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친구들과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는데, 백신 패스 또한 부작용이 있다. 나 같은 미접종자는 코로나 검사를 해야지 친구라도 만날 수 있다 보니 백신 패스가 유효한 3일을 알뜰하게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3일 동안 약속을 마구 잡아버린다. 하루에 약속 두 건이라니. 하하. 이게 뭐람. 하지만 방학 때는 꼭 한 번 만났던 친구들이다. 이번에도 놓칠 수 없지.
아침에 앞산에서 약속을 잡았다. 차를 가지고 가면 20분이면 충분하지만 걷는 게 목적이니 일단 차는 두고 가기로 한다. 걸으면 1시간. 아침 이른 시간에 1시간 전에 나서기는 실패다. 차선책으로 버스를 택했다. 덕분에 조금 늦긴 했지만 3명 중 2등으로 도착했으니 이 정도면 양호하다. 늘 1등으로 오는 친구를 이길 일은 어차피 없다.
아가들이 다 같은 또래라 아이들 데리고 자주 놀러도 가고 1박 2일로 자연휴양림도 연중행사처럼 다니곤 했는데, 그 역시 코로나로 2년째 중단되고 말았다. 이제는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이 단연 가장 큰 대화 주제다. 사춘기 때는 무조건 엄마는 싫다는데 아이들이 엄마가 싫으면 엄마 또한 힘들어지는 건 불 보듯 당연한 일이다. 엄마들의 하소연과 위로, 격려가 이어진다. 이럴 때는 엄마 연대가 필요하다.
브런치 먹기로 해 놓고선 다들 배 안 고프다며 커피만 시키겠단다. 난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해서 이유 없이 끼니를 거르지 않는 편이다. 체중조절이 필요하다고 느꼈을 때 저녁을 가볍게 먹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무도 식사 메뉴 안 시킨다고 아침을 거를 이유는 없지만, 방학 때 살 빼겠다고 매일 걸어 다니는데 아무도 식사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나 혼자 뭔가 먹으려니 약이 오른다.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으나 나도 카페라테만 한 잔 주문했다. 아침을 안 먹어도 배가 고프지는 않구나.
집에까지 걸어간다고 하니 중간까지라도 태워주겠다는 친구를 억지로 말리고 씩씩하게 카페를 나섰다. 친구들과 헤어지고 그림도 한 장 그리고 가고 싶었지만 신나게 수다 떨다 보니 아이들 점심 챙겨줄 시간도 빠듯하다. 1시간 거리를 45분 만에 끊어내며 신이 난다.
점심 먹자마자 저녁 준비도 해 둔다. 친구들 만나러 다니느라 바쁘다. 저녁 약속도 역시 걸어서 집을 나선다. 친구네 치과에 진료 예약을 잡아 두었고, 치료 후에 친구랑 저녁을 먹을 생각이다. 걸어서 30분 거리다. 왕복이면 1시간이니 오늘 2시간 목표는 충분히 채울 수 있겠다.
치과 마지막 손님으로 스케일링을 받고 원장실에서 수다를 떤다. 역시 코로나 녀석이 주제에서 빠지지 않는다. 미접종이라 친구들 만나려고 코로나 검사를 한다는 얘기에 친구가 깔깔 넘어간다. 지금까지 무서워서 백신을 맞지 않으신 어머니와 언니가 최근 백신 패스 때문에 1차를 맞으셨단다. 백신 패스가 정부가 의도한 효과를 내기도 하는 모양이다.
친구네 치과에서 저녁 시켜 먹고 한참을 떠들다 보니 밤이 깊어간다. 내일도 출근을 해야 하는 친구를 위해 이쯤에서는 일어나야 한다. 걸어간다는 나와 밤길 위험하다고 태워주겠다는 친구와 다시 실랑이를 벌인다. 2시간 걷기 채우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나를 배웅하며 집에 도착하면 카톡 하라며 당부한다. "야~ 우리 엄마한테도 도착 문자 안 보내." 하면서도 친구의 마음이 고맙다. 집에 오는 길 장까지 봐서 씩씩하게 도착한 아줌마는 성실하게 친구에게 문자를 보낸다. "엄마, 저 집에 잘 도착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