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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은 빨강이를 진정으로 사랑했을까?

<빨강이 어때서>를 읽고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다.

by 동그래




<마음 열기>


인생 처음으로 택시를 타보고, 인생 처음으로 강릉에 가보고, 인생 처음으로 70m 각도 미끄럼틀을 타봤던 아이의 이야기로 모임을 열었습니다. 최근에 있었던 일들, 그리고 오늘의 기분도 나누면서 오늘의 모임을 시작했어요. 지난 주에 했던 <용기>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더 나누고요, 용기에 대해 부모님과 이야기했던 것도 나누고, 언제 우리가 용기를 내며 살아가는지에 대해 더 이야기 나누었어요. 이 생각탐험대 모임을 하고 나면 그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간다는 것이 재밌다고 하네요.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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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그림책 시리즈 31권. 빨강이는 하얀 엄마 고양이, 까만 아빠 고양이 사이에서 태어났다. 혼자만 털이 빨개 엄마 아빠는 빨강이를 늘 걱정했다. 엄마는 빨강이에게 하얘지라고 흰 우유를 듬뿍 따라 주고, 아빠는 빨강이에게 까매지라고 까만 생선을 한가득 담아 주었다. 하지만 빨강이는 하얘지기도, 까매지기도 싫었다.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는 가족들 때문에 슬펐던 빨강이는 결국 길을 나선다. 그리고 파랑이를 만난다. 파랑이는 빨강이에게 흰 우유를 먹으라고 하지도, 까만 생선을 억지로 먹이지도 않았다. 빨강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응원해 주었다. 각자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친구 빨강이와 파랑이! 이들 앞에는 무슨 일들이 펼쳐질까? (출판사 제공 소개)




1. 표지보고 이야기하기

- 빨강이 어때서 라는 제목을 보니 빨강의 편을 들어주는 것 같아요

-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 빨강도 좋다는 말을 하는 것 같은데, 빨강이 뭔가 외로운 상황인거 같아요.

- 차별하자? 아니요!! 차별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을 것 같아요.

- 그래?

- 빨강 고양이 표정이 아리송해요,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화난 것인지 애매해요.

- 궁금해져요.


2. 그림책 읽기

- 이야기의 흐름 알기

- 생각나무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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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질문만들기

호) 차별은 왜 하는 것일까?

좋은 차별도 있을까?

나와 다르다고 차별하는 것은 괜찮을까?

이) 빨강이가 검정이나 하양이였으면 어땠을까?

빨강이는 자신이 싫었던 적은 없었을까?

영) 아빠 엄마는 왜 빨강이를 걱정하는 걸까?

비) 가족들은 빨강이를 진정으로 사랑했을까?

파랑이도 빨강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을까?

동) 세상 모든 사람들이 똑같다면 어떨까?

아) 빨강이는 몇 살이었을까?


아*는 자신의 질문을 발표하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자신의 질문이 너무 이상한 것 같다고, 그래도 궁금하긴 하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선택되지 못할 것 같다고 숨고 싶어했다. 다른 친구들은 아*에게 "네 질문은 항상 재밌는 것 같아, 네 덕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니까 걱정하지 마. 선택 안된다고 나쁜 질문은 아니잖아, 나쁜 질문은 없어. 괜찮아." 라고 말해주었다. 아이들이 모두 한 사람의 질문이 가진 가치를 아는 것 같아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만든 질문이 참 좋아서 질문을 발표할 때마다 와, 진짜 좋은 질문이야. 생각의 문이 열리는 것 같아!라고 서로 감탄했다. "*호야, 너는 어떻게 이런 질문을 만들어?"(아*) "책이랑 내 생각이랑 잘 만나면 질문이 나오지. 너도 잘 하고 있어." 서로 격려하는 걸 보니 이 모임이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이라는 것을 새삼 더 확인하게 된다. 오늘 아이들의 질문이 참 좋았다. 책 속의 인물들의 마음을 살펴보고, 상황에 맞게 적절한 질문을 만들고, 또 전체적인 주제와 관련된 질문까지 만들어내는 걸 보니 많이 성장했구나 싶었다. (오늘이 스무번째 만남이었다!) 아이들도 질문이 다 좋다고, 하나도 빠짐없이 다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에 감탄하고 박수를 쳐주고, 그 질문으로 생각의 문을 열고 생각을 오가며 키워가는 이 자리가 참 근사하다고 여겨지는 봄이다.


자신감이 없었던 아*의 질문을 먼저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빨강이의 나이는 몇 살일까?

사실 아이들은 그 질문이 조금 웃기다고 생각했지만 '좋은 질문이네!'라고 대답해줬다. 그러면서 먼저 이야기를 해보자고 했다. 그래서 빨강이가 처음 태어날 때부터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게 된 마지막 장면까지 역할극을 해보자고 했다. 아*이가 빨강이가 되고, 나머지 친구들이 하양이, 까망이, 줄무늬, 얼룩이, 부모의 역할을 해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빨강이와 가족들의 입장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아*이의 질문으로 그림책 속으로 더 풍덩 들어갈 수 있었다. 역시, 나쁜 질문은 없는 거다!




첫번째 우리의 질문,

가족들은 빨강이를 진심으로 사랑했을까?


왜 이런 질문을 만들었어요?

- 가족들은 빨강이를 사랑한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어요. 빨강이가 가출을 했잖아요. 그래서 궁금해서 만들어봤어요. 가족들을 떠난 빨강이가 더 행복해진 것을 보니까 헷갈려요.

- 사랑은 했지만 진심으로 사랑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진심으로 이 말이 들어가니까 고민이 되요.


그럼 한 번 자신의 입장을 정해볼까요?

사랑했다. - 2명,

사랑하지 않았다. - 2명

잘 모르겠다. - 1명


사랑했다는 쪽의 입장 먼저 이야기를 해주세요.

- 자기가 낳은 새끼니까 사랑할 수 밖에 없어요.

- 안 사랑했으면 관심이 없었을 거에요. 사랑했으니 이것저것 노력한 거에요.

- 사랑의 표현으로 챙겨준 거에요.

- 사랑해서 가족의 되도록 하양이나 검정으로 바꾸게 해주려고 한 것 같다.


사랑하지 않았다는 쪽의 입장은 어때요?

- 빨강이가 싫어하는데 계속 했어요.

- 빨강이 그 자체로 인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어요.

- 빨강털이야? 라고 말하면서 불쌍하다고 말하는 것은 진정으로 사랑한 것이 아니에요.

- 빨강의 마음을 몰라줬어요. 사랑하면 마음을 알아줘야 해요.

-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빨강이를 빨강이라고 받아줬어야 해요.


모르겠다는 입장은?

- 저 사랑했다로 갈래요. 이야기를 들으니 사랑한 것 같아요. 설득 당했어요!


그래, 그러면 서로의 입장을 잘 바꿔보자! 사랑했다는 측은 사랑하지 않았다로, 사랑하지 않았다는 입장은 사랑했다로 생각을 바꿔서 입장을 이야기해볼게요. 시간을 줄 테니 생각해봐요. 각자 다른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경험은 여러분의 생각을 더 크고 넓게 해줄거에요. (아.. 내 생각과 반대로 해야한다니..!)


사랑했다는 쪽의 입장은 어떨 것 같아요.

- 잘해주고 싶어서 우유도, 검정 생선도 많이 주고 제일 좋은 걸로 주고 싶었던 마음이 사랑이에요.

- 사랑하기 때문에 빨강이로 사는 것이 어려울 수 있으니까 모습을 바꿔주려고 한 거에요. 빨강이를 도와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 거에요.

- 사랑을 하기 했어요. 자꾸만 관심을 가져 주니깐요.


사랑하지 않았다는 쪽의 생각은 어때요?

- 집을 떠난 후에 가족들이 빨강이를 찾았다는 것이 없었어요, 그걸 보면 빨강이가 사라져서 슬퍼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건 그림책에 안 나온 것일지도 몰라.)

- 사랑했다면 "빨강이어도 괜찮아. 넌 참 소중해"라고 말해줬어야 진정으로 사랑하는 거에요.

- 빨강이 그 자체로 인정해주는 것이 진정으로 사랑한 거에요. 사랑한 것은 맞을 수도 있지만, 진정으로 사랑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진정으로 라는 말을 하는 것은 "빨강이 마음"을 잘 알아줘야 하는 것이에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해봐야할 것 같아요. (아이들이 개념을 분명하게 해야한다고 이야기를 꺼낸다. 그 진정이라는 말은 빨강이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 진정한 사랑은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는 거에요.

-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줘야 하는 거에요. - 그런 걸 배려나 고려라고 해도 될까요?

- 네, 사랑은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줘야 해요. 그게 진정한 사랑이에요.


그럼 최종 입장을 한 번 정해볼까요?

사랑이다. 2명. (사랑을 안 했다고 할 수 없어서 사랑이라고 할 거에요)

진정한 사랑은 아니다. 3명 (빨강이 입장에서 보면 빨강이 집을 나갔기 때문이에요.)




두번째 질문

아빠 엄마(가족들)은 왜 빨강이를 걱정하는 걸까요?


- 사람들이 빨강이라고 놀릴 수 있으니까 걱정했어요

- 사람들이 왜 가족 중에 빨강이는 빨강이냐고 물으면 챙피할 것 같아서 자꾸만 색을 바꾸라고 한 것 같아요.

- 빨강이는 빨강이 자신의 색을 좋아한다는데, 왜 가족들은 챙피할까?

- 다르니까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니까요. 그 때 <가방 들어주는 아이> 읽었을 때, 장애인과 같이 다니면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고 불쌍하다고 말하니까 싫었을 거 같아요.

- 가족이니까 비슷한 점이 있으면 좋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 닮아야 가족이 되는 거야?

- 아니야. 난 가족들이랑 안 닮았어.

- 텔레비전에서 나온 남매는 하나도 안 닮았었어.

- 우리 아빠랑 엄마는 그림을 잘 못 그리는데, 나는 잘 그리거든요. 안 닮아도 가족이에요.

- 유전보다 노력이 중요한 것은 아닐까요?

- 닮으면 좋지만 가족이라고 닮아야 할 필요는 없어요.

- 불편한 마음이 있었을 거에요. 엄마랑 아빠는 빨강이를 낳아서 미안했을 거 같아요. 우리와 다른 색을 가져서 겪을 어려움, 뭐 놀린다던가 그런 거에 대해서 미안했을 것 같아요.

- 아 맞아요. 지난 번에 이야기한 것처럼 옛날에는 장애인들은 집안에 갇혀 있어 있다고 들었어요. 넌 다르니까 나오지마, 부끄러워, 그랬다고 들었어요.

- 아 그래요, 장애인이 우리 주위에 많다는데 안 보이는 것을 보면 아직도 집에 있는 아니에요?

- 장애인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든 고쳐주고 싶을 거에요, 그러니까 치료를 해주고 노력할 거거든요, 그런 면에서 빨강이에게 우유를 주고 생선을 주고 밀가루를 뿌려줄 거 같아요.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요. 사랑해서 그런 것 같아요.


정리해보면, 빨강이가 겪을 어려움을 미리 걱정한 가족들은 빨강이가 하양, 검정으로 바뀌기를 바래서 노력했던 것이다. 빨강이랑 같이 다녔을 때 다른 이들이 바라보는 시선에서 부끄러울 수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라고 볼 수 있을까? 그런데 가족들은 왜 빨강이의 입장은 묻지 않고 돌아보지 않았을까? 너무 가족의 입장에서만 생각한 것 같아요.


세번째 질문.


차별은 왜 하는 것일까?


먼저 우리가 차별당했던 경험을 떠올려봐요.

- 어린이집에서 키가 작다고 놀렸어요.

- 내 동생보다 키가 작네? 라고 말하면서 놀렸어요.

- 너 1학년이야? 라고 물어요, 키가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닌데 보이는 것만 보고 놀리는 건 나빠요.

- 너는 우리랑 친하지 않아서 같이 놀 수 없어. - 또 친해질 수도 있는 건데 처음부터 빼는 것도 차별이에요

- 넌 안 돼, 우리 무리에 끼지마. 이유도 없이 오지 말라고 할 때 있어요.

- 첫째들끼리만 모여서 이야기한다고 둘째인 저를 빼고 놀았어요.

- 내가 잘 못하는 것이 있는데 그걸로 못하냐고 놀리면서 저를 빼고 놀았어요. 이런 것도 차별이에요?


* 차별은 어떻게 구분을 짓는 것 같아요.

차별은 어떤 기준을 정하고 여기에 맞지 않으면 안 좋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그 때 감정이 어땠어요?

- 짜증나요!!!! 화나요!!! 궁금해요, 왜 나는 안 되는 거야? 이유를 말해줘!

- 막막해요. 어떻게 해야 함께 놀 수 있지?

- 억울해요

- 속상해요.

- 답답해요.

- 우울증 걸릴 거 같았어요. 왜 나는 안 돼???


그러면 왜 차별을 하게 되는 거야? 왜 차별 당하는 거지? 차별은 왜 하는 것일까요?

- 달라서 그래요.

달라서?

- 여자라서, 남자라서.

- 장애인이라서

- 학년이 달라서, 나이가 달라서.

- 친한 관계가 아니어서요. 벽을 두어요.

- 키나 외모가 달라서, (다 같을 수는 없잖아?)

- 그냥요, 그냥 그 사람이 기분이 안 좋아서 차별을 하기도 해요.

- 사실 차별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는데요, 친구들이 한 아이를 끼어주지 않고 놀면 이건 아닌데.. 하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어쩔 수 없이 저도 그렇게 해요. 차별이 나쁜 건 알지만 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네번째 질문


좋은 차별도 있을까?



있을 거 같아요. 히틀러 같은 사람은 차별해야해요. 구별해서 그 사람은 모른 척 하고 같이 일하면 안 되요.

전쟁같이 이유가 없이 사람을 죽이거나 괴롭히는 사람들은 같이 지내기 어려울 것 같아요.


아주 깊게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이 한 시간 반을 넘었다. 갈 시간이라서 이제 마쳐야 하는데, 아이들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다. 시간이 없어서 급히 마무리를 하려고 했는데,


어떻게 하면 차별을 하지 않을 수 있어요? 라고 물었다.

어떻게 해야할까? 누가 대답해볼까?

이런 걸 자꾸 이야기 해야하는 것 같아요.

이런 거?

이런 책을 읽고 다르다는 것으로 차별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나눠야해요.

잘 모르고 그냥 차별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자꾸만 이런 이야기를 해야해요. 그래서 왜? 라고 물어야 해요.

이유를 모른채 차별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정리하기>

차별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견을 적어보기

빨강이나 빨강이 가족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을 적어보기

둘 중 하나 해보면서 마무리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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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소감>

'장애인의 날'이 있던 주여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가방들어주는 아이>를 읽고 다리가 불편한 아이를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에 대하여 <차별>이라는 관점에서 더 깊게 이야기하고 싶어서 이 책을 골랐다. 아이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게 될까 궁금했는데, 비슷한 시선으로 이 내용을 해석하고, 빨강이의 입장에서, 그리고 빨강이의 가족들의 입장에 서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로 질문을 만들어 풀어가는 모습에 많이 놀랐다. 사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아이들의 질문은 예리해졌고 생각의 이유들을 찾아가는 과정도 견고해졌다. <다름>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음 시간에 이어서 해볼 예정인데, 나와 다름을 이해하는 것을 어떤 이야기들로 풀어나갈지 기대가 된다.


모두가 같아야 한다고 말하진 않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한 가지 기준으로 줄을 세워 학생들을 평가하고 있다. 빨강이가 빨강이로 잘 존재하도록 돕는 것이 오늘 수업에서 마지막으로 한 대화처럼, 이 철학교실의 과제이고 존재이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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