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많은 만남들이 미루어지고 또 미루어졌다. 그렇게 소원해지는 관계도 생기고 잊히는 관계도 생긴다. 여전히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지만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며 친구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2년 전 함께 근무하며 만나 3명이 마치 삼총사처럼 뭉쳐 다닌 동료들이 있다. 너무 재미있게 지냈는데 만난 지 겨우 1년 만에 그중 한 명이 경기도로 옮겨가며 작별을 하게 되었다. 이별 여행이라며 대만 여행을 준비했는데 직전에 코로나가 터졌다. 결국 대만 여행을 취소하고, 아쉽기는 하지만 제주도라도 다녀오자며 마스크를 쓰고 2박 3일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더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함께 깔깔깔 웃으며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더랬지. 대학을 졸업한 후 학창 시절과 같은 친구관계를 만나기는 처음이었다. 나이 마흔이 넘어 직장에서 만나서 이렇게 쿵짝이 잘 맞다니. 하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지난 2년 동안 만날 기회를 틈 타 보았지만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
벼르고 별러 2년 만에 얼굴을 보자고 마음먹었다.동대구역에서 친구를 만나기 위해 지하철까지 걷고 몇 코스 지하철을 탄 후 내려서 또 걸었다. 오늘도 칼바람을 뚫고 1시간을 걸어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긴 원피스를 입고 가방을 주렁주렁 맨 그녀를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봤다. 하나도 안 변했네 하며. 3년 사이에 흩어져 모두 다른 곳에서 근무하게 된 삼총사가 드디어 뭉쳤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늘 하던 우리만의 방식이 있다. 자연스럽게 나를 따라오며 어디로 가는지 묻지도 않고 서로 안부를 묻느라 여념이 없다.
나는 장소에 대해 알려주지 않고 데리고 가는 것을 좋아한다. 일단 차에 태우고 출발을 하는 거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나의 재미와 기대로 가득 찬 그들의 호기심이 찰떡같이 들어맞았다. 내가 데려가는 곳마다 아이처럼 손뼉을 치며 좋아해 주던 그들을 오늘도 자신만만하게 이끌고 세찬 바람을 뚫는다. 다만 그 장소는 나도 처음 가 보는 곳이라 길을 헤매기도 한다. 지도 탓을 하고 이리저리 기웃대며 예쁜 카페에 도착했다. 오늘도 예외 없이 나의 장소 선정 능력을 인정해주며 자리를 잡았다. 2년 간 밀린 이야기가 많다. 그 사이 전화 통화를 간혹 하기도 했지만 전화 통화로는 다 나누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코로나가 끝나면 2년 전에 가지 못한 가오슝에 꼭 같이 가기로 했는데 도대체 이 놈의 코로나는 끝이 나기는 나는지 모르겠다. 누구를 만나도 코로나 녀석이 가장 큰 주제인 것이 속상하기도 하다. 백신 후유증 이야기는 너무나 마음 아프다. 우리의 일상을 앗아간 것도 모자라 백신 후유증으로 건강까지 위협한다. 혹은 무언가 나쁜 영향이 있는데도 2차, 3차 접종을 하며 간을 졸이기도 한다. 서로가 안전하기를 건강하기를 빌 뿐이다.
근처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겼다. 예전엔 아무렇게나 같이 나눠 먹던 음식들 사이에 덜어먹기 위한 수저를 더 부탁드렸다. 음식을 먹는 동안 마스크로 가려졌던 얼굴이 드러난다. 그동안 보고 싶었던 이제는 낯설어진 얼굴들이다. 조심스럽게 음식을 먹고 재빨리 다시 마스크를 쓴다. 마스크를 벗고 스스럼없이 남의 빨대로 음료를 빨아먹던 시절이 다시 올까?
버스 정류장에서 한 명을 먼저 배웅했다. 지금 헤어지면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아쉬움이 가득하다. 그녀를 보내고 둘이 지하철을 타러 간다. 그녀가 경기도로 가고 처음으로 둘이서만 카페에 갔던 날이 떠오른다. 늘 셋이었기에 그날 우리는 무척 허전했었지. 저 멀리 83 타워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한참이나 그녀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코로나를 뚫고서라도 이렇게 우정을 유지할 수 있어 다행이다. 차가운 겨울밤 공기를 맞으며 지하철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오는 내내 여전히 마음이 따뜻하다. 마음을 나눌 친구들이 있어 행복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