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마다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준다. 이 행위는 30년전 그 시절 학교 정문 앞 부모님의 승용차에서 내리던 친구들이 부러웠던 나를 다독이는 일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버스를 타려면 일찍 나가야 하는 아이들의 시간과의 싸움에서 단 10분이라도 더 자려는 나를 챙기는 일이기도 하다. 결국 나를 위한 행위다.
큰 아이를 데려다주고 오는 시간은 남편의 출근 시간과 맞물려, 내가 집에 도착했을 때 남편은 이미 나가고 없다. 나는 때때로 그가 없는 집이 참 허하다.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가는 남편이 참 아쉽고 그립다. 어쩌면 그때마다 나의 무의식은 인사도 못하고 떠나보낸 아빠를 그리워하는 그 시간에 나를 보내놓는가 보다. 시간이 벌써 30년이나 지났는데도 그 시간의 나란 아이는 여전히 그 앞에서 허망한 마음을 어쩔 줄 모르는 채로 헤매고 있나보다. 아니, 이제는 아주 가끔 그 아일 만난다.
그런데 가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출근하는 남편을 만나는 날이 있다. 바로 오늘이 그랬다. 저 멀리서 우리 차를 알아보고는 손을 번쩍 들어 아는 체를 하는 그의 모습이 내게 그렇게 설렜다는 걸 그동안은 몰랐던 걸까?
늘 그가 어디쯤 가고 있을까 그를 찾는 나는 오늘따라 딴 생각에 그를 잊었다. 그런데 보라색 티셔츠를 입은 그의 번쩍 든 손을, 내가 지나칠까 보내던 강렬한 눈을 본 순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나 당신을 알아봤다고, 보고 있다고 격렬하게 손을 흔들어 그를 지나치고는 20분 전에 보고 나온 남편을 길에서 마주친 일이 이렇게 반가울 일이냐고 스스로를 어이없어 하다가 피식 웃음이 났다. 표현을 크게 하지 않는 그가 온몸을 활짝 열어 나 여깄다고 표현한 모양이 너무 예뻐서, 그런 그가 반갑고 좋은 내가 너무 예뻐서.
그러다가 시간은 다시 30년 전 그때. 그때는 내게 오늘도 찰나의 시간이 참 소중하다고 말한다. 그때는 내게 오늘도 내 옆에 여전히 존재하는 사람들이 일상이 아니라 기적일수도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저 눈뜨고 일어난 매일이 당연한 게 아니라 특별한 감사라고 말한다.
잠시 떨어지는 순간이 아쉽고, 다같이 일어난 아침이 감사하고, 등교하는 아이가 안쓰럽고, 그대로 출근한 줄 알았던 남편이 반갑고, 손 흔드는 그가 예쁘고, 남편을 마주친 내가 설렌 오늘 아침.
아쉽고 감사한, 안쓰럽고 반가운, 예쁘고 설렌 오늘.
특별함은 그렇게 오늘에.
바로 여기에.
그리고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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