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즐거운 꿀벌 May 13. 2024

낮에는 구름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출처 Pinterest

작성일 2023.1.25.


신명기 9:22-23


이틀이든지 한 달이든지 일 년이든지 구름이 성막 위에 머물러 있을 동안에는 이스라엘 자손이 진영에 머물고 행진하지 아니하다가 떠오르면 행진하였으니 곧 그들이 여호와의 명령을 따라 진을 치며 여호와의 명령을 따라 행진하고 또 모세를 통하여 이르신 여호와의 명령을 따라 여호와의 직임을 지켰더라


오늘은 들어온지 3주 정도 된 직원이 네번째 결근을 해서 집으로 보냈다.(해고) 평소 일을 할 때 시도 때도 없이 먹고, 놀면서 일하고, 피곤하면 소리없이 사라져 올라가서 쉬고(함께 같은 집에서 사는 직원이다) 며칠 전에는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나가서 여러가지로 경고를 했는데 월요일이 되자 또 쉬겠다고 해서 결정을 하게 되었다.


이번 주는 김치 출고량이 갑자기 줄어들어 오늘은 김치를 담지 않았다. 가끔씩 출고량이 줄어들면 김치를 담지 않는 날이 있기는 했지만 이번주처럼 출고량이 저조한 때는 없었던 것 같다. 매일 김치를 담다가 이렇게 담지 않는 날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여겨졌는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매일 김치를 담아서 판다는 것이 더 신기하고 기적같은 일임을 알게 되었다. 


김치가 나가는 양은 그날 그날의 주문에 달려있기에 장기적인 예측은 큰 의미가 없고 그럴 여유도 없다.출고량에 따라 그 다음날 스케줄이 결정이 되고 특별히 양이 적을 때면 내부적인 정비를 어떻게 해야할지 급작스럽게 고민하고 결정하게 된다. 정말 하루살이의 삶이 이런게 아닌가 싶다. 지난주부터 출고량이 속도가 줄면서 남는 시간에 그동안 손이 닿지 않은 곳들을 청소하고 있다. 생산 결과물이 보이지 않는 시간이지만 우리의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하고 윤활유가 되는 꼭 필요하고도 귀한 시간이다. 


오늘은 다른 종류의 김치를 조금 담고 청소를 하고 시간이 남아서 그동안 계획했던 언어 교육을 시작했다. 6년 동안 계획하고 조금씩 준비하고 시도해왔지만 그동안 간헐적으로 교육을 받은 직원들은 다 없고 지금 있는 16명의 직원은 다 새로운 직원이다. 다들 어린 나이이고 현지어를 읽고 쓰는게 서툴다. 얼마전 제본을 해 둔 교재와 노트, 펜을 준비하고 오티를 시작하는 순간 뿌듯함이 올라왔다. 제본도 표지 사진까지 고심하여 골라서 레벨별로 나누어 준비했고 노트도 옆 나라에서 샘플로 받은 것이었고 볼펜도 옆 나라에서 공수해온 것으로 하나 하나 아이템에 수고와 땀이 깃들여있고 이것이 모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각자가 레벨이 다르기에 어떻게 혼자서 공부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주었다. 보통은 장난도 치고 잡담도 하는데 쥐죽은 듯이 조용하게 각자가 자기 공부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았다. 


짬이 나지 않아 시작하지 못했던 한국어, 영어도 다시 시작을 공표했다. 한 명도 빠짐없이 다들 배우겠다고 한다. 항상 시작은 이렇게 하지만 이것을 꾸준히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사람을 키우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포기하지 않고 해보련다. 이제는 직원들을 가르치고 훈련시키는 것에 집중해야 할 때 인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는 새로운 직원들은 기존 직원이 교육을 할 수 있게끔 역량을 키우려고 한다.


하루 하루만 바라보고 그날 그날 계획하고 결정하고 실행하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낮에는 구름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순간 순간을 살아가는 이스라엘 백성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