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포기할 생각을 품고 새로운 도전 과제를 고민하는데 120여 년 전에 미국에 자동차회사를 세워 교통혁명을 주도한 인물의 말이 생각났다.
실패는 더 지능적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헨리 포드-
지금도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묘한 압력'에 떠밀려서 5년 전에 주식공부를 시작하던 당시의 초심을 떠올렸다.
행운은 준비와 기회의 만남이다. → 준비 + 기회 = 행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준비는 공부다.
공부라면 주식 책을 읽을 만큼 읽고 주식강의를 들을 만큼 들었다.
그런데도 수익이 형편없었다면 학습의 방향이 잘못된 것이다.
그렇다. 서울에서 부산을 가려면 경부선을 타야 하는데 호남선을 탔다.
군인이면 사격술을 익혀야 하는데 주야장천 사격자세만 연마하였다.
기회는 주어지는 것이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기회가 주어져도 일찍 알아채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기회가 왔을 때 남들보다 빨리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는 법이니 기회가 드나드는 시장을 파헤쳐보자.
행운은 매매의 결과다
행운이 따르지 않았다는 것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줄을 모른다는 뜻이다.
탐욕에 떠밀려서 비싸게 샀다가 공포에 짓눌려서 헐값에 팔기 때문이다.
탐욕과 공포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껏 사고파는 법을 아는 것이 급선무다.
준비, 기회, 행운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던졌더니 미로처럼 복잡하고 헷갈리던 주식투자의 전 과정이 <그림 1>과 같이 3단계로 압축되었다.
둔재는 복잡하고 천재는 간명하다.
지금까지는 둔재로 살았지만 앞으로는 천재처럼 살아보자.
천재처럼 살기 위해서는 생각과 행동을 본받을 롤 모델이 필요하다.
내가 평상시 가장 훌륭한 롤 모델로 여기는 인물은 겨레의 스승인 세종대왕이다.
그렇다면 세종의 어깨에 올라타서 세종의 관점과 시각으로 주식시장을 바라보자.
잠시 기억을 되돌려보면, 2014년 12월에 직장을 은퇴한 뒤로 방대한 분량의 세종실록 반복해 읽었다.
당초에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공부가 1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세종의 ‘일하는 방식’에 매료되었다.
세종실록에서 터득한 지식들을 토대로 네 권의 저서(브런치북 1권 포함)와 열 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 내용을 간추려서 각급 형사사법기관 종사자들에게 강의와 글을 통해 전파하였다.
왕세자이던 맏형이 아버지의 미움을 사는 바람에 아무런 준비 없이 임금이 된 세종은 정치, 외교, 국방, 경제, 사회, 과학, 교육, 복지 분야의 복잡하고 어지러운 문제들을 능숙하게 처리했다.
세종은 매우 어려워 보이는 일을 쉽게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신하들은 백성들이 한자를 몰라서 소통에 불편을 겪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때 세종은 모든 국어를 편하게 적을 수 있는 훈민정음을 창제하였다.
앙부일구와 자격루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시계를 발명하여 백성들의 생업과 군대의 이동과 작전수행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세종은 대체(大體)를 알고 일을 풀어가는 역량이 특출하였다.
‘대체’는 사물이나 일의 처음과 끝 혹은 중요한 부분과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대체를 잘 알았다는 말은 매사를 효율적(능률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이 뛰어났다는 뜻이다.
세종은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그 일의 본질과 맥락을 파악하고 급무, 선무, 급선무를 가려서 시급한 순서로 실행에 들어갔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니까 헛되게 날려버린 줄 알았던 나의 5년이 소중한 자산이 되어서 다채로운 착안과 왕성한 활력의 밑거름이 되었다.
가장 먼저 이전에는 까맣게 모르고 살았던 새 길이 보였다. 그 길은 북극항로처럼 얼음에 막혀서 배가 다닐 수 없다가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서 생긴 것이 아니고 전에도 있었던 것을 운 좋게 찾은 거였다.
마치 산을 오를 때는 내가 선택한 경로와 주변의 경치 밖에 못 보다가 정상에 이르면 사방의 험준한 계곡과 숲들이 연출하는 절경이 가만있어도 저절로 한눈에 잡히는 것처럼.
한 번 거인의 어깨를 타서 보니까 자신의 높은 어깨를 아무 조건 없이 통 크게 공유물로 내놓은 거인이 나라 안팎에 무수히 많았다. 명성으로 말하면 세종에 비할 바가 못되지만 세종의 '나눔 정신'을 본받은 이가 도처에 흔했다.
거인들의 어깨에 한 번 올라탈 때마다 신기할 정도로 놀라운 일들이 시야에 잡혔다. 내 관심사인 주식시장이 돌아가는 모습도 한눈에 잡혔다.
땅을 딛고 주식시장을 바라볼 때는 내가 아는 것들도 희미하게 보이더니 거인의 어깨 위에서는 주식시장의 만사가 어항 속의 물고기처럼 훤히 들여다보였다.
만약 세종이 환생해서 주식투자를 한다면 어떤 식으로 할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더니 하늘과 조상님들이 도와주지 않고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기적’이 생겼다. 기적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천우신조(天佑神助)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비유를 들자면, 성(姓)이 달라서 생판 남인 줄 알았던 사람이 외사촌(혹은 고종사촌이나 이종사촌)으로 밝혀진 경우처럼, 주식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줄 알았던 세종의 통치행적에서 <그림 2>와 같은 투자모델을 찾았다.
그림은 세종실록에 적힌 세종의 다양한 면모 중에서 ‘만약 세종이 환생해서 주식을 한다면 틀림없이 그렇게 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행동들을 순서를 따져서 열거한 것이다. '필승투자 4단계'는 기억하기 쉽게 임의로 붙인 이름이다.
첫 번째의 온고지신은 옛것을 익혀서 새것을 아는 것으로『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말이다. 세종은 온고지신으로 나라의 기반을 튼튼히 다졌다.
두 번째의 지피지기는 경쟁 상대(적)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나의 대응역량을 분석하는 것이다. 주지하듯이 손자병법의 핵심 중 핵심이다.
세 번째의 지시는 일을 추진(진행)하기에 적합한 시기나 시점을 아는 것이다. ‘Life is timing’이라는 영어 격언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네 번째의 선발제인은 상대방(적)이 쳐들어오기 전에 먼저 공세를 펼쳐서 먼저 승기를 잡는 것이다. 선제타격, 기선제압 등의 의미와 비슷하다.
세종이 모든 국정을 <그림 2>와 같은 순서로 처리한 것은 아니다. 위의 순서를 거치지 않고 처리한 사안도 많고 두 단계 이상이 겹친 경우도 많다. 하지만 정치, 외교, 국방, 민생, 치안 등과 직결되는 굵직한 정책은 거의 예외 없이 <그림 2>의 순서를 거쳤다.
세 번째 단계인 ‘지시’만 특별히 색칠을 한 것은 4단계의 핵심임을 강조한 것이다.
온고지신, 지피지기는 덜 중요했기 때문이 아니다. 행동할 때를 모르면 바로 전 단계인 지피지기도 성취하는 단계인 선발제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림 2>는 준비단계와 행동단계로 압축이 가능하다. 앞의 세 단계는 온고(溫故)를 통해 지신(知新)을 하는 것이고, 마지막 단계인 선발제인은 온고지신으로 습득한 지식과 정보로 ‘행운의 문’을 여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림 3>은 세종이 환생하여 주식투자를 한다는 가정 하에, 주식공부에 대한 나의 자성(自省)의 결과(그림 1)와 세종의 통치행적(그림 2)을 체계적·유기적으로(systematically·organizationally) 결합한 것이다.
맨 앞의 온고(溫故)는 독서·소통·융합 등을 뜻하고 두 번째의 지신(知新)은 깨달음이라고 할 수 있다. 세종은 광폭의 다독(多讀)을 통해 옛것을 살피고 적극적 경청과 격의 없는 토론을 통해 지피·지기·지시를 하였다.
<그림 3>을 완성하고 나서 「세종실록에서 찾은 주식투자 정석」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정석’이라고 썼지만 읽기는 ‘금맥’으로 읽는다.
종전의 내 투자는 막연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갈피를 잡을 수 없게 추상적이고 아득하였다. 모든 단계와 과정이 뚜렷하지 못하고 어렴풋하였다. 책과 강의를 통해 많은 지식을 쌓았지만 실전에 유용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주식으로 자산을 늘려보겠다고 나섰으면서도 자금을 불리겠다는 야심보다 ‘본전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을 떨치지 못했다. 그래서 소신투자를 못하고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투자패턴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림 3>의 세 단계는 흐리멍덩한 추상적 개념이 하나도 없고 방향성이 확실하다. 모두가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면서 구체적이고 창의적이고 진취적이다.
남을 설득하는 데 필요한 논리는 5년의 주식공부와 10년의 세종공부에서 쌓은 지식으로 충분하다고 판단되어 지금은 수익을 올리는 데 필요한 기량을 쌓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므로 다음 호에 이어지는 제2장에서는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세종실록의 명장면들을 둘러보는 것으로 ‘주식투자 정석’ 탄생의 배경에 대한 설명을 대신하겠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에 육백 년 전 이야기가 생뚱맞고 뜬금없게 들리면 잠시 머리를 식힌다 생각하고 차분히 읽어보시라. 틀림없이 일석이조 이상의 수확이 뒤따라서 읽어보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렇더라도 너무 많은 내용을 들추면 지루할 수도 있을뿐더러 독자의 귀중한 시간을 강제로 빼앗는 것일 터이니 핵심적인 것들만 발췌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