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주식시장의 맨얼굴-오염

1. 오염과 문란

by 조병인

주식시장(Stock Market)은 기업이 발행한 주식이 거래되는 유무형의 장소를 말한다. 주식시장은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를 자금으로 전환하고, 투자자에게는 자산 증식의 기회를 제공한다.


기업은 주식을 발행하여 투자자로부터 직접 금융 방식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는 그 주식을 사고 팔며 시세 차익이나 배당 수익을 얻는다. 주식시장은 단순히 기업에 대한 권리를 사고 파는 공간의 역할을 국가의 경제와 관련된 다양한 기능을 담당한다.

한마디로 주식시장은 기업이 은행 대출에 의존하지 않고 사업 확장에 필요한 거액의 자금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과정에 가계나 개인 투자자가 기업의 성장에 참여하여 그 성과를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자산 운용의 기회를 제공한다.

주식시장은 성장성이 높고 우량한 기업에 더 많은 자금이 흘러 들어가게 함으로써 국가 경제의 효율성을 높인다. 따라서 주식시장은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떠받치는 근간으로 인식되지만 그 내면은 야수들의 각축장처럼 냉혹하고 살벌하다.


주식이 거래되는 주식시장은 장래에 성장이 기대되는 우량주를 저렴하게 사놨다가 가격이 비싸지면 팔아서 고수익을 거두려는 개인 혹은 집단들이 치열하게 두뇌싸움을 벌이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이미 밝혔듯이, 주식시장은 남의 계좌 돈을 자기 계좌로 옮기기 위한 탐욕과, 반칙, 속임수가 불꽃을 튀기는 치열한 각축장이다. 비유를 들자면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 밀림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주식시장은 성별·연령·체급·기량을 구분해서 공정한 심판의 엄정한 감시 하에 기량을 겨루는 스타디움(stadium) 같은 곳이 아니다.


경쟁에 참여한 선수들의 국적·성별·나이·소속·학력·직업·재력·경험·전략·전적 등이 모조리 가려진 링에서 각자 알아서 재주껏 승리를 거둬야 하는 블라인드 게임이다. 그 게임을 진행하는 동력의 태반은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탐욕에서 생긴다.


주식시장에는 허기를 채우기 위해 먹이감을 물색하는 무자비한 포식자들이 굶주린 맹수처럼 어슬렁거린다. 도처에 덫과 함정이 숨겨져 있고 독충과 독뱀 같은 천적들이 우글거린다. 저마다 숨을 죽이고 기회를 노리다가 어리숙한 투자자가 포착되면 번개처럼 달려들어 한입에 집어삼킨다.


포식자의 유형도 매우 다양하다. 사회지도층을 자처하는 학자, 정치인, 법조인, 고위 공무원, 기업인, 시민운동가, 종교인 중에도 아군으로 위장한 적군이 많다. 최근 뉴스를 장식한 사례들만 모아도 그 수가 차고 넘친다.


공정한 감시자를 자처하는 언론도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다. 경제부 기자가 취재과정에서 호재를 미리 알고 회사의 주식을 매매해 수익을 얻거나 주가를 띄우기 위해 홍보성 기사나 뉴스를 내보낸 의혹이 자주 불거진다.


상황이 그런데도 주식투자에 나선 개인이나 집단은 자산을 불리겠다는 욕구가 강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손유한 것을 잃게 될 위험을 무릎쓰고 자산을 불려볼 욕심으로 주식시장에 기꺼이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탐욕(貪慾)은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갖고 싶어 하고 또 구하는 마음을 일컫는다. 자기의 뜻에 맞는 일이나 물건을 애착하여 탐내고 만족할 줄 모르는 것을 말한다.


불교에서는 탐욕에 분노와 어리석음과 합쳐서 삼독(三毒)이라고 한다. 독(毒)은 화학 물질 중 생물에 해롭거나 치명적인 물질이다. 그러므로 탐욕은 만수무강에 도움이 되기보다 지장을 줄 개연성이 높다.


박병창이 펴낸 『박병창의 돈을 부르는 매매의 심리』라는 책에 인간의 탐욕 본능을 알기 쉽게 설명한 대목이 나온다(83-86쪽).


어떤 노인이 칠면조를 잡기 위해 덫을 설치했다. 커다란 나무상자의 한쪽에 문을 내고 밧줄을 묶어서 멀리 떨어져서도 문을 여닫을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런 다음 상자 안에 칠면조가 좋아하는 옥수수를 한 바가지 놓아두고 문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밧줄을 잡고 상자로부터 떨어진 곳에 몸을 숨겼다. 칠면조들이 옥수수를 먹으러 상자 안으로 들어가면 밧줄을 당겨서 문을 닫고서 칠면조들을 포획하기 위함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열두 마리의 칠면조가 옥수수를 먹기 위해 상자 안으로 모여들었다. 노인은 한 마리만 더 들면 밧줄을 당기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때 한 마리가 밖으로 나와서 상자 안의 칠면조가 열한 마리로 줄었다. 노인은 열두 마리였을 때 문을 안 닫은 것을 후회하며 상자를 나온 한 마리가 다시 상자 안으로 들어가기를 기다렸다.

그러는 사이 두 마리가 또 밖으로 나와서 상자 안에는 아홉 마리가 남았다. 노인은 열한 마리로 끝내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자신의 어리석음을 자책했다. 하지만 여전히 상자를 벗어난 칠면조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한 마리라도 더 들어가면 눈 딱 감고 문을 닫기로 결심을 굳혔다.

그런데 한 마리가 더 들어가기는커녕 세 마리가 한꺼번에 상자를 나왔다. 노인은 처음에 열두 마리를 잡을 수 있었던 순간을 잊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하며 똑같은 계산을 반복하다 종당은 마지막 한 마리까지 놓쳤다.

박병창은 위와 같은 ‘노인과 칠면조’ 이야기를 적고 나서 주식투자자들 중에도 과하게 욕심을 부리다 낭패를 당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였다. 그 요지는 아래와 같다.


주식투자 초보자 중에도 덫에 걸린 칠면조 열두 마리를 모두 놓쳐버린 노인을 닮은 사람들이 많다. 주식을 매수할 때는 고도로 신중하게 결정을 하고서도 막상 수익이 나면 욕심과 미련의 덫에 걸려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멈칫거리다 도리어 손실을 보는 초보자가 태반이다.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가격이 오르면 주변상황이 모두 자기에게 우호적인 것으로 해석되고, 주식전문가들도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다.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고수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욕심이 부풀어 매도하려던 결심을 보유로 바꾸는 것이 대다수 초보 투자자들의 공통된 행동패턴이다.

인간이 짐승과 다른 점의 하나로 ‘비축 본능’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야생동물 중에도 먹고 남은 먹이를 숨겨두는 경우가 꽤 있지만 고작해야 몇 끼니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양을 남겨두는 정도다. 번식을 위해 새끼들을 낳아서 기를 때도 마찬가지다.


더더구나 획득한 먹이를 쌓아두었다가 후손에게 넘겨주는 짐승은 없다. 먹이를 오랫동안 신선하게 보관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경쟁자들에게 빼앗길 우려 때문이라기보다 유전자가 그렇게 생겼기 때문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정답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인간은 되도록 많은 것을 모으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생존용 먹이뿐만 아니라 토지·주택·건물·기업·주식·채권·보석·골동품 등 자산가치가 있는 모든 것을 최대한 많이 모으려 한다.


그렇게 모은 것들을 원이 없을 정도로 마음껏 누리고 자식에게 많이 물려준 사람들을 선망의 대상으로 삼는다. 인간의 그런 본성이 문명의 발전을 견인해왔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찬미하며 소유욕을 폄하하거나 혐오하는 시각도 있지만 대다수는 재물을 모아서 풍요와 부(富)가 대물림되기를 바란다.


인간의 그런 습성이 반드시 나쁘다고 하기는 어렵다. 재물을 탐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인류의 발전이 정체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의 근원은 욕심 자체에 있지 않고 욕심의 일탈(deviance, 逸脫)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사회학에서 일탈은 사회적 규범에 위배되는 행동이나 행위를 뜻한다. 공식적으로 제정된 법규에 반하는 범법행위는 물론이고 위험을 수반하는 무모한 도전이나 과도한 욕심도 일탈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탐욕을 경계하라고 권하는 것인데 오만을 부리다가 가졌던 것을 모두 날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굳이 직접 경험해보지 않아도 돈은 소금물과 같아서 탐욕의 고삐를 놓치면 곧바로 거덜이 나게 되어 있다.


투자자들의 탐욕을 편승한 사기범죄가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 기생하는 사기꾼들은 잔꾀에 능하면서 심보와 습성이 음흉한 악당들이 비열하고 파렴치한 수법으로 개인투자자들의 탐욕에 불을 지르고 본전심리를 이용해 마지막 한 푼까지 모조리 알겨먹는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도 사기꾼이 득실거린다. 카카오톡, 네이버 라인, 텔레그램 등 메신저를 활용한 리딩방이 대표적 본보기다.


리딩방은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금융상품(주식, 국내/외 선물옵션, 암호화폐 등)에 대한 매매에 도움을 주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세히 선행매매와 같은 주가조작이나 투자자의 돈을 노리는 사기가 대부분이다.


인공지능(AI)과 딥페이크 기술의 발전 이후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유명인을 사칭하는 리딩방이 부지기수로 많다.


일반적으로 무료 리딩방과 유료 리딩방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양쪽 공히 투자자들의 탐욕을 자극해 사기를 치려는 의도로 개설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료 리딩방은 종목을 추천하는 척하며 주가 조작에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다. 투자를 대신 해 주겠다멸 입금을 받고 잠적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 이 방에 들어가면 주식을 추천하면서 이걸 왜 사야 하는지 굉장히 그럴 듯한 이유를 댄다. 그런데 주식이라는 게 오를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사실상 오르면 리딩해 준 사람의 실력이 되고, 떨어져서 항의하면 강퇴당하거나 바람잡이가 등장한다.


처음에 무료 또는 저렴이방에서 활동하게 하다가 바람잡이가 고액방에서 수익을 올렸다는 이야기를 솔솔 풀면서 더 많은 돈을 들여 고액방으로 옮길 것을 유도한다. 이 유료방은 대부분 등급제로 운영되는데 청담동 주식부자로 알려졌다가 사기 혐의로 징역을 선고받은 이희진이 리딩방 등급제를 운영한 것으로 유명하다. 고액방은 연간 회원권이 수천만 원에 달했다.


유료 리딩방은 그 자체로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사기를 치고 잠적하는 일이 다반사이고, 리딩방을 따라하여 돈을 벌었다는 사례도 존재하지 않는다. 퍼대를 받고 리딩방에 입장하면 리딩방 덕분에 부자가 되었다는 인증 사진과 후기가 줄줄 나온다. 하지만 전부 바람잡이이고 사진은 모두 합성된 것이다.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자본시장법) 제4편(불공정거래의 규제)은 증권시장에서 내부자거래, 시세조종, 부정거래 같은 불공정거래를 금지하고 위반자들을 엄벌에 처하게 한 것은 그런 행위로 인해 여러 사람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 분석에 따르면, 증권시장에서 발생하는 불공정행위 수법이 매우 다양하며 새로운 유형의 불공정거래행위가 계속 등장하여 단속, 적발, 재재에 주력하고 있다. 다양한 유형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신고자 포상제도를 적극 시행하면서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

● 증권회사 직원이 허위사실 유포 등 부정거래 행위 사례

○ 사건의 개요


증권회사 직원 A와 A가 운영하는 O 메신저 주식대화방에서 알게 된 일반투자자 C,D,E 등 5인은 자신들이 운용하는 계좌에서의 매매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20XX년 6월∼8월 기간 중 7개사 주식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허위 풍문을 작성하여 미OO 메신저, 인터넷 증권게시판, 보도자료 사이트 등을 통해 유포하고, 이러한 허위 풍문을 유포한 후 주가 및 거래량이 급등한 시점에 자신들이 사전에 매수하였던 주식을 처분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득하는 등 주식거래와 관련하여 부정거래 행위를 하였음.

○ 투자자 유의사항


일명 사이버 애널리스트 중 일부는 미리 해당 주식을 사두고, 자신의 회원들에게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해당종목을 추천하고 주가가 오르면 미리 매수해 두었던 종목을 매도하여 이익을 얻는 경우가 있으며, 이러한 행위는 부정거래행위로 엄중한 형사제재를 받을 수 있음. 인터넷 게시판, 주식 카페, 주식대화방에서의 종목추천은 이처럼 악의적인 목적을 가지고 이뤄지는 경우가 있으니 신중하게 판단하여 투자해야 하고, 의심이 드는 경우에는 금융감독원 또는 한국거래소의 불공정거래 신고센터로 제보하는 등 적극적 조치를 취해 주시기 바람.


* 금융감독원>민원·신고>불법금융신고센터>증권불공정거래신고>불공정거래

주식시장이 이처럼 위험하고 살벌한데도 주식을 가르치는 이들은 화려한 경력을 앞세워 지능적 수법으로 무책임한 희망 고문을 멈추지 않는다.


이른바 ‘고수’라는 사람들이 TV나 유튜브 채녈에서 ‘필살기’라는 이름으로 상승이 예상되는 종목을 추천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예외 없이 사이사이 ‘주식의 매수와 매도에 관한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 본인의 몫’이라는 자막이 나온다. 자기들도 자신의 분석과 예측을 믿지 못한다는 뜻일 것이니, 저열한 잔꾀가 아니겠는가.

유튜브에 주식채널을 개설하고 전문가를 초대해 대담 형식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구촌의 경기흐름과 산업동향을 일거에 깨우쳐줄 것처럼 광고를 붙여놓고는 ‘구독’과 ‘좋아요’ 클릭을 유도하면서 ‘주식의 매수나 매도를 권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자막을 수시로 내보내, 빠져나갈 구멍을 열어놓는다.

주식전문가로 섭외되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는 이들도 자신이 내놓은 분석이나 전망에 대해 책임을 지기는커녕 핑계와 변명을 내세우는 데 천재들이다. ‘절대로 남의 말 듣지 말라.’고 당부할 거라면 자기부터 입을 닫아야 하는 게 아닌가. 또, 모든 주식을 가르치는 사람마다 그렇게 말한다면 주식선생이 필요치 않다는 뜻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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