따라 분유를 바꿔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지만, 일단 기본은 준비해두고 싶어서 사이트에서 샘플을 신청해 쿠폰과 함께 받았다. 쿠폰은 타겟이나 월마트 등에서 해당 제품 구매 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신청 후 실제로 받기까지 거의 두 달 정도 걸렸던 것 같아, 여유를 두고 미리 신청하는 것을 권한다. 또 쿠폰에 신청자 이름이 인쇄되어 오기 때문에 이름을 정확히 기재하는 편이 좋다. 매장에 따라서는 쿠폰 사용 시 신분증 등으로 이름 확인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3. 넉넉한 기간 동안 아이용품 경매에 참여해 경매로 새 물건을 구매한다.
라스베가스에 살면서 누리는 좋은 혜택 중 하나가 웨어하우스 경매 아이템이다. 이전 글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이곳에는 생활용품 경매를 진행하는 회사들이 여러 군데 있다(비슷한 경매 회사들이 미국 전역에 꽤 있다고 하니,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찾아보는 걸 추천한다). 해당 경매에는 출산 용품과 아이들 물건도 꽤 자주 올라오기 때문에, 타이밍만 잘 맞추면 새 물건을 원가의 20~30% 수준에 ‘득템’할 수도 있다.
우리 구매 목록 중 생각보다 고가라고 생각되었던 품목은 유모차(바구니 카시트+유모차 장착 모두 가능한 것), 베시넷(일반, 여행용), 모바일 유축기, 젖병 세척기, 젖병 소독기, 분유 제조기 등이었다. 우리는 임신 5개월부터 만삭까지, 이 품목들을 경매 사이트를 통해 구매했다.
경매 구매 전략은 이렇다. 먼저 원하는 품목을 검색하고, 경매에 자주 등장하는 브랜드를 파악한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브랜드를 정한 뒤, 기존 낙찰가 흐름을 보고 ‘우리가 낙찰받고 싶은 대략의 금액’을 설정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자주 쓰는 맥비드(macbid.com)나 넬리스(nellisauction.com)에는 그라코(Graco), 두나(Doona), 이븐플로(Evenflo), 베이비조거(baby jogger), 어파베이비(uppababy) 같은 유모차 브랜드가 자주 올라왔다. 우리는 그중 어파베이비 크루즈(Cruz) 유모차와 아리아 바구니 카시트(Aria) 조합을 각각 경매로 구매했고, 유모차는 원가 대비 약 30% 수준으로 살 수 있었다. 모바일 유축기, 브레짜 젖병 세척기, 유팡 젖병 소독기도 비슷한 방식으로 새 상품을 꽤 절약해서 구매했다.
*경매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주의할 점은 환불 정책이다(이건 경매 사이트마다 다르니 꼭 미리 확인하길 권한다). 우리는 보통 $50이 넘는 물품에는 환불보호정책을 함께 구매했다. 환불보호정책을 구매하면, 환불을 원할 때 복잡한 실랑이 없이 보호정책 비용만 청구하고 바로 환불이 진행된다. 새 상품이라도 가끔 박스를 열면 다른 브랜드 제품이 들어있거나 구성품 이슈가 생길 수 있어, 약간의 비용을 더 내더라도 환불보호정책을 활용했다.
*추가로, 경매 물품은 픽업 장소에서 나가기 전에 반드시 박스를 열어 제품과 상태를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야 물건이 잘못됐거나 고장 난 경우 바로 환불 처리를 신청하기가 쉽다.
4. 예상되는 세일 기간을 활용한다.
미국에는 세일이 크게 몰리는 공휴일이 몇 개 있는데, 주로 노동절(9월), 땡스기빙(11월), 크리스마스 연휴 세일(12월)처럼 하반기에 집중되는 편이다. 우리는 목록을 만들어두고, 다가오는 세일에 맞춰 구매를 시작했다. 올해는 땡스기빙 직전에 스토케(Stokke) 공식 홈페이지에서 하이체어 최저가가 떠서 하이체어 세트를 가성비 있게 구매할 수 있었다.
오프라인에서도 세일기간을 적극 활용했다. 아기 옷과 신발은 아울렛(카터스 Carter's, 랄프로렌 Ralph Lauren)과 H&M 같은 매장에서 땡스기빙/크리스마스 세일 기간에 여러 사이즈를 여분으로 구매했다. 신생아 옷은 선물을 많이 받은 편이라, 9개월이나 12개월처럼 조금 넉넉한 사이즈 위주로 이 기간에 샀다.
같은 기간에 미국에서 재고 떨이 할인마트처럼 활용되는 티제이맥스(TJ Max)나 마샬스(Marshalls)에서도 닥터브라운 젖병이나 자잘한 용품들을 함께 구매했다.
5. 아마존 베이비 레지스트리(Amazon's Baby Registry)를 활용한다.
미국에서 아기 용품을 구매할 때 아마존 베이비 레지스트리를 활용하면 추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마존 계정에서 레지스트리를 만들 수 있고, 주변에서 선물을 위해 레지스트리를 물어볼 때 공유하기도 편하다. 우리는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레지스트리를 ‘직접 구매’ 용도로만 사용했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진 않았다.
아마존 베이비 레지스트리와 특정 세일 기간을 합쳐서 활용하면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아마존 사이버먼데이 세일에 포함된 아기 관련 품목들을 레지스트리에 담아두고, 사이버먼데이 기간에 맞춰 레지스트리를 활성화했다. 덕분에 사이버먼데이 할인 + 레지스트리 추가 15% 할인 혜택을 받아 노시부 콧물 흡입기나 베이비 모니터 등을 구매했다.
추가로 레지스트리에 (2025년 기준) 10개 이상의 아이템을 등록하고 일정 금액($10) 이상을 구매하면, 아마존에서 무료로 베이비박스를 보내준다. $35 정도의 값어치라고 하는데, 신생아용 젖병 하나와 자잘한 물티슈, 작은 로션 등이 들어 있었다. 아마존 외에도 타겟이나 월마트 등 베이비박스를 보내주는 곳이 있지만, 베이비박스만을 위해 구매를 하긴 메리트가 크지 않아 다른 곳에서는 따로 구매/신청하지 않았다.
6. 다양한 쿠폰을 활용한다.
미국 마트들은 가끔 ‘쿠폰의 끝판왕’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쿠폰에 진심이다. 모든 종류의 쿠폰을 파고들 시간은 없었지만, 의도치 않게 CVS에서 백신을 맞으면서 쿠폰 혜택을 많이 보며 여러 추가 용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우리는 임신 기간에 맞춰 여러 백신을 맞았는데, Tdap과 독감 백신은 남편과 나 둘 다 맞았고, RSV는 임산부인 나만 접종했다. 하루에 몰아서 맞는 게 부담스러워 백신을 하루에 하나씩 맞았는데, 집 근처 CVS에서 접종하다 보니 갈 때마다 CVS 할인 쿠폰을 받았다.
백신을 놔주던 분이 꼭 쿠폰을 쓰라고 강조를 해서 확인해 보니, 생각보다 좋은 쿠폰이었다. $20 구매 시 $10 할인을 받는 쿠폰이라 총 접종 횟수만큼 5개를 받았고 결과적으로 $100을 구매하면서 $50을 할인받은 셈이었다. 게다가 CVS는 계정을 만들면 매장에서 추가 쿠폰들을 프린트할 수 있는데,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쿠폰 개수 제한이 없다. 예를 들어 특정 영양제 $2 할인 쿠폰과 ‘$20 구매 시 $10 할인’ 쿠폰을 동시에 적용받아 결제할 수 있다.
덕분에 CVS에서 마침 할인 행사가 진행 중이던 추가 영양제를 구입하고, 산후조리에 필요한 아이템들과 액상분유(신생아 때 검진이나 백신 때문에 병원을 방문해야 할 때 꽤 유용하다고 해서 여분을 구입해 놓았다) 등을 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7. 기저귀는 코스트코 온라인 세일 중에 구매한다.
만삭이 되면서 아이의 몸무게나 사이즈가 정상 범주 내에서 조금 작은 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기저귀는 신생아용(4.5kg까지 사용)과 1번(6.35kg까지 사용)을 조금 넉넉하게 구입하기로 했다. 마침 코스트코 온라인에서 기저귀 세일을 진행하고 있어, 세일을 활용해 넉넉하게 주문했다.
그 외에도 책을 좀 일찍 구입해 많이 읽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크리스마스 후에 반디북 US에서 한국책 55% 세일 찬스를 발견해 아기용 책도 인터넷으로 좋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다. 또 한국에서 엄마가 산후조리를 도와주기 위해 오시기로 하셔서, 방수매트나 수유시트 등 부피가 크기 않은(그렇지만 한국이 더 좋거나 저렴한) 물건들은 한국에서 엄마 집으로 배송 주문을 해두었다.
몇 개월에 걸친 육아템 구매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아마 아이와 함께 자라나며 계속될 것이다. 육아템은 언제나 진화하고(유모차도 분유기도 스마트폰 마냥 매년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이 글도 시간이 지나면 철 지난 정보가 되겠지만, 그래도 혹시 우리처럼 미국에서 출산을 준비하는 과정이 순간 막막하다고 느끼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정리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