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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ce shin Jun 02. 2024

 라떼와 카푸치노

커피 한잔 할까요

15년 전 카페 발렌티노를 인수해서  주문받는  벽은  브라운, 나머지 공간 3면을  오렌지색으로 칠하고, 바닥에 마루를 깔고 소품을 나무톤으로 맞추어 전체색을 중화시켰다.  오렌지색의 산뜻함에 떠났던 손님들이 다시 돌아와 새 가게가 어떤가 시도해 보던 초기시절, 해서는 안 되는 실수를 했다.


스타벅스가 바로 맞은편에 있어서 대부분의 커피 손님들은 스타벅스로 갔다.  커피손님이 많은 건 아니지만 꼭 우리 가게에서 마시는 손님들도 있고,  스타벅스에 빼앗긴 아침 커피손님을 하나라도 탈환하고자 신경을 썼다. 너무 신경을 썼나 보다.

커피는 원두를 무엇을 쓰느냐에서부터 얼마나 신선한가 등등 그 맛을 내는 여러 요인들이 있다. 우리가 쓰는 원두도 좋은 원두를 쓰고 있었고 커피섹션을 좀 더 깔끔하고 예쁘게 새 단장하고 손님을 맞을 태세를 갖추었다. 라떼나 카푸치노는 우유 거품을 얼마나 부드럽게 하느냐 스팀 된 우유와 그 거품의 비율을 제대로 맞추어 내보내느냐 하는 것들이 초짜 바리스타들의 과제였다.


내가 라떼를 주문받아 만들 때의 일이다. 에스프레소를 만든 후, 우유를 스팀 해서 거품까지 잘 만들어놓고, 손님이 가고 나니 우유가 그대로 있었다. 우유 없는 라떼. 얼굴이 달아올랐다. 말이 되는가 말이다. 뭔가 긴장하거나 흥분되면 허둥대는 내 성격 탓에 왔던 손님을 다시 내손으로 내몰았다. 손님에게 너무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잘해보려고 종종 대는 남편은 그런 나를 보고 기가 막히다고 혀를 내둘렀고 나를 미더워하며 커피 만드는 일은 주로 그가 했다. 그는 키도 큰 데다가 손도 능란해 프로페셔널 바리스타처 보였다. 그러나, 그 또한 초짜 바리스타. 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했다. 아니다. 했어야 할 실수이다.


카푸치노 손님을 보내놓고 당황스러워하던 그 얼굴을 잊을 수 없다. 잊고 싶지 않다. 에스프레소가 그대로 있는 것이다. 멋지게 거품을 푹푹 푸부 푹 만들어 우유와 거품의  비율을 완벽히 맞추어 부어 넣고 자랑스럽게  손님을 보낸 후  알게 된 것이다. 에스프레소를 붓지 않은 컵에 우유와 우유거품만 부은 것을.


어머! 어쩌면 좋아... 망연자실해 있는 남편에게 일단 그렇게 공감과 위로의  언어를 표현하고...

흐ㅎ 흐ㅎ흑...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1 대 1!




우리는 이렇게 자기 발로 돌아온 손님들을 우리 손으로 훠이 훠이하며 다시 스타벅스로  내몰았다. 바쁜  출근길의 손님들은 돌아와서 새로 만들어달라할 여유가 없다.  나중이라도 화라도 내거나 환불해 달라고 말이라도 해주었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을 텐데...


어쩌면  그들이 우리 집 커피는 다시는 안 마셨어도 우리가 민망할까 봐 말을 안 하고 넘어가준 착한 단골손님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커피 만드는데 영혼을 갈아 넣느라  손님얼굴도 기억하지 못할 초짜시절이었다. 그 자리를 11년을 지켰으니. 미안하고 고마운 손님들, 다 그들 덕이다.


지금은 몇 대 몇일까?

새롭게 시작한 브런치 카페에서도 실수를 많이 텐데... 아직 편집하는 기능도 모르는 초짜인데. 부족한 글인데도 읽어주시고 거기다 하트에 구독까지  눌러주시니.

남편은 자기 얘기를 쓰려면 저작권료를 내야 된다고 하고... 그러면서도 혹시나 마누라가 남편 얘기를 쓸까 싶은지 요즈음 안 하던 짓을 한다. 빨래도 하고 쓰레기도 버리고.


커피도 못 만들던 초짜들이 발렌티노를 11년 끌고 온 것처럼 그렇게 가보자. 천천히 꾸준히 배우고 즐기고 감사하며. 오늘 나도 동네 스타벅스 한잔 하며 글을 썼다. 날씨도 따뜻해지니 다음번엔 키노아샐러드를 선보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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