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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작가 Jan 17. 2022

MZ세대와 X세대 사이에 낀 세대의 결혼 분투기

이때쯤엔 결혼을, 이때쯤엔 출산을

Y: 엄마 나 회사에서 중국에 1년 어학연수 보내준대
엄마: 1년씩이나 나가 있으면 한국 오면 몇 살 인거야?
Y: 겨울 동안 여기서 연수받고 내년 봄에 나가는 거니까, 한국 오면 33살?

엄마: 결혼이 자꾸 늦어져서 어째. 안 그래도 네 아빠가 매일 성화데.

Y: 결혼은 뭐 거기 가서 또 좋은 사람 만날 수도 있잖아

엄마: 그래 국제결혼도 요즘은 많이 하더라

Y: 응? 엄마 국제결혼까지 생각한 거야? 그렇게 개방적이었어?



엄마의 기대와 달리 나의 중국 생활은 지극히 모범적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아서 연애를 못 한다는 말은 다 핑계였다. 자취하면 연애할 수 있다며 일장 연설을 늘어놓던 남자 동기도 할 말이 없는 듯했다. 중국에 다녀온 지도 3개월이 지났다. 누구는 함께 연수를 떠났던 동기와 가까워져 곧 결혼한다고 했다. 누구는 상해 중심가 카페에 앉아 공부만 했는데 멋진 중국 청년에게 고백을 받아 장거리 연애 중이라고 했다. 이런 핑크빛 로맨스가 어째서 늘 내게는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30대 초반의 내게는 결혼이 가장 큰 화두이자 풀지 못하는 난제였다.



요즘 사회 경제면 어디든 'MZ세대'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각종 사회 현상에 'MZ세대'를 붙여 규정하려 애쓰는 모습이다. 그중 하나가 저출산 이슈로 MZ세대의 결혼이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고 한탄한다. 실제로 2021년 서울시에서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으로 서울에 사는 MZ세대는 약 343만 명으로 서울시 전체 인구의 35.5%로 서울시의 가장 큰 인구집단이다. 이들은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와 '자녀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질문에 10점 만점에 4점대의 점수를 주었다. 그들의 부모 세대라 할 수 있는 베이비붐세대(1946~1964년생)나 X세대(1965~1979년생)가 결혼과 출산에 긍정적인 것과는 대조되는 결과였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에 태어난 세대를 아우르는 말이다. 적게는 1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까지 넓게 퍼져있는 이들을 하나의 세대로 규정하고 의미를 찾으려는 시도가 어쩐지 내게는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그 세대원이지만 범위안에 가까스로 발끝을 끼워 넣고 있기 때문에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MZ세대를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1980~1994년생을 가리키는 ‘M세대(밀레니얼세대 혹은 Y세대)’와 1995~2004년생을 뜻하는 ‘Z세대’로 나뉜다. 나는 엄밀히 말하면 M세대이고, 그중에서도 전반부 끝자락에 걸쳐있다. 이런 내게 결혼은 해야 하는 것이었고, 자녀는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이때쯤엔 결혼을 하고 이때쯤엔 아이를 가져 부모님이 살아오신 것처럼 단란한 나만의 가정을 꾸리는 미래를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많은 친구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되자 약속이나 한 듯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그랬다. 그들의 배우자는 대부분 X세대에 속했다. 30대 중반이 되어서도 결혼 소식이 요원했던 나는 일반적인 시선에서 크게 문제가 있어 보이기까지 했다. 공부나 취업 등 노력해서 이루지 못했던 것이 많지 않았다. 그 무엇도 친구들보다 내가 뒤떨어진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부모님의 기대에 대부분 부응할 수 있었다. 개인의 능력과 노력 덕분이라 생각했었다. 큰 자만이고 착각이었다. 운이 좋았고 시대의 흐름이 긍정적이었음을 이제야 알겠다.



결혼은 하는 게 맞을까? 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아이가 있는 게 맞을까? 없어도 괜찮을까? 사실 정답은 없다. 앞서 소개한 통계 결과에서도 세대의 과반수 이상은 하지 않는 편을 선택했지만, 여전히 하는 편을 선택한 이들도 존재한다. 지금은 나 역시 당연히 해야 한다는 주위에서 개인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로 바뀌었다. 그러나 한창 결혼 적령기라 불리던 나이에는 '왜 결혼을 하지 못하는가?'로 고심하며 수많은 술잔을 기울였다. 서울에서, 샌프란시스코에서, 상해에서 장소가 어디든 늘 빠지지 않는 이 철학적 논제를 안주 삼아 많이도 마셨다.



결혼 적령기의 나이에 잦은 해외 출장과 장기 파견 등을 이유로 꼽으면 문제의 원인에서 나를 분리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될 사람들은 아무리 바쁘게 전 세계를 돌아다녀도 잘만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역시 개인의 문제였나? 이런 질문 끝에 외모 혐오와 성격 비판이 자연스레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소개팅 상대의 퀄리티도 갈수록 하락세였다. 괜찮다 싶은 X세대 오빠들은 이미 모두 짝을 찾은 게 분명했다. 걱정은 조바심과 절로 상변이를 해나갔다. 나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 죽기 전에 한번은 웨딩드레스를 입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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