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기념일 축하하기

언제든지 죽을 수 있도록 준비해두기

by now nina
죽게 되리란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자기가 죽는다고는 아무도 믿지 않아,
만약 그렇게 믿는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될 텐데,
죽으리란 걸 안다면 언제든 죽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둘 수 있네.
그렇게 되면 사는 동안 자기 삶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살 수 있거든
-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아무런 준비할 시간이 없는 죽음


2년째 코로나에 잠식당하다 보니 바이러스의 위험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둔감해져 버렸다. 이제는 매일 400명이 넘는 확진자수를 보고도 별 동요가 없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는 어느새 마음 밑바닥에 가라앉고 그 위에 새로운 일상이 자리 잡았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부작용이 있다 하더라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집단 면역이 생길 거라는 낙관적인 마음을 품게 된다.


그런데 오늘 뉴스에서 어린이집 집단 감염과 50대 원장이 밤사이 호흡곤란으로 새벽에 사망 후 확진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조금 전까지 아이들을 가르치던 사람이 갑자기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안타까워하거나 슬퍼할 시간도 없이 인생이 한순간에 너무 간단하게 끝나버렸다. 시작과 동시에 끝나버리는 죽음은 나이 든 사람의 복에 꼽히기는 하지만 아직 죽을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냥 날벼락일 뿐이다. 코로나가 더 무서운 이유는 '아무런 준비할 시간이 없는 죽음'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반드시 온다. 그때가 언제 일지라도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리고 이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의 죽음에 관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자연스러운 노화에 따른 죽음만을 자신의 몫으로 생각하며 불의의 사고나 고통스러운 질병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 나 역시 그랬다. 암 진단을 받았을 때 마치 몹쓸 짓을 당한 것처럼 화들짝 놀라고 불쾌해하고 어쩔 줄을 몰라했다. 마치 불사(不死 )의 약속을 신과 맺었는데 그 약속을 배신당하기라도 한 것처럼 어이없어했다. 죽음은 너무 멀리 있어서 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잊고 마치 삶만 계속될 것처럼 살았다. 수술 후 암이 아니라고 밝혀졌지만 그렇다고 죽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암이거나 혹은 다른 이유로 죽게 될 테니. 죽음은 반드시 온다. 그때가 언제일지라도. 그러나 우리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혹은 알았다 해도 금방 잊어버린다. 사소한 일로 고통받고 괴로워하며 시간을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둔다. 죽음의 순간에 한없이 그리워질 하루의 시간들을 하찮은 일들로 보내고 다음날을 당연하게 받는다.


내가 암에 걸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주었다. 나를 괴롭히고 짖누려던 많은 일들이 한없이 가볍고 사소해져 버리고 늘 부족해 보이던 돈도 아직 쓰지 못하고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건강한 하루의 햇빛과 바람과 일상에 대한 간절함과 감사함이 들어왔다. 죽음 앞에서 삶의 빛깔이 선명해져서 눈부시게 빛났다. 그러나 그렇게 죽음이 두렵고 삶이 절실했는데 다시 삶을 받으니 또 당연한 줄 알고 멋대로 낭비하고 있다.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는 장치

우리가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할 수만 있다면 우리의 삶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 사람들은 미루어왔던 일, 혹은 감히 시도해보지 못했던 일도 해보려고 한다.
나를 집어삼키던 걱정이 사소해지고 나를 옭아매던 금기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쓸데없는 것들은 사라지고 소중한 삶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생각을 붙들고 살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곧 삶에 휘둘려 죽는다는 사실을 잊게 된다. 죽음을 기억할 장치가 필요하다. 죽음을 삶의 영역에 데리고 들어와야 한다. 죽음을 삶의 영역에 데리고 들어오는 장치로 '혼자 만의 기념일 가지기'가 필요하다. 혼자만의 기념일은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날이다. 언제든 죽을 수 있는 준비를 해두면 삶과 죽음 앞에서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준비단계

1. 기념일 상자 만들기

상자 안에 3가지 기본 준비물을 넣어둔다. 기본 준비물은 병원 진료차트 (해골 모형), 유언장 노트, 버킷리스트 노트이다. 기억되기를 바라는 사진 1장을 같이 넣어둬도 좋을 것이다.


2. 기념일 날짜 정하기

기념일 날짜는 일년 중 자신에게 의미 있는 날을 찾아 정한다. 내 삶에 대한 감각이 가장 강력했던 날은 암은 진단받은 그날 밤이었다. 그래서 암을 진단받은 그날의 시간으로 기념일을 정한다.


의식 단계

1. 죽음 경험 되살리기 : 암을 진단받았을 때의 삶에 대한 간절함을 잊지 않고 살려고 한다. 그때의 간절함이라면 오늘의 평범한 하루가 너무나 감사할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 날의 간절함을 잊지않고 이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병원 진료차트를 소중히 간직한다. 병원 진료차트가 없다면 죽음을 떠올릴 수 있는 해골 모형이나 코로나로 죽은 사람의 이야기를 떠올릴 자료를 가지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자. 자신이 언제라도 죽을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마음 깊이 받아들이면 삶이 달라질것이다.


2. 유언장 작성하기 : 유언장을 해마다 적어본다. 유언장을 적어보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상을 향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없다는 것은 내가 인생을 진지하게 살지 못한 탓일 수 있다. 사실 유언장은 남에게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들려주는 말인 것 같다. 맑은 정신으로 살아서 유언을 작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유언을 작성한다. 유언장 노트에 적어둔 자신의 유언을 읽어보고 마음에 새긴다. 해마다 유언을 적다 보면 자신이 남기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3. 죽음 장면 상상하기 : 눈을 감고 자신의 죽음 장면을 상상한다. 이상적인 죽음의 순간을 늘 마음속에 그려둔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죽음은 노쇠하여 곡기를 끊고 자연사하는 것이다. 스콧 니어링이 그랬던 것처럼 자유의지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동안 애쓰온 내 몸의 기능들에 감사하며 내 몸이 더 이상 기능하지 않아도 되도록 에너지 보충을 하지 않음으로써 죽고 싶다. 자신의 죽음의 순간에 함께 하는 사람들, 장소, 그날의 날씨와 시간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상상한다. 자신의 죽음의 순간을 마음에 그려보고 난 후 아직 건강하게 살아있는 내 몸의 소중함을 느낀다.


4. 버킷 리스트 작성하기 : 살면서 이루고 싶은 평생 버킷을 적어둔다. 그리고 1년 안에 하고 싶은 버킷도 정한다. 꿈을 정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사는 삶은 언제 끝난다 해도 행복할 것이다. 해마다 버킷 리스트를 점검하며 내 마음에 숨겨둔 로망이나 결핍은 없는지 살펴본다. 체면이나 일상에 치여 너무 깊은 곳에 숨어있는 것은 없는지 살펴본다. 진짜 원하는 것과 원하는 척하는 것을 구분해 본다. 언제라도 죽어도 될 만큼 나 자신과 만나고 사는지 돌아본다. 그리고 일 년 후 다음 기념일까지 산다는 기분으로 열심히 산다.


5. 사랑하기 :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충분히 표현하고 사는지 살펴본다. 자식, 남편, 부모님, 형제자매, 친구들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표현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사랑은 아껴두거나 남겨둘 이유가 없다. 사랑하는 마음을 내 안에 가둬두고 나중에 알아주겠지 하지 말고 지금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해야 한다. 내 안에 있는 사랑을 충분히 나눠줄수록 선한 기운으로 충만해지는 것 자신을 만날 수 있을것이다.



6. 나에게 선물하기 : 남이 주는 선물에 좋아하지 말고 내가 주는 선물을 기쁘게 받자, 나에게 주는 선물에 돈을 아낄 필요는 없다. 가지고 싶은 것이 있으면 적어뒀다가 기념일에 스스로에게 선물하도록 하자. 자신을 가장 잘 대접해야 할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그리고 와인과 꽃으로 나의 기념일을 축하할 것이다.


7. 마무리 : 조용한 밤, 혼자 있는 시간, 혼자 있는 공간에서 이루어진 내 기념일은 기념일 노트에 기록되고 정리되어 기념일 상자 안에 들어간다.




일상에 쫓기고 타성에 젖어 살다 보니 어느새 50세가 넘어 있다. 이제 우리는 일상을 달리 볼 계기가 필요하다. '혼자만의 기념일'은 오롯이 나의 죽음을 상상하며 내 인생을 돌아보는 날이다. 죽음이라는 거울로 지금의 삶을 비추어 중요한 것만 남기고 버리기를 하는 날이다. 쓸데없는 걱정과 군더더기 욕망을 놓고 가볍게 살기 위해 필요한 날이다. 다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신만의 인생을 살기 위해 나를 삶의 주인공으로 놓고 진정한 욕구와 사랑을 마주하는 날이다. 이것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간단히 실행할 수 있는 일이다. 일 년에 하루쯤 아무도 모르게 오직 나만을 위해 시간을 갖는 날이다.


‘혼자만의 기념일을 축하하기’는 죽음 앞에서 더 선명해지는 삶을 빛깔을 찾아가는 나의 버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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