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
정신과병원 여자 폐쇄병동에서 간호사로서 근무하면서 얻은 지혜, 소중한 날들, 깊은 인연들을 담은 글입니다.
정신과일지 7 - 주도권
"선생님, 머리가 아파요. 몸도 이상하고 뭔가 찌뿌둥해요"
활력징후 정상, 열도 없다. 두통약을 주고 푹 쉬라고 했다.
10분 만에 다시 와서
"선생님, 왜 두통이 안 없어져요? 나 무슨 이상 있는 것 아니에요?"
"약의 효과가 올라올 때까지도 시간이 걸리고, 제가 푹 쉬라고 했는데 왜 계속 친구들이랑 소란스럽게 놀고 있었어요?"
"친구들이랑 별로 안 떠들었어요. 왜 저한테 아무 처치도 안 해줘요? 내가 이렇게 아픈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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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환자들이 간호사실로 찾아오면 기본검사 외에는 해줄 게 없지만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할 것 같은 느낌, 그 환자의 반응에 대한 눈치까지 보게 된다.
이렇게 되면, 환자는 계속 찾아와 본인의 방식대로 치료진들을 움직이게 하는, 일명 주도권을 갖게 되고 치료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신과에서는 주도권 싸움이 흔하다. 내 방식대로 남을 이끌려고 하는 것.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치료진이든 보호자이든 절대로 이끌려서는 안 되며, 무작정 강압적으로 하라는 게 아니라 일관된 규칙 안에서 사랑과 인내로 환자를 주도하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치료진이 얼마나 합리성, 객관성을 갖고 있느냐에 더해, 사랑을 품고 있느냐를 늘 되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