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야!
정신과병원 여자 폐쇄병동에서 간호사로서 근무하면서 얻은 지혜, 소중한 날들, 깊은 인연들을 담은 글입니다.
정신과일지 4 -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야!
"선생님,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해요? 저 그냥 죽고 싶어요! 내가 죽는다는데 왜 다들 막는 거예요? 내버려 두면 안 돼요?"
폐쇄병동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환자로 부친과 통화 후, 대화가 뜻대로 되지 않았는지 묵혔던 감정을 토하며 나에게 말한 것이었다.
"★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을 지키려고 하는 거죠..!"
"지키고 말고를 떠나서 그냥 나 혼자 스스로 없어지겠다고요!! 그러면 아무 문제가 없잖아요!!!"
이 환자는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향한 분노를 시작으로 다양한 부정적 감정들을 본인에게 투사하고 있었다.
치료진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말을 해줘야 할 타이밍인데 솔직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머리가 하얘져 그냥 속으로 기도하면서 떠오르는 말들을 내뱉었다.
"아무도 ★의 인생을 판단할 수 없어요. 누구도 ★의 삶을 살아보지를 않았는데 어떻게 그 아픔을 모두 이해하고 잘 살았네 못 살았네를 판단할 수 있을까요? "
‘에-? 이건 물음에 대한 답이 아니잖아? 죽지 않아야 할 이유를 말해달라고 했는데?’
이렇게 나도 정답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했는데, 환자의 눈에는 눈물이 맺히고 고개를 끄덕이며 연신 감사하다고 말하는, 꽤 적극적인 의외의 반응이었다...
‘아, 죽고 싶다는 건 죽게 내버려두라는 게 아니라 살아갈 힘을 달라는 거였구나•••’
(물론 모든 환자가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정신과에서는 A라고 말하면 A가 아닌 B도 함께 봐야 한다. 표면과 다른 그 내면은 어떠한 모습인지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되기에, 오로지 내 힘만으로는 할 수 없다. 그것이 내가 하나님께 기도하는 이유이다. 사랑하게 해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