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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은 Nov 29. 2020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선생님, 저 오늘은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노래 부를래요!”


 7살 학생이 오늘도 레슨이 끝나갈 무렵 노래를 부르자고 조른다. 아이들은 손가락을 움직여서 피아노를 치는 것이 마음속에 흐르고 있는 음악을 따라가지 못할 때가 많다. 아무래도 손가락이 건반을 자유롭게 누를 수 있을 때까지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 음악을 표현하기에 더 편할 것이다. 마음속에 어떤 음악이 생각날 때면, 나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 부르기를 요청한다. 오늘 학생의 마음에 흐르는 노래는 양희창 작사 장혜선 작곡의 ‘꿈꾸지 않으면’이라는 노래인가 보다. 나의 피아노 반주에 아이가 노래를 즐겁게 이어가던 중 어떤 가사가 나의 마음을 건드렸다.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노래의 이 가사를 음미하다 보니 이런 생각들이 마음을 스친다. 나에게 피아노를 배우러 오는 많은 수강생들은 모두 꿈을 꾸고 있을까?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희망을 노래하고 있었나? 학생들이 꿈을 꾸고 있다면 무슨 꿈을 꾸며 피아노를 배우러 왔을까?


 나는 레슨을 하면서 종종 상상을 한다. 어린 학생들을 레슨 할 때는 아이의 미래를 상상하고, 성인을 레슨 할 때는 그분들의 과거를 상상한다. 피아노를 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시간이 흐르면 이 아이도 성인이 되어서 세상을 살아가고, 세상을 힘들게 살아가면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 마음을 위로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어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또 피아노를 치는 어른들의 모습 속에서는 그분들의 청년 시절이 보인다. 30년, 40년, 아니 50년 전에는 젊고 생기 있는 모습으로 지금 치고 있는 이 곡을 듣고 계셨겠지. 피아노 앞에 앉아 그 시절을 꿈꾸는 것도 마음의 위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쩌면 나는 수강생들에게 인생의 청춘을 피아노로 노래하길 바라며 옆에서 응원해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에게는 앞으로 다가올 그리고 어른들에게는 마음속에 간직하고 계실 그 청춘 말이다.


 레슨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70대이신 어머님이 상기된 표정을 지으며 말씀하신다.  

 “선생님, 어젯밤에 꿈을 꿨는데 글쎄 내가 피아노를 막힘없이 술술 잘 치는 거예요. 꿈이었지만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어머, 아니 얼마나 피아노를 생각하셨으면 꿈에서까지 나왔어요.”

 “지금 배우는 이 곡 ‘타라의 테마’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온 음악이잖아요. 이곡을 치면 옛날에 이 영화 보던 그 시절 생각도 많이 나고 그때로 돌아가는 느낌도 들고, 그래서 잘 치고 싶거든요. 그래서 생각을 많이 했더니 꿈에도 나왔나 봐요.”

 이 분께는 피아노 배우는 이 시간이 그 시절 청춘으로 돌아가는 시간인가보다. 날 바라보시며 웃으시는 얼굴에 그 시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며 감동 받으시던 눈빛이 녹아져있다.


 나에게는 항상 희망을 노래하게 해주는 오랜 친구가 있다. 친구이기도 하지만 스승 같으신 분이시다. 10년이 넘는 시간 영어와 독일어 공부를 하고 있다. 10년의 세월 동안 나에게 한결같이 말씀하신다.


 “잘할 수 있어요. 그리고 잘하고 있어요, 뭐든지 잘할 거라고 믿으면 그대로 될 거예요. 하고 싶은것은 마음껏 하세요. 인생은 짧고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러가요. 가만히 있으면 그냥 아무것도 아닌 시간이에요. 의미 없는 시간은 그냥 흘러가기만 해요.”


 오랜 친구의 희망적인 이야기는 나에게 인생을 더 의미 있게 보낼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나도 그런 선생님이 되어야겠다. 학생들이 희망을 노래할 수 있게 말이다. 꿈꾸는 학생과 희망을 노래하는 선생님이 함께 한다면 앞으로의 인생은 행복한 음악이 흐르고 있지 않을까.


 오늘도 어린 학생은 마음 속에 흐르는 노래를 같이 부르자고 조른다.

 “선생님, 오늘은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세요’ 같이 불러봐요!”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해 주세요. 그럼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지요’

 이 노래의 가사처럼 우리 모두 무엇이든 할수 있을 것이다. 피아노를 배우게 되면 조금은 힘들고 지겹게 느껴질 수 있는 연습의 시간이 기다린다. 그런데 그 시간이 지나면 손가락이 자유롭게 음악을 만들어 나를 아름다운 음악의 세계로 들어가게 할 것이다. 나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생들이 배우며 꿈꿀 수 있도록 옆에서 희망을 노래하며 할 수 있다고 말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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