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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희 Dec 22. 2023

자포자기

시즌 1-8. 


자포자기(自暴自棄)

자포자기는 절망 상태에 빠져서,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여 돌아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넷마블 신입 공채 불합격 후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말을 여러 번 들은 적 있었다.

자기 분수에 맞지 않게 남을 따라 하면 도리어 해를 입는다는 말이었는데, 당시 그 말을 들을 때 엄청난 반항심이 들었다. 남을 따라가지 않을 것이니 가랑이가 찢어질 리스크도 없고, 내 운명은 내가 개척한다는 단호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패기도, 열정도 모두 사라진 채 '자기 연민'이라는 혼탁한 늪에 빠져들었다. 30살 현실은 냉혹했고 월 200도 벌지 못하는 회사 면접을 몇 군데 보게 되었다.


10년 후 예상한 본인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면접관 : 10년 후 예상한 본인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지금 30살 여자니까 결혼하면 관두는 것 아닌가?

나 : (이를 꽉 깨물었다.) 아닙니다. 현재 일 욕심이 있어서 결혼 생각이 없습니다.

'주희 씨를 왜 뽑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면접관은 그렇게 3차례나 나를 불러 면접을 진행했다.

이런 면접의 경험이 지속될수록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채용 사이트에서 마구잡이식 입사 지원을 시작했다. 

그렇게 중소기업 한 곳에서 연락이 왔고 어쩌다 VR를 하게 되었다. 

입사한 회사는 VR회사로 게임 콘텐츠의 경우, 2017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 스토어에 론칭 이후 북미, 유럽, 일본 시장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한 IP를 보유하고 있었다. 입사한 해 VR은 화두였지만, 하드웨어나 콘텐츠적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먼 황무지 같은 시장이었다. 특히나, VR 기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값비싼 하드웨어와 거실 이상의 공간이 필요했다. 당시 VR 시장은 아래와 같이 설명할 수 있었고, 마치 내 상황에 맞닥뜨리는 것 같은 이상한 동질감까지 느끼게 되었다. 


Gartner사의 Hype cycle 중 VR 산업은 거품기(Peak of Infleated Expectations)를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재조명기(Slope of Enlightenment)가 될 때까지 옥석 가리기가 이루어질 것


내가 맡게 된 첫 번째 프로젝트는 실내엔터테인먼트를 구축하는 VR테마파크 사업이었다.  

2016년은 VR 원년이라고 불리는 시기였고 국내외에서 VR 붐이 일어나서 VR을 체험할 수 있는 테마파크가 많이 생겨나는 시기였다. CA세가조이폴리스가 운영하는 ‘조이폴리스’, 반다이남코가 운영하는 'VR 존 신주쿠', 하우스텐보스의 '시부야 VR 랜드' 등이 전면 등장했다. 국내에서도 VR콘텐츠 산업의 성장을 견인할 도심형 VR테마파크 지원사업이 생겼고 약 1,705㎡(516평, 전용 면적 390평)의 공간에 VR체험존 구축을 담당하는 사업 PM이 되었다. 

도심형 가상현실 테마파크 홍대 'VR스퀘어' 오픈

콘텐츠 개발이 메인인 회사에서 오프라인 신사업을 담당한 것만으로도 모두들 멘붕에 빠진 상황이었다. 

특히나 레퍼런스는 모두 해외에 있으니 중국과 일본으로 출장을 가서 당장 신규 매장에 적용할 매뉴얼을 만들어와야 했다. 그렇게 해외 출장과 함께 신사업 담당자로 첫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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