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친구들은 진짜 내 친구일까?

진짜 친구인지 확인하는 방법 탐구

by 동그래

“엄마. 그 친구들은 진짜 내 친구일까?”


우리 가족이 캐나다 벤쿠버에 온지 3개월 정도 되었을 때, 아이가 물었다. 이곳 초등학교는 1교시 83분동안 수업하고, 15분의 중간 놀이시간(recess)이 있는데, 친구도 없고 영어도 잘 안되보니 이 시간에 혼자 운동장을 돌고 또 돌며 한 달 정도를 보냈었다. 그러면서 이곳 아이들이 노는 것도 관찰하고, 누구와 놀면 좋을지 상상해 보기도 했단다. 조금 외롭기도 하고, 한국의 친구들이 그립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괜찮아 보이는 친구를 발견했고, 때마침 그 친구들과 도서관 짝이 되면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넷이 함께 놀았는데, 어느 날 한 친구가 생일파티를 한다고 했다. 자신도 당연히 초대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자기에게는 아무 말이 없었다고 한다. 실망한 아이는 그날 저녁, 생일 초대를 받고 싶은 마음을 ‘선물은 뭐 받고 싶은지’ 친구에게 물으며 자연스럽게 표현해보겠다고 했는데, 그 주말이 지난 월요일, 그 질문을 하기도 전에 아이가 주말에 있었던 재미있던 일로 생일파티를 발표해 버렸다. 그때부터는 너무 당황스러워서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면서 말을 아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엄마, 그 친구들은 진짜 내 친구인 걸까?” 물었고, 학교에 가는 것이 좀 쑥스러워졌다고 말했다.


먼저 속상한 마음을 알아주면서 “친구”에 대해 이야기했다. 친구인 것과 아닌 것을 구별하고, 진짜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조건을 두 가지 정도 찾아서 그 친구들에게 대입해보기로 했다.

▷진짜 친구인지 어떻게 알 수 있지?

- 생일 파티에 초대했어야 해. 특별한 날이니까.

▷혹시 우리가 온지 얼마 되지 않았고, 부모님들끼리 서로 알지 못해서 초대하지 않은 건 아닐까?

- 그럴 수도 있겠지. 그래도. 섭섭하지.

▷다른 조건을 찾아볼까?

-친구가 되는 조건은 없어. 조건은 아니고, 친구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방법을 알아야 해.

▷친구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뭘까? 아, 먼저 말을 걸어온다는 게 중요할 것 같아. 네가 오늘 학교에 가서 가만히 앉아 있어봐. 그 친구들이 너에게 다가오는지 확인해보자.

-그거 좋을 것 같아. 친구니까 말하고 싶고, 놀고 싶거든. 그동안 내가 먼저 갔던 것 같은데, 오늘은 내가 가만히 있어볼게.

▷또 뭐가 있을까? 하나 더 생각해보자.

-아! 내가 도와달라고 할 때 얼마나 잘 도와주는지 보면 알아. 그냥 해주는 건지, 친구라서 해주는 건지.

▷그게 차이가 있어?

-친구끼리는 알아. 내가 오늘 뭔가 어려운 과제가 있을 때 도와달라고 할게. 놀이 시간에 도와달라고 하면 친구 아니면 안 도와주고 나갈거야.

▷그래. 그러면 오늘 너에게 먼저 다가와서 말을 거는지, 도와달라고 할 때 잘 도와주는지 보자.

생일파티만으로는 알 수 없잖아.

- 걱정된다. 내가 다가가지 않으면 안 올 것 같아.

▷우선 해보자.

아침에 이런 대화를 나누고 아이는 학교에 갔다. 나는 부디 친구들이 다가와서 말을 걸어주길, 진심을 다해 도와주기를 바랬다. 그리고 아이의 하교 시간, 아이가 밝게 웃으면서 다가왔다.


“엄마, 그들은 나의 친구였어! 2가지를 모두 통과했다고!”



생일파티에 초대받지 못해 속상했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진짜 친구가 생겼다는 기쁨과 확신에 신이 났다. 친구임을 확인하는 방법이 적절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이에게는 아주 중요한 탐구 주제였고 그것을 삶으로 확인했을 때 편안함을 느꼈다. ‘살다 보면 생일파티에 초대받지 못할 수도 있는 거지, 뭘 그러냐’고 가볍게 여기지 않고, 아이의 고민에 집중하고, 이야기 나눈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경험한 순간이었다.




KakaoTalk_20250206_112540007_01.jpg 아이야.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너만의 기준을 가지고 살길 바래. 그 기준은 계속 달라질 수 있단다.
KakaoTalk_20250206_112540007_02.jpg 눈이 오면 썰매를 가지고 와서 리세스시간에 열심히 논다. 참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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