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가족들에게는 못 같은 말을 많이 하는 걸까?

<말의 형태>를 읽고

by 동그래


스크린샷 2023-09-15 122250.png

말의 형태 / 오나리 유코 (지은이), 허은 (옮긴이) 봄봄출판사


만약 말이 눈에 보인다면, 우리가 하는 말은 달라질지도 모른다. 말이 보이지 않아서 좋은 점은 무엇일까? 아니면 말이 눈에 보여서 기쁜 점은 무엇일까? 우리가 지금 눈앞의 상대방에게 하고 있는 말은 어떤 모양을 하고, 어떤 색을 띠고 있을까? 매 순간 사라져 가는 이야기 너머에 있는 마음의 형태를 찾는 아름다운 책이다.

(출판사 제공 소개 글)



'요즘 어떻게 지내니?' 라고 인사를 나눈다. 개학하고 친구들을 만난 기쁨도 있지만 해야하는 공부가 많아지고, 사춘기에 들어가고 있는 건지 감정이 많아진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각자의 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 아이들을 격려하며 오늘의 책을 읽었다. 오늘의 책은 '말의 형태'이다. 말이 눈에 보이는 형태를 가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라는 작가의 질문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부드럽고 다정한 말은 솜사탕이나 이불로, 날카로운 말이나 상처주는 말은 못으로 표현된다. 닿으면 피가 나고 상처가 되는 못 같은 말, 실제 그림책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장면도 보인다. 다소 충격적인 장면인데 아이들이 진지하게 보면서 '나도 저런 때가 있었어.'라며 공감했다. 책을 읽고 인상적인 장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KakaoTalk_20230915_121958276.jpg



여러 가지 색깔의 말을 하고 있는데 그것을 색이랑 모양으로 표현한 것이 재미있었어요.

못의 말이 너무 사실적으로 나와 있어서 충격적이에요.

- 못 같은 말을 하고 있니?

- 엄청 많이 해요. 가족들이랑 더 많이 하는 것 같기도 해요.

- 왜 그럴까?

- 그러게요. 왜 그럴까요?

- 이걸로 질문하면 될 거 같아요.


아이들이 인상적인 장면을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들이 궁금한 것을 질문으로 만들어두었다. 그림책을 두어번 더 살펴보면서 말의 형태가 그림으로 표현된 것을 다시 보았다. 그리고 내가 들었던 말의 형태, 내가 하고 있는 말의 형태를 그림으로 표현해보기로 했다.


"내가 들었던 말, 내가 했던 말은 어떤 모양일까?"




KakaoTalk_20230824_121022065.jpg

다양한 색깔의 말이 있고, 못도 있다. 못 같은 말을 들을 때는 슬프고 짜증이 난다. 하지만 나도 못 같은 말을 할 때가 있고, 내 말도 다양한 모양이다.


KakaoTalk_20230915_122000356.jpg 내 주위 있는 말은 밝기도 하고 어둡기도 하다.
KakaoTalk_20230915_122000765.jpg

내가 듣는 말은 대체로 밝다. 좋은 말들이 많다. 하지만 어떨 때 비가 내릴 것 같은 검정 구름같은 말도 있다. 내가 하는 말은 대체로 밝지만 때로는 어둡고 강력한 못 같기도 하다.

KakaoTalk_20230915_122001276.jpg

내가 듣는 말은 예쁜 말들이 많지만 당연히 못들도 있다. 나도 못 같은 말도 하고, 밝은 색도 있다. 어떤 사람들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은데, 가족끼리 못 같은 말을 하곤 한다.

KakaoTalk_20230915_122001892.jpg

딱딱한 씨앗 같은 느낌도 있는데 그건 나에게 좋은 거다. 언젠가 열매를 맺거나 할 거니까. 하지만 못 같은 느낌도 있는데 그런 말은 듣고나면 너무 슬프고 아프다. 다양한 색깔의 말들이 오간다. 내가 하는 말은 대체적으로 밝고 좋은 말을 하려고 하지만 가끔은 못 같은 말을 막 던진다. 말은 다양한 모양이고, 바람처럼 사라진다.


우리가 만든 질문은,

(동) 가족끼리는 왜 못과 같은 말을 많이 할까?

(동) 말이 눈에 보인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호) 친구들은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자기 맘대로 안되면) 왜 짜증을 먼저 내는 걸까?

(규) 친구들도 가족들에게 못 같은 말을 할까?

(비) 왜 가족들에게는 나쁜 말을 많이 할까?

(이) 가족들에게 왜 나쁜 말을 하는 걸까?

(아) 형제, 자매는 왜 먼서 서로 나쁜 말을 하는 걸까?



선택된 질문. 왜 가족들에게는 못 같은 말을 많이 하는 걸까?


: 친구들에게 못 같은 말을 많이 하면 결과가 좋지 않아요. 선생님께 혼나거나, 친구랑 싸우다가 절교를 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가족들은 나를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해요. 화풀이는 친구에게 했다간 큰일이 나니까 적당히 거리를 두는 거 같아요.

; 가족들은 편하잖아요. 속옷 입고도 만날 수 있는 사이잖아요. 그러니까 막 생각을 많이 하지 않고 말을 하는 것 같아요. 너무 편해서 그런 것 같아요.

: 매일 같이 있으니까 자주 싸우는 것 같아요. 가끔 보는 사이는 예의를 지킬 거 같은데 매일 보니까 감정을 다 보여주게 되요.

: 친구들은 가족들보다 나를 더 이해해주는 것 같아요. 가족들은 같이 있지만 나를 이해해주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짜증이 나요. 그래서 화를 내고 못 같은 말을 많이 해요. 나를 더 잘 이해해주는 친구들에게는 못 같은 말보다 고마운 마음이 커요.

- 그러면 가족들이 네 마음을 이해해주면 못 같은 말을 안 할거야?

- 그렇지. 나를 이해해주면 나는 못 같은 말을 안 해.

-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에게는 다정한 말을 하고 못 같은 말을 하지 않는구나.

: 내 성격을 알면 친구들이 도망갈 거 같아요, 그래서 가면을 쓰는 거에요. 가족들은 도망 안 가니까요.

- 무슨 가면을 쓰고 있는데?

- 다 보여주진 않아요. 가족들에게는 다 보여줘도, 친구들에게는 조금만 좋은 것만 보여주는 거에요.

- 가면을 벗으면 괴물이 나오는 건가?

- 그럴 수도 있어.

: 너무 가까워서 그래요. 적당히 가까워야 이해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 그런데 우리가 잘 되라고 해주는 말도 있잖아요. 잔소리같지만 결국 우리에게 잘 되라고 하는 말이요.

그런 말은 못일까요, 아닐까요?

- 못처럼 아프긴 하지만 나아지는 말인 것 같기도 해.

- 하지만 듣고 싶진 않아.

- 그런 말은 부드럽게 해줘야 효과가 있는 거 같아.

- 마음은 알겠지만 아픈 거에요.



그러면 우리 정리해볼까.

가족끼리 못 같은 말을 하는 이유는

- 매일 보고 자주 보고 내 모습을 다 받아줄 수 있을 것 처럼 편안하기 때문이다.

- 매순간 나를 이해해주진 못하니까 짜증을 내고 못 같은 말을 하는 거다.

- 어떠한 순간에도 나를 받아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 만약에

- 매일 보지 않는다면 못 같은 말을 안 할 거니?

: 매일 보지 않아도 그럴 수도 있을 거 같기도 하고요.

: 그래도 덜 할 것 같아요.

: 자주 보는 것이랑은 상관없을 거 같아요. 그냥 언니랑 저는 계속 그럴 거 같아요. (언니도 그럴 거라고)

- 그래도 괜찮아?

;그래도 괜찮을 거 같아요.

: 나는 좀 적게 하면 좋겠어. 나도 마음이 아프거든.

: 그럼 적당하게 해야겠다.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 이야기처럼 말이야.)


* 가까우면 싸운다. 멀리 있으면 싸운다. 어쨌거나 싸운다. ---> 사람마다, 상황마다 달라요.


- 날 이해해준다면 못 같은 말을 안 할거니?

: 날 이해해준다고하면 더 짜증같은 걸 많이 내지 않을까?

: 으아. 그럴 거 같기도 해요. 이해해주니까 더 많이 하는 거죠.



그러면 우리 가족들이랑 '못 같은 말'을 계속 해야할까?

머리로는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계속 하고 있는데, 그래도 덜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잘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정신이 좀 차려져요. (오.. 그런데 슬퍼요)

: 일방적으로 잘 해주는건 힘들어요. 상호적으로 잘 해줘야해요. 나만 잘 해주면 동생들이 더 깝죽대고 까불어요. 그러니까 서로 잘 하도록 해요.

: 적당히 주고 받고 지내요. 그냥 못 같은 말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대신, 완전히 마음을 닫으면 안되요. 완전히 마음을 닫을 만큼 심한 말은 하면 안 되요.

: 너무 뻔하지만 서로 이해하려고 마음을 가져야해요. 그래야 달라질 수 있어요.



오늘, 우리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어땠나요?


: 해결책은 못 찾은 것 같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고 나니까 재미있었어요.

: 친구들도 나와 비슷한 상황이라는 게 재밌어요. 나만 형이랑 싸우는 게 아니었어요.

: 그래도 좋은 말을 하고 싶어요. 예쁜 말을 하는게 좋은 것 같아요.

: 오늘도 생각을 많이 했는데, 우리 이야기를 많이 한 것이 좋았어요.

: 말이 모양으로 보인다면 좀 더 충격적일 거 같고 말을 돌아보니까 좀 미안하기도 했어요.




내가 하는 말이 모양, 색깔, 냄새를 가진다면 어떨까? 아이들과 이야기하면서 가장 얼굴이 붉어진 것은 바로 나였다. 우리 북클럽에 은호가 있었고, 은호는 나의 말을 가장 많이 듣고 있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은호가 북클럽을 마치고, 엄마가 한 말이 못 같은 말, 솜사탕 같은 말, 딱딱한 씨앗 같은 말 등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그 안에 사랑의 마음이 있다는 걸 안다며 괜찮다고 해줬다. 내가 부끄럽다고 했다는 말을 기억하고는 위로해줬다. 머쓱하게 그 위로에 고맙다고 답하면서 책이, 책모임이 우리 관계를 더이해의 길로 가게 해주는구나 싶어서 감사했다.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책모임 하세요.

철학탐구하세요.

아이들과 대화하세요.

그만큼 서로를 이해하게 되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눈 마주침의 경험이 쌓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