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이기는 힘
정신과병원 여자 폐쇄병동에서 간호사로서 근무하면서 얻은 지혜, 소중한 날들, 깊은 인연들을 담은 글입니다.
"선생님, 갑자기 공황이 올 것 같아요... 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스테이션으로 찾아와 불안감을 루틴으로 호소하는 10대 청소년환자인데, 이 날도 공황이 올 것 같다고 하더니 10분 만에 갑자기 침상에서 몸을 부르르 떨며 괴성, 가빠진 호흡, 몸떨림, 죽을 것 같은 공포를 호소하고 있었다.
나도 심한 공황발작 증상은 처음 봐 당황했지만 치료진으로서 안정시켜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내 부족한 지식으로 최선을 다했다.
"숨 쉬세요! 제가 여기 있어요! 선생님들이 여기에 있어요! 진정할 수 있어요! 숨 크게 쉬어봐요! 이겨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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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환자는 가족지지체계가 단단하지 못하고 계부에게 당한 성폭행, 가스라이팅 등으로 깊은 상처가 있었으며 수시로 본인이 살인자가 된 느낌이다, 내 몸이 더러우니 맞아야 한다는 부적절한 사고로 불안감을 호소했다.
안정실에 데려와 안정제 투여 후 조금 진정되는 듯싶더니 이제는 공황재발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며 불안감을 표현해 무작정 내 말을 따라 해 보라고 했다.
"나는 무너지지 않아, 내가 생각하는 것들은 생각일 뿐이지, 사실이 아니야. 나는 이겨낼 수 있어. 나에게는 충분한 힘이 있어. 모두가 나를 도와주고 있어. 반드시 이겨낼 거야"
긍정적인 내 말을 따라 하며 힘을 얻는 것 같다가도,
"근데 선생님... 소리쳤던 저를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요?"
끝없이 호소하는 그녀의 불안을 통해 공황이 단순히 불안한 감정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의 인생을 블랙홀로 끊임없이 몰아넣는 덫 같은 것임을 깨달았다.
(실수해도 괜찮아. 너는 존재 자체로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야. 잘못해도 돼. 있는 그 자체로 사랑받기 충분한 사람이야)
영혼을 사랑하시는 그분의 마음이 느껴졌다.
이 환자도 그분이 본인을 사랑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로는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 내가 기도해 줄 테니 그냥 한 번 믿어보라고 했다. 그리고 자기 전, 그 사랑을 마음으로 느끼게 해달라고 본인도 기도해 보기로 했다.
우리의 삶에서 크고 작은 상처들이 얼마나 크게 지배하는지... 하지만 그 상처들이 독이 될지, 역전스토리의 자양분이 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P.S 근데 독이 되어도 괜찮다. 당신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자양분으로 바꿔주실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