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우리 남은 여정에 햇빛이 가득 들수 있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중국 언론에서 암 환자 생존 사례가 잇따라 보도되면서, 과거 이들의 사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산시성 출신 여성인 24살 왕샤오는 요독증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그가 만약 신장 이식을 받지 못하면 1년 밖에 살 수 없다고 했고
가족 중에 적합한 기증자가 없어 절망하던 그는, 최후의 방법을 썼다.
암 환자 지원 단체 게시판에 "말기 암 환자 중 결혼을 받아줄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올린 것이다.
조건은 사망 전까지 자신이 정성껏 돌보겠다는 것, 그리고 사망 후에는 신장을 기증 받는 것이었다.
왕샤오는 "용서해주세요. 저는 단지 살고 싶어요"라고 썼다.
며칠 뒤, 정말로 답장이 왔다.
당시 27살, 혈액암을 앓고 있던 위젠핑이었다.
그는 이미 어머니를 잃었고, 아버지는 치료비를 마련하려고 집까지 팔은 상태였다.
약물 치료에 의존해 간신히 버티고 있을 뿐인 그에게, 왕샤오의 제안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결국 두 사람은 2013년 7월, 조용히 비밀 혼인신고를 했다.
위젠핑은 사망한 뒤에 신장을 왕샤오에게 기증하고, 대신 왕샤오는 위젠핑을 돌보기로 했다.
그의 사후에는 아버지까지 챙기기로 했다.
처음에는 서로 생존을 위한 '계약 결혼'이었지만, 두 사람은 생각보다 잘 맞았다.
왕샤오의 장난기 어린 성격, 낙관적인 태도는 위젠핑을 웃게 했다.
위젠핑은 왕샤오를 위해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다.
점차 두 사람은 서로를 진지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왕샤오는 위젠핑의 수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꽃을 팔기 시작했는데, 두 사람의 사연이 알려지며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수술을 받은 위젠핑의 상태가 점차 안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왕샤오의 건강 역시 회복세를 보였다.
신장 투석 횟수가 주 2회에서 월 1회로 줄었고, 곧 의사는 더 이상 신장이식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2015년 2월, 회복을 기념하며 공개 결혼 피로연을 열었다.
현재 두 사람은 산시성 시안에서 꽃집을 운영하며 조용하고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이야기는 지난해 영화 '우리 함께 태양을 흔들자(我们一起摇太阳)'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해외 제목은 스페인어로 Viva la vida!(인생이여 만세!)다.
<여기서부터 내 감상평 시작>
우연히 이 기사를 접하고 "아, 이런 영화같은 이야기도 있구나"하고 지나친 다음날, 실제 주인공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맨위) 사진을 보고 나는 다시 기사를 몇번이나 정독했다. 주인공의 얼굴에서 품어져 나오는 만감이 교차하는 매력에 사로잡혀 이들의 인생을 며칠동안 조용히 곱씹어 깊이 상상해보는 은밀한 행복에 빠져있었다.
영화로도 만들어질만큼 영화보다도 더 영화같은 스토리다.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겠거니 해서 영화를 볼까 하다가 내가 받은 감동에 찬물이 끼얹혀질까봐 영화는 보지 않기로 했다. 영화 포스터만 보아도 뭔가 감동이 싸늘해져 간다.
어떤 연기로도 죽음의 문턱에서 삶과 사랑에 대한 간절한 열망과 열정을 흉내내기가 어려우리라.
실제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삶을 조명해 볼 때 어떨는지 모르겠지만,
제3자의 눈으로 볼 때는 이들의 삶과 사랑이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돈이 없고 병들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그들에게, 서로를 목숨으로 의지해야 했던 간절하고 절박한 삶의 온기가 그들을 누구보다도 간절하고 소중하고 애뜻하게 품어주었을 것이다.
우리가 삶에서 고난과 위기, 역경을 만나 그 속에서 죽고 싶고 비참하고 애통한 순간들이 영화로 상영이 되면 관람객들은 정신을 차리고 손에 땀을 쥐며 흥미진진하게 본다. 같은 장면을 나와 남이라는 관점의 차이로 이렇게 다르게 볼 수 있다니. 내 삶의 고난과 위기를 관람객으로 즐길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다시 주인공의 삶으로 돌아가서,
젊은 나이에, 돈도 없고 건강마저 잃어 이제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사랑이라는 사치는 꿈도 꿀 수 없다. 살아갈 날을 소망하는 것 조차 사치다.
삶의 벼랑 끝에서 같은 처지인 두 사람이 만났다.
건강도 돈도 없다. 남은 시간도 생명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서로의 기가 막힌 처지를 공감하는 마음이 서로를 밝고 따뜻하게 비추었다.
그들에게 무엇 하나 누릴수 있는 권리가 없어 보였지만,
그들은 주어진 하루 속에서 웃고 서로를 진심으로 보살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했다.
그리고 그 작은 일은 서로에게 모든 것이 되어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을 주었을 것이다.
주변에게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살 정도로 비정상적이고 처절한 삶의 환경이었지만,
자신이 가진 매력과 아름다움까지 빼앗기지는 않았다.
그들 스스로 죽어가는 신세지만 사랑할 수 있는 권리, 웃을 수 있는 권리, 하루를 행복하게 지낼수 있는 권리를 굳게 붙잡았다.
뜻밖의 장소에서 사랑하는 대상을 만나고 그 대상이 살아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을 했다.
그러자 상대방이 호전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자기는 죽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물음 앞에 기쁨과 슬픔이 꼬리를 물고 소용돌이를 쳤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마저도 내가 죽으면 아무 의미가 없기에
나도 필사적으로 살아야만 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스프를 끓이고 꽃을 팔면서, 사랑이라는 호르몬이 망가진 신장과 골수(혈액)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진정한 사랑의 힘이다.
종종 헐리우드 스타들의 사랑이 깨지는 모습들을 본다. 그들이야말로 부족할 것이 없는 조건과 환경인데도 오히려 사랑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은 왜일까? 사랑과 삶의 행복은 소유나 물질, 눈에 만져지는 것이 아니라 고난과 역경 가운데서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아껴주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커플의 삶을 곰곰히 생각해보며 마치 커피를 로스팅해서 드립해 내듯, 그 사랑의 마음을 천천히 로스팅한 후 드립해 보았다. 매일 마주하는 가족과 직원들, 또 멀리 떨어져 있어 통화로만 만날 수 있는 가족들, 오고가며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이와 같은 사랑을 전하고 싶다.
인생에서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삶은, 사랑은 아름답다.
그리고 밝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