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일지 5

신체화

by 쁘미
정신과병원 여자 폐쇄병동에서 간호사로서 근무하면서 얻은 지혜, 소중한 날들, 깊은 인연들을 담은 글입니다.


정신과일지 5 - 신체화



“배가 아파요… 하 모르겠어요 그냥 몸이 안 좋은 것 같고 힘들어요… 저 수액 놔주세요. 왜 못 놓는데요? 어제도 그랬잖아요. 의사핑계 대려고요?”


바빠죽겠는데 찾아와 힘들다 수액 놔달라 계속 말해 측정해 보니 활력징후 normal, 절차상 당장은 안 된다 하니 계속 따지는 환자가 있어 나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할 거는 태산이고 이 환자는 자꾸 자기 원하는 것만 요구하고! 내 에너지가 너무 빨려가는 느낌이라 나를 위해 다른 일 포기하고 이 환자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감정적으로 흥분된 내 감정을 정리하고 환자의 말을 듣고 보니, 결국 필요한 건 수액이 아니라 대화와 관심이었다.



정신과는 에너지 싸움이다. 누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그 대화와 감정에 집중하느냐이다. 상대방을 내 뜻대로 통제하려고 하면 내 에너지만 소진될 뿐. 인내와 온유함으로 한 발짝 물러서서 내 뜻에 맞추지 않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그리고 제일 가치 있는 대화도 오갈 수 있다.



(p.s. 당신이 그랬듯 항상 인내와 온유함을, 겸손과 듣는 귀를 주세요.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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