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아이들을 졸업시키며 매년 익숙한 이별을 했다. 아이들을 보내고 교무실로 돌아와 짐을 정리한 후 아이들이 주고 간 편지를 읽는데,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다. 낯선 감정에 당황스럽다. 아이들을 이제 만날 수 없을까 봐 조바심이 난다. 아이들이 졸업한 이후에야 반톡에 그날 찍은 사진을 올리며 "고맙고 사랑한다."는 고백을 남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더 잘해 주면 좋았을 텐데. 나도 내가 이럴 줄 몰랐지. 나는 무뚝뚝하지만 정이 깊은 편이다. 교사로서 나의 무뚝뚝함이 때로는 아쉬울 때가 있다. 오랜 시간 관계를 맺는 사람들은 나의 깊은 정을 이해하지만, 1년을 만나고 헤어져야 하는 학생들과의 관계에서는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한 채 이별을 반복하곤 한다. 아니, 나는 최선을 다해 사랑하지만 아이들은 내 사랑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헤어지곤 한다. 그게 최선이었냐고 물으면 너무 표현하지 않아 쑥스럽지만 내게는 늘 최선이었다.
그런데 그런 나의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 사랑을 알아준 아이들이 떠나버렸다. 내게 1년만 더 주어진다면 더 사랑해 줄 수 있을 텐데 하는 미련스러운 후회가 나를 덮친다. 술을 마시는 사람이라면 이런 날 포장마차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청승을 떨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을 졸업시킨 후 하루가 가고 이틀이 흘러가고 삼일이 흘러가는데 내 머릿속은 아이들로 가득 차 있다. 방학 내내 아이들 생각이라곤 단 한 번 하지 않고 잘 쉬다가 졸업을 시켰다고 왜 이렇게 달라지는 거지?
짐정리를 끝낸 학교에 갈 일이 생겼다. 학교 엘리베이터 카드가 며칠 후 내 주머니에서 발견되고 만 것. 학교에 간 김에 아이들을 불러낼까 고민한다. 그러다 아무도 안 나오면 어쩌지 망설인다. 고민과 망설임을 반복하며 교무실 책상에 앉아 아직 사라지지 않은 반톡에 글을 남긴다. "쌤 지금 학교 왔는데 근처에 있는 사람? 우연히 ㅋㅋ 만날 사람 있으면 쌤이 떡볶이 쏠게" 침대에 누워있던 아이들이 준비하고 나가겠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30분 후 교문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남은 일을 마무리하는데, 너무나 설렌다.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 이렇게 떨리면서 아이들을 만나면 또 태연한 척하겠지. 내 마음을 백 프로 표현하는 데는 평생 서툴지 모르겠다.
학교를 나서는데 교문 앞에 아이들이 보인다. 헤어진 지 고작 5일째. 군대 간 애인을 다시 만나는 것처럼 설레고 떨린다. 학원 숙제를 하다가 책을 든 채로, 아버지가 구워주신 고기를 먹다가 그대로 둔 채로 뛰어나왔다는 아이들이 너무 귀엽고 고맙다.
떡볶이집으로 향하는 내내 길거리가 떠들썩하다. 일 년 내내 떠들썩하던 교실이 길거리에, 그리고 떡볶이집에 그대로 다시 재현된다. 작은 떡볶이집이 우리로 가득 채워졌다. 다른 손님이 더 들어올 자리도 없으니 마음껏 떠들며 웃어댄다. 코로나로 이렇게 마주 보며 음식을 먹어본 적 없는 아이들에겐 더욱 신나는 이벤트가 되었나 보다. 이렇게 둘러앉아 사소한 수다를 떠는 일도 처음이다. 고등학생이 되는 아이들이 여전히 이렇게 귀엽다.
다음에 또 만나요 약속을 하고 셀카를 남기고 헤어졌다. 오늘의 만남과 이별은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것 같아 더욱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