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7.
"유리 천장"은 회사 및 기타 조직에서 보이지 않는 상한선을 의미하며 남성중심주의 문화 속에서 여성에게 요구되는 `높은 이상'과 `낮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뜻하는 단어이다.
29살, 8주간 인턴을 겪으며 그렇게 30살이 되었다.
대학원 졸업과 동시에 지원한 넷마블 공채 전형은 8주의 인턴이 포함되었다. 매주 조를 새롭게 해서 주어진
주제의 과제를 조원들과 준비해서 발표하고, 별도의 개인 과제가 주어지는 방식이었다.
NC인턴 이후 충분히 준비했기에 자신이 있었다.
<과제리스트>
- 게임 분석과제 (클래시로얄 글롭러 성공 전략 분석)
- 넷마블 상용 서비스 게임 장르 바꿔 기획하기 (마블퓨처파이트 RPG-> MOBA 장르)
- 글로벌 성공게임 개발 및 퍼블리싱 콘텐츠 선정 (RTS와 FPS의 만남, The Squad)
- 신규 IP 발굴 (북미공략 RPG 헝거게임 제안)
- IP 재론칭 선정 (리리안아티스 론칭 제안)
- 역제안서 작성 (리니지2레볼루션)
- 신규 게임 기획(보드게임 기획)
- <스톤에이지> IP (PLC 증대를 위한 콘텐츠 확장 방안)
- <리니지2 레볼루션> IP(e스포츠 활성화 전략 제안, 소셜 콘텐츠 기획, 마케팅 제안)
- <스타워즈: 포스아레나> IP (카드 역할 인지를 통한 북미 유저 잔존율 개선)
8주가 끝난 후, 함께 근무한 동료들을 평가하는 다면 평가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렸다.
이번만큼은 결과가 기대가 되었다.
인턴 동기 : 언니, 합격이죠?
나 : 나 불합격이야.
인턴 동기 : 언니는 당연히 될 거라 생각했는데, 기준이 먼지 모르겠어요. OO도 합격했는데..
나 : 축하해
인턴 동기 : 사실 저 다면평가에 마지막 질문, 가장 본받고 싶은 동료에 언니 작성했어요.
언니랑 같이 일하고 싶었는데... (중략) 언니 더 잘될 거예요!
그렇다. 이번만큼은 나 스스로도 결과에 자신이 있었는데 또 불합격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게임업계에 가겠다 선언한 이후, 격렬히 반대하신 부모님께 단 한 번도 힘들다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대학원을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어떻게든 게임업계와 접점을 만들기 위해, e스포츠 주제로 논문을 준비하면서 지도 교수님을 설득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e스포츠 주제로는 게임 중독만 잔뜩 나와 선행논문도 부족하고, 실제 경기장에 가서 설문지를 배포하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사실 나도 석사 논문을 쓰는 일 자체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논문을 쓰기 위해 공부했던 시간들, 친구들과 설문지 들고 300명에게 설문을 받은 일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주변 친구들의 소식이 내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거 같아 1년간 잠수를 탔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렇게 독하게 마음먹고 어떻게 준비했는데 슬픔과 분함이 동시에 올라왔다.
인턴 동기: 주희야, 여자나이 30은 남자랑 다른데 이렇게 도전한 것 자체가 진짜 멋지다고 생각해.
내 주변에 너 같은 애 없어. 나도 너무 분해서 인사팀 OOO한테 연락했어
나 : 진짜? 인사팀은 머래?
인턴 동기 : 뻔한 소리 하지, OO이 어떻게 합격이냐?
앞서 설명해 준 기준과 맞지 않는다, 나이, 학력 때문인 거냐?
물으니까 절대 아니라고 펄펄 뛰더라. 근데, 너랑 나는 알지 않냐? 이 결과 불합리하다는 거.
맨날 제일 먼저 와서 준비하고, 조별 과제 준비할 때 다들 뒤로 뺄 때 앞장서서 다한 거 너였잖아.
뒤에서 OO은 너 무섭다고 조 옮길 때마다 사람들한테 말하고 다니고..(중략)
간절하게 노력한 만큼 눈물이 쏟아졌다.
‘이렇게 노력했으면 해피엔딩이여야지.. 노력한 만큼, 간절한 만큼 얻는 게 맞는 거잖아..'
하지만, 합격한 동료들에게는 진심을 다해 축하해주고 싶었다.
지금이 아니면 이제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될 텐데라는 마음이 들어 모두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 3개월 후,
정식 신입 교육을 받고 OO가 나를 찾아왔다.
인턴동기 : 기억나냐?
1차 면접 때 같이 면접 보러 들어가서 사전 질문지 주고 10분간 답변 준비하라고 했는데 우리 수다 떠느냐고 준비 하나도 못한 거?
나 : 면접 보고 나와서 면접비 받은 걸로 네가 나한테 스타벅스 커피 사준 것도 기억나.
인턴동기 : 인턴 때 내가 중간에 그만두려고 했는데 네가 술 사주면서 타이르고, 다음 날 출근해서 해결해 줬잖아. 그때 너의 도움 없었으면 이 자리에 나는 없었을 거 같아. 고맙다
나 : 아니야! 너도 회사 잘 다니다가 게임회사 오고 싶어서 그만두고 고생 많았잖아.
너라도 잘 돼서 진짜 기뻐
인턴동기 : 네가 실력 부족해서 안된 게 아니야.
입사교육받고 인사팀 OO이랑 술 마시면서 느낀 게 있는데, 합격 당락을 결정하는데 학벌이 있었어.
나는 연대고, OO은 이대, OO이랑 OO은 인하대잖아. 인하대 출신 애들은 작년 공채 합격한 전 기수 선배가 불러서 8주간 어떻게 진행되는지 미리 정보도 주고 챙겨줬더라. (중략)
학력과 학벌, 스펙보다 실력을 보는 곳이라 생각해서 지원한 게임회사였는데, 열정과 끈기밖에 보여줄 게 없어서 선택한 순간의 결정들이 실패로 다가온 순간, 핑계를 되고 싶지 않았다.
학력과 학벌을 뛰어넘을 수 있는 월등한 역량이 없었을 뿐이었다.
남초회사였던 게임 회사, 대기업 규모의 회사로 성장한 회사에서 내 자리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그렇게 혹독한 30살을 맞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