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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w nina Dec 26. 2021

내게 온 칭찬을 기꺼이 받아들이기

내가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할 때에도 내가 모르는 빛나는 부분들이 있다

대학시절, 전공이 적성에 맞는지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고민이 한창 깊어질 즈음, 대책 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브레이크를 걸고 싶어 휴학을 결정했다.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지만 그냥 떠밀려가는 것도 두려웠던 시절, 휴학은 차악의 선택이었다. 대학 행정관을 터덜터덜 내려오던 그날, 햇빛은 천진난만하게 빛났고 내 미래는 그만큼 막막해서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경사진 캠퍼스를 반쯤 내려오는데, 한눈에 타대생들로 보이는 2명의 남학생과 마주쳤다.

그들은 세련된 차림새에 여유롭고 호기로워 보였다. 그중에 한 명이 내 쪽을 향해 한마디 던지고 지나갔다. 

" 야, 네가 젤 낫다!" 지하철역에서 학교 정문까지 긴 길을 걸으며, 캠퍼스의 경사를 오르는 동안 마주친 학생들 중에 '스타일이 젤 낫다'는 말이었다.


막상 휴학은 했지만 당장 내일부터 어디 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끈 떨어진 연'이 된 심정으로 불안하던 그때 들려온 뜻밖의 칭찬의 소리는 가볍게 날아온 내게 박혔다.  그래 '내가 젤 낫다'라고! 거리의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젤 나은 사람이 나라고!





옷을 마음대로 입지 못하는 사람들이 입고 싶어 하는 옷을 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다. 무난하고 평균적인 옷을 두고 입을까 말까 망설인다. 진짜 독특하고 별난 옷을 입는 사람들은 '마음대로 입어라' 말할 필요도 없이 자신만의 개성으로 가득하게 입고 다닌다. 남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는다. 입어도 될까 묻는 사람들은  ‘키가 작은데 롱 원피스 입어도 될까요?’ 같은 소박하고 작은 고민을 진지하게 하는 사람들이다. 키가 작아서 귀엽다는 말은 흘려듣고, 키도 작은데 긴 옷을 입느냐는 비판은 귀담아듣는다.


착하고 여린 마음은  칭찬받는 것을 쑥스러워한다. 누군가 자신을 칭찬하면 손사래를 치고 거부하거나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해 버린다. 칭찬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칭찬이 실망으로 변할 까 걱정되고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칭찬에 들뜨기보다 냉정하게 현실을 인식하는 쪽이 안전하다고 여겨진다.  스스로를 낮추고 드러내지 않는 것을 미덕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의심으로 흔들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성을 가장한 냉소보다 따뜻한 칭찬에 몸을 기대는 태도이다.

친구 중에 지인들의 립서비스를 진심이라고 믿는 이가 있었다. 칭찬에 유독 민감해서 어린애 같아 보였다.  인사치레로 예쁘다고 하면 진짜 예쁘다고 믿었고 잘했다고 칭찬하면 순수하게 기뻐했다. 사람들의 칭찬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친구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해준 칭찬에 걸맞은 모습으로 변해 갔다. 셀프 피그말리온 효과이다. 더 예뻐졌고 더 능력 있는 사람이 되어갔다. 타인이 주는 칭찬을 허투루 흘러 보내지 않고 귀하게 받아들이고 키워 내 것으로 만든 것이다.


실제로 살면서 내가 제일 나을 일은 거의 없었다.

실력도 체력도 끈기도 집안도 외모도 지위도 행운조차 다른 사람보다 내가 제일 나을 일은 없었다.

그러나 살아가다 무릎이 꺾이고 자신이 왜소하게 여겨질 때 나는 '야 네가 젤 낫다'는 그 순간을 기억한다. 불안하고 막막했던 젊은 날, 나는 타인이 무심코 건네준 작은 칭찬 한마디를 불끈 쥐고 놓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나'를 확인시켜 준 한마디, 좌절의 시간에도 나는 내가 최고라고 믿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면 희미하게 기운이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어느 순간 삶이 버거워지고 자신감이 흔들릴 때가 있다. 

자신감이 떨어져 한없이 위축될 때 자책하며 바닥으로 가라앉을 때, 내 안에 스스로를 다독일 힘이 없을 때는 타인이 주는 효능감을 받자. 자신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 당신은 키가 작아서 롱 원피스를 입으니 소공녀처럼 귀엽습니다."

내가 나를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할 때에도 내가 모르는 빛나는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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