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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작가 Feb 03. 2022

나 자신을 지키면서 느린 호흡으로 함께 나아가기

1일1행 내꿈챌린지 15기를 마치며

출처: Pinterest


마음만 먹으면 숙제 같은 매일의 작은 미션들이 모두 없어져도 습관과 루틴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실제로 한동안 얼추 가능하기도 했다. 물론 당시에도 몇 가지 장치를 마련했었다. 혼자서 실천했지만 블로그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나의 계획을 공표했고, 매일 실천한 결과를 기록으로 남겼다. 매월 결산을 하고 복기하는 시간도 가졌다. 내가 하루 이틀 빼먹지는 않나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사람은 없었겠지만, 가상의 누군가 지켜볼지도 모른다는 그 '혹시나'가 귀찮아도 책을 펴게 하고, 운동화를 신게 했다.


꽤 오랫동안 습관과 루틴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관련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공동체 속에서 함께 실천할 때 추진력을 얻는 사람 중 하나이다. 속으로 혼자 다짐하고 실천했던 것들은 작심삼일까지는 아니어도 작심구일쯤에서 고배를 마시기 일쑤였다. 매일 아침 김밥이나 빵 대신 샐러드를 먹어야지, 매일 경제지표를 체크해야지, 일주일에 3번은 외국어 방송을 봐야지, 완독한 책마다 꼭 기록으로 남겨야지. 예를 들면 이런 계획이 9부 능선에서 미끄러져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개인의 의지보다 함께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다. 내꿈소생 카페에서 진행되는 1일1행 내꿈챌린지에 참여해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이들과 함께하니 9부 능선에서 멈추지 않고 10부까지 쭉 나아갈 수 있었다. 이렇게 느끼는 이가 비단 나 하나만은 아닌듯 했다. 매 기수마다 수십 명의 참여자들이 함께 하는 이유는 그들이 공동 실천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가 함께 할 때 혼자서 애쓰던 때보다 강력한 추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다시 또 '함께하기'를 선택하고 있다.


출천: Pinterest



21일 동안 진행된 1일1행 내꿈챌린지 15기 과정이 끝나고 바로 이어진 명절 연휴 기간 동안 푹 쉬었다. 신생아가 된 듯 밤에도 자고 낮에도 자면서 간간이 깨어났을 때 먹고 읽었다. 사실 지난 15기의 내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3개의 과정에 도전했지만 90% 이상 수료한 것은 감사일기 한 개뿐이었다. 지금 내 삶의 우선순위가 '성장'보다는 '건강'에 있기 때문이다. "2022년 나는 몸도 마음도 건강한 한 해를 보냈다" 오늘 아침에도 내꿈소생 카페 단톡방에 아침 인사와 함께 외친 올해 나의 확언이다. '건강'이라는 단어 속에는 기적처럼 찾아온 딱풀이와 나의 건강을 염원하는 마음을 모두 담았다.



 완벽해야 할까? 100%를 꽉꽉 채워야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예전의 나는 그런 강박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빈틈없이 동그라미를 채우고 마침표를 찍지 못할 바에는 포기하는 편을 택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완벽하지 않 수료 기준에 미치지 못했더라도 멈추지 않고 끝까지 이어갔다. 이렇게 변한 나 자신이 대견하다. 습관 왕이나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더라도 자신의 삶을 내버려 두지 않고 느리게 나아 모든 이들이 사실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적어도 자신의 삶의 방향 키를 책임감 없이 타인에게 맡기지는 않았으니 위대한 항해사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임신 이후 나는 내려놓기와 느슨해지기를 천천히 연습 중이다. 40년 이상을 살아온 내 삶의 방식과 많이 다르기에 한 번에 확 달라질 수는 없으리라. 그러나 적어도 난임 휴직을 했던 그때처럼 자존감이 추락하거나 자신감이 증발되는 것 같은 기분은 아니다. 나 자신을 지키면서 느린 호흡으로 나아가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이제 겨우 발견했으니 이 또한 급하지 않게 체화시켜 볼테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5기에서 아쉽게 수료하지 못한 비움과 독서는 어쩌면 새로운 훈련의 결과라고 포장해 볼 수도 있겠다.



1일1행 내꿈챌린지 16기 모집이 오늘 자정까지이다. 이번에도 나는 욕심내지 않고 느리게 그러나 멈추지 않고 나아가 볼 참이다. 습관 왕 수상은 요원하니 스스로에게 거북이 상이라도 줘야 하나? 욕심을 버리려니 어떤 과정 선택해야 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돌아보니 내 삶은 늘 분주했고, 하고 싶은 게 많아 과욕을 부리다 지칠 때도 많았다. 지쳐 멈추는 것보다 천천히 나아가는 편을 택하기 위해 지금은 덜어내기를 실천해야 할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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