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시 강연에서 ‘구글러 조용민’의 일화를 들었다.
학창 시절, 담임이 바뀌면 “우리 반에 수학 되게 잘하는 애가 있다며?” 하다가 “너야?” 하신단다. 둥글둥글하게 생긴 외모는 자신이 보기에도 수학보다는 금방까지 구슬치기 하다 들어온 애처럼 보이기 때문이란다.
그런 그가 집 앞 호프집에서 지인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평소처럼 헐렁한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건너편 테이블에서 손짓으로 그를 불렀다. 무슨 일인지 가까이 가니 강냉이를 갖다 달라고 했다. 약간 당황하며 돌아서는데 바로 옆 테이블에서 생맥주 500cc를 주문했다. 그는 주인에게 주문을 전달하고 강냉이를 건너편 테이블에 갖다 주고 자기 테이블로 돌아왔다고 했다.
사람들은 폭소를 터뜨리며 재밌어했고 나 역시 그랬다. 그의 이야기는 단박에 청중을 사로잡아 ‘구글 아시아 태평양 베스트 롤모델 팀 리더’라는 타이틀이 주는 거리감을 친근감으로 바꿔놓았고 그의 다음 이야기에 집중하게 했다. 그런데, 이 일을 본인은 숨기고 싶어 하는데 경쟁 관계에 있던 사람이 퍼뜨린다면 어떻게 전달될까 생각해 봤다.
“늘 그렇게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다니니 사람들이 아르바이트생으로 오해할 만도 하지. 사실 외모가 엘리트해 보이지는 않잖아, 그건 본인도 알고 있을 걸”
같은 이야기도 어떤 관점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외모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스스로 먼저 말함으로써 다소 커 보이는 두상과 작은 눈, 헐렁한 티셔츠와 반바지를 소탈한 매력으로 느끼게 만들었다.
사전을 찾아보면 단점은 잘못되거나 모자라는 점이다. 그런데 단점은 주관적인 개념이어서 누군가에게는 단점인 것이 누구에게는 장점으로 여겨질 수 있다. 판다처럼 살이 쪄서 둔해 보이는 몸매가 누군가에게는 푸근함으로 느껴질 수 있고, 웰시코기처럼 짧은 다리가 귀여움으로 보일 수 있다.
다만, 단점을 숨기려 할 때 그것은 나의 약점이 된다.
단점이 약점이 되지 않도록 내가 먼저 내 단점을 직시하고 말해버리자.
자신이 먼저 말해 버린 단점은 더 이상 약점이 되지 않는다.
깎아내릴 빌미를 제공하지 못한다.
내가 먼저 “제가 뒤끝이 좀 있어요”라고 말해버리면,
누군가 뒤에서 “쟤, 은근 뒤끝 있더라” 험담을 해도 상처받지 않는다. 내가 먼저 말한 것을 주워 담아 반복해 봤자 그것은 그 사람의 뒷북이고 옹졸함일 뿐 내 약점은 아니다.
그러려면 먼저 나의 단점을 인정하고 그마저 사랑해야 한다.
단점을 뒤집으면 훌륭한 개성이 되기 때문이다.
‘뒤끝 있다’는 것은 당장 면전에서 기분 나쁜 티를 내지 않고 참는 일이다. 상대의 무례함에 말다툼을 벌이거나 같이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자제하는 일이다. 뒤끝으로 남은 감정을 자신의 성찰로 정리하고 나중에 부드럽게 표현하는 일이다.
내 단점은 너의 단점과 다를 뿐, 완벽하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는 같다.
내가 가진 단점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문제 될 거 없다.
얼굴이 커서, 키가 작아서, 소심해서, 마음이 여려서, 뒤끝이 있어서 그래서 그것이 나이다. 자신이 가진 단점을 인정하고 그 마저 사랑할 때 비로소 개성 있는 패션은 완성되고,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라는 인격체도 완성된다.
* 내 단점을 고치고 보완하는 것은 그다음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