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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fulmito Jun 29. 2023

나 홀로 영화 나들이

나는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아니, 아이들을 키우는 동안 영화관을 오래 안 갔더니 어떤 영화가 하는지 그동안 잘 몰랐다. 뮤지컬은 워낙 광고를 많이 해서 눈에 잘 띄고 보고 싶은 뮤지컬은 꼭 가서 보는 편인데, 최근 영화관은 나 스스로 골라서 보러 간 영화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영화를 좋아하는 남편의 선택으로 온 가족이 함께 볼 만한 영화를 보기 위해 온 가족이 함께 나들이를 다녔다. 가족여행에서 밤이 되면 남편이 야심 차게 고른 영화를 함께  보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 많은 휴직 생활 중 아닌가. 이것저것 둘러볼 여유가 생기자 내가 보고 싶은 영화가 눈에 들어왔다. <오토라는 남자> 정말 감명 깊게 읽었던 인생 소설 <오베라는 남자>가 원작인 영화에 톰행크스 주연이라니. 이건 꼭 보러 가야 한다. 가족들에게 보러 가고 싶은지 물었더니 아무도 관심이 없다. 하하. 비가 오는 날 장화를 신고 버스를 타고 영화관을 향했다. 평일 낮시간, 넓은 영화관을 5명이 차지하고 영화를 봤다. 소설을 읽으면서도 눈물깨나 흘렸는데, 영화를 보면서 무방비 상태로 눈물을 흘렸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인데 이렇게 눈물이 날 줄 몰랐네. 주인공의 마음을 읽어버린 나는 처음부터 눈물 흘릴 준비를 하고 영화관에 간 건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 영화는 <애스터로이드 시티>. 영화가 어떨지 몰라 평을 찾아보다가 '어차피 혼자 볼 건데 별로면 어때'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누군가에게 같이 가자고 제안을 하면 그 콘텐츠가 상대방에게도 괜찮을지 더 고민하게 되겠지만, 어차피 나 혼자 볼 건데 깊이 고민할 필요 없겠다. 색감이 아름다운 영화라니, 예술가를 자처한 내게 의미 있는 영화일 거라 단정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남편이 출근하기 전에 먼저 집을 나섰다. 장마철이라고 우산 들고 장화도 신고 나왔는데 비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는다. 혼자 영화 보러 가는 거지만 예쁜 원피스도 꺼내 입었다(이럴 때 후줄근하게 하고 나가면 괜히 우울해진다. 혼자 나가더라도 잘 차려입는 게 좋다). 버스를 타고 내려서 걷는데 문득 '여기 옛날에 허허벌판이었는데'하는 생각을 하다가 혼자 웃었다. 옛날 사람들이 하는 말인데, 이거. 그래도 옆에 누가 있었다면 "고등학교 다닐 때 여기 걸어 다녔는데, 여기 아무것도 없었어"하고 기어이 설명을 덧붙였을 거다. 그러고 보니 내가 타고 온 이 버스, 그때 타고 다니던 만원 버스잖아. 이거 타고 계속 가면 옛날 우리 집이 나온다. 별생각 없이 타던 버스가 무척이나 반갑네. 과거의 우리 집과 현재의 우리 집을 이 버스가 이어 줄 줄이야. 그것도 내 모교를 지나서 말이다. 영화관까지 가는 길 신나게 물웅덩이에 비친 건물들의 사진을 찍었다. 나 물에 비친 모습 되게 좋아하는데. 비 온 후의 산책 자주 즐겨야겠다.

 조조 영화라 5천 원이 할인되었는데, 내 카드로 또 3천 원이 할인되었다. 엇? 7000원 밖에 안 하네. 영화 보러 자주 와야지. CGV에서 할인되는 줄 알았으면 그전에도 여기 올걸. 오늘 새로 개봉하는 영화가 많아서 그런지, 인구가 많은 동네라 그런지, 영화관이 깔끔해서 그런지 오늘은 사람이 꽤 많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광고에 나온 마동석의 "아싸, 벌써 신난다" 이거 완전 내 마음이다. 영화가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 다른 사람들의 평이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다. 색감이 마음에 쏙 들고, 중간중간 귀에 꽂히는 명대사가 가득하다. 예쁜 원피스를 입고 온 덕에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께 학생이라는 오해(?)도 받았고. 영화 보고 나와서는 좋은 곳에 자리 잡고 마음에 드는 그림도 그렸다. 집에 오는 길엔 시험 마치고 올 아이들을 위해 추로스도 샀고. 모든 것이 완벽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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