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다립니다. 다비드칼리 글/문학동네>
/ 마마쿠쿠 71번째 /
나는 기다립니다. / 다비드 칼리 글 / 문학동네
'무엇을 기다려본 적 있으세요?'
놀기로 약속한 친구와의 만남, 일하러 나가신 엄마와 아빠, 주문한 치킨, 합격통지, 좋아하던 오빠의 문자, 뱃 속의 아기, 유치원 발표, 여행간 아이들이 돌아오는 날, 어쩌면 우리 인생에 소소한 기다림들이 우리를 설레고 즐겁게 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친한 친구의 전학, 이민, 남자친구와의 이별, 아픈 친구와의 헤어짐, 부모님의 떠남, 불합격통지 등 또 어떤 기다림은 무척 시리고 아파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도 있고요.
오늘 읽은 다비드칼리의 '나는 기다립니다' 그림책에서도 인생을 말해요. 아이였을 때 케이크를 기다리던 마음, 키카 컸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부터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그 연인을 떠나보내며 끈을 끊어지는 것을 바라봐야 하는 것까지요. 하지만 끊어진 줄 알았던 그 끈이 또 다른 생명의 끈으로 이어지면서 이야기는 끝이 아니라 '끈'이라고 말하네요.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한 '끈'의 이야기들은 계속 이어지나봐요.
마마쿠쿠님들 중 가장 많은 분들이 인상적인 문장으로 꼽은 건 '이 사람이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배우자를 보내는 마음, 그 사람이 아파하는 것을 보는 건 어떤 걸까요. 그런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작은 고민들이 별 것 아닌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것이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이란 것을 깨닫고요.
40대가 된 우리들은 이제 더 이상 그 끈에 집착하려고 하지 않아요. 끊어질 끈들이라면 자연스럽게 끊어지게 두죠, 끈은 서로 잡고 있을 때 연결된다는 것을 알거든요. 끈은 일방적으로 잡아당길 수 없는 것을요, 그리고 그 끈의 갯수가 많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단단한 끈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아요.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끈들로 내 주위를 감싸면서 소소한 삶을 이어가는 것이 좋아요, 나를 피곤하게 하고 힘들게 하는 관계들과는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지혜도 생겼어요. 그래서, 20대의 내 고민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운 관계, 그리고 무엇보다 지켜야할 내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가고 그들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힘을 쓰고 있어요. 나이들면서 더 편해졌어요.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겪었던 것처럼 여러 관계에서 고민해요. 유치원에서, 학교에서, 학원 등 여러 곳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들로 고민을 하면서 치열하게 살아요. 아이들의 관계가 작다고 무시하지 않고, 그 순간의 아이들에게 집중해서 잘 들어주려고 해요. (사실, 그 관계가 다 유지되는 건 아니다. 별 거 아니다. 라고 성급하게 말해주진 않으려고요.) 마마쿠쿠가 이야기한 관계 명언들을 몇 가지 남겨볼게요.
<마마쿠쿠, 엄마가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은 관계 조언>
1. 기본 매너를 지켜라. 아무리 이상한 사람이라도 사람으로서 기본 매너를 지켜라. 세상은 좁고 관계는 얽혀 있단다.
2. 힘들 때에는 잠시 쉬어 가자. 거리를 두면 새로운 것이 보여.
3. 관계는 계속 다른 모양으로 다가와. 지금의 모습이 전부는 아니야.
4. 모든 사람들을 지나치게 배려할 필요는 없어. 너무 무례한 사람들은 무시하고 지나가도 된단다.
5. 거절을 잘 못하는 아이라면, 집에서 연습을 해보자. 내것을 지키려면 자기 스스로 표현을 해야한다. 말할 것은 말해야 한다.
6. 자기 생각을 제대로 말할 수 있어야 관계가 유지된단다.
7. 아이가 지금 맺고 있는 관계를 소중하게 여겨 주자. (훗날 다 사라질 관계라 하더라도) 아이의 관계와 고민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금을 누리면서 잘 지내라고 격려한다.
8.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라.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될 것이다.
10. 다른 사람의 말을 쉽게 옮기지 말아라. 나쁜 말이나 뒷담화는 되도록 하지 않아야 해.
11. 고민이 있으면 꼭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봐라. 같이 해결해가는 과정을 겪으면 좋겠다.
12. 관계를 위해서는 기다려야할 때가 있어. 기다림이 아이를 단단하게 키워준단다.
13. 적과 친구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14.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라. 완벽한 관계는 거저 오지 않는다.
15.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가까이 있는 이들) 잘 하자.
여전히 우리는 이것저것을 기다려요. 기다림이 설레지 않을 지라도, 우리는 그 시간을 보내고 가끔은 버티고 있겠죠. 그때마다 기억해봐요, 혼자는 아니에요. 내 몸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여러 끈들(마마쿠쿠도..)을 기억하면서 살아가요. 큰 도움은 못 되더라도, 지지는 되줄게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