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통해 배운다 (킨더와 1학년 합반)
이 학교의 수업 시간표는 꽤 흥미롭다.
0,5로 끝나는 시간표를 가진 우리나라와 달리 여기는 32분에 시작해서 20분에 마친다. 왜 이렇게 2, 7로 끝나는지 물었는데, 하하, 나도 몰라. 재밌잖아. 라고 대답해주었다. 물론 이유는 있을 것 같은데, 아시는 분!
나의 자원봉사는 크게 3개로 나눠진다.
모닝에는 킨더, 1학년 합반
리세스 시간 후에는 3학년
점심시간 후에는 1학년
자, 이제 시작해보자. 기대 반, 긴장 반 마음을 안고 자원봉사자 확인 명찰을 받고 교실로 향했다.
첫번째 반은 kinder-g1 합반이다. 지난 번 인사를 나누었다고, 아이들이 제법 친근하게 다가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여기서 나의 호칭은 Ms. Nam이다. 한국출신 아이들은 나에게 한국말을 할 줄 아냐며 다가왔고, 한국어를 엄청 잘 한다고 했더니 쪼르르 담임 선생님께 다가가 "Ms. Nam can speak Korean!!!"이라며 말을 전했다. 한국어를 써도 되냐고 물으니, 아이들은 다양한 언어를 접하는 것이 좋다며 sure!해주셨다.
킨더와 1학년 합반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놀이 시간이 있었다. 20여분을 개인 놀이를 하고, 선생님은 1:1로 읽기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ELL선생님이 오셨고 모두 카펫에 동그랗게 모여앉아 수업을 시작했다.
*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조심스러워서 패스했다.
수업은 ELL선생님과 담임 선생님의 협력수업이었다. 어떤 음식이 건강한 음식일까? 라는 주제였고, ELL선생님이 싸오신 도시락가방 안에 있는 음식이 건강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오렌지는 건강한 음식일까? 선생님이 물으면 아이들은 예스, 노, 또는 다른 의견을 낸다.
아이들은 그 자리에 앉아 손을 들고 선생님께 발언권을 얻으면 말할 수 있다. 꽤 엄격하게 이 규칙은 교실에서 적용되었다 말부터 시작한 아이에게 wait, raise your hand!라고 규칙을 설명해주셨다. 아이들은 가만히 그 자리에서 손을 들어 의견을 내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다. 저학년이다보니 많은 아이들이 발표를 하고 싶었고, 선선생님은 골고루 발표를 하도록 인도했다.
아이스크림은 건강한 음식일까?
아이들은 노! 라고 대답했는데, 한 아이는 영 불편한 표정이다. 노 앤 예스! 라고 엄지 손가락 하나는 thumps up and down으로 표시했다.
왜 그렇지?
아이스크림을 무엇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우리 집에서 만드는 건 과일과 우유로만 만들거든요.
거기엔 설탕이 없어요.
설탕이 없는 아이스크림은 건강할 수 있을까?
많이 먹지 않으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가 앞에서 우유와 과일은 건강하다고 했으니까요.
설득이 될 만한 내용이었다. 모두들 그렇다고 했고, 선생님은
슈퍼마켓에서 파는 설탕이 가득한 아이스크림은 건강하지 않지만
집에서 건강한 재료로 만들면 건강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 이후에도 쿠키와 빵, 감자칩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스와 노로만 대답할 수 없는 음식들이 얼마나 많은가.
거기다가 한 아이는,
내가 아플 때 엄마는 아이스크림을 주었어요. 기분이 좋아지라고요.
라고 대답했다.
그래, 아이스크림은 기분을 좋게 하지. 하지만 많이 먹으면 설탕으로 인해 기운을 빼앗겨. 그러면 건강한 음식일까?
선생님의 대답에 아이들은 아니요! 라고 대답했다.
내가 수업을 했다면, 기분이 좋아지면 다 건강한 음식일까? 라는 이야기까지 나눴을 것 같은데.
건강한 음식에 대한 여러 정의들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킨더와 1학년이다보니 크게 구분해보는 과정에 의미를 둔 것 같았다.
그리고 I like to eat _____ 이라는 문장을 배웠다.
각 단어의 카드를 가지고 어떤 순서로 문장을 만들면 좋을지 또 이야기해보았다.
어떤 아이는 I eat to like 라고 했고, 선생님은 그걸 따라 읽어보게 했다.
어떤 아이는 I like eat to 라고 했고, 선생님은 그럴 따라 읽어보게 했다.
그러면서 가장 자연스러운 문장을 찾았고, 그 문장을 돌아가며 이야기해보고,
문장으로 써보았다.
킨더는 문장을 오려 붙이고 좋아하는 음식 그리기,
1학년은 문장을 직접 쓰고 좋아하는 음식을 그렸다.
합반이다보니 수준에 따라 다른 활동을 제공했다.
사실 이 주제는 한국에서도 있는 수업 내용인데, 동그랗게 둘러앉아 아이들이 생각할 시간을 갖고, 여유롭게 대화로 이 과정을 풀어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도 카페트에 앉지 않았을 뿐이지 저학년은 충분히 이러한 수업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수업을 이끌어가는 건 역시 질문이었다.
건강한 음식일까, 아닐까?
왜 그렇게 생각하지?
너희들도 동의하니?
동의하지 않다면 왜 그렇게 생각하니?
그래서 수업에는 좋은 질문이 필요하다.
질문에 답하면서 또 다른 질문이 생기고, 그 질문을 할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질문에 반응해주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필요하고,
그러한 시간이 필요하다.
조금 천천히 배우더라도.
질문으로 풀어가고,
자기 언어로 말해보는 경험을 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된 수업.
특수교사 선생님들과 ELL선생님, 그리고 자원봉사자인 나, 총 4명의 선생님이 교실에 함께 거하며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돌보았다. 잘 이해하고 쓰고 있는지 확인했다.
선생님이 많으니 소외되는 아이들은 훨씬 적었다.
도움이 필요할 때면 그 자리에서 손을 들면 된다. 그러면 다가가 도움을 준다.
그게 수업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규칙이었고, 차분하게 그 수업은 마무리되었다.
참 귀여웠다. 머리를 굴리며 이야기하고 손을 굴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