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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야 하는 비밀은 무엇일까?

<비밀이 들려요> 그림책을 읽고

by 동그래

바람의 아이들 출판사에서 신간 그림책을 선물해주셨습니다.

이 그림책은 '비밀'에 관한 사유와 성찰, 또한 비밀을 다루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 등을 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년 이상부터 어른들까지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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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그림책을 읽자마자 떠오르는 생각과 질문들이 많다며 공책에 적기 시작했다. 아말리아의 비밀이 무엇이길래 아말리아의 말이 끊겼고, 또 다시 비밀을 말하게 되었으며, 왜 비밀을 들어주는 상담소를 내게 된 것인지 의문투성이인 이 그림책이 아이들의 생각을 절로 끌어내게 한 것이다. 그림책으로 철학수업을 할 때, 어떤 그림책을 선정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몰입력, 참여도가 달라지게 되는데 이 그림책은 여러 모로 아이들의 생각을 자극한 책이다.




<비밀에 대한 개념 탐구>


동 : 비밀을 갖고 있는 사람?

생 : 모두 손 들고 있다.

동 : 비밀을 말해줄 수 있는 사람?

은 : 비밀은 말하면 그게 비밀인가요?

한 : 그런데 이 그림책에서는 비밀을 말해야한다고 하잖아요.

규 : 말해야 하는 비밀이 있는 거 아닐까요?

동 : 그럼 비밀이 무엇인지, 어떤 비밀들이 있는지 먼저 살펴보는 게 좋겠다


동그래 선생님은 칠판에 수직선을 그렸다. 그리고 왼쪽에는 말하지 말아야 하는 것, 오른쪽에는 말해야 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 너희들이 알고 있는 비밀을 말해볼까? 그 비밀은 어느 정도의 비밀일까? 말하면 안 되는 것인지, 말해야 하는 것인지, 그 중간 정도일지 한 번 살펴보고 그 이유를 이야기해볼까?


이 : 제가 가진 비밀은 말하면 안 되요. 나만 알고 있는게 좋은 거에요. 그래서 이건 왼쪽 끝이에요.

한 : 저는 중간 정도에요. 친한 친구에게는 말해도 되고, 나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말 안 해줄거에요.

규 : 저도 중간 정도인데, 조금 더 왼쪽일 것 같아요. 가족들만 아는 게 좋은 비밀이거든요.

동 : 그러면 우리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가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그 때 독립운동에 대한 계획이 비밀이야, 그건 어느 정도일까?

은 ; 만약에 3.1운동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에게 태극기를 가지고 언제 어디서 모이는지 말해줘야 해요. 그러니까 그건 알려야 하는 비밀인데, 일본 사람들이나 친일파에게는 절대로 알리면 안 되는 비밀이기도 해요.

한 : 그러네. 그러고보면 비밀은 나만 알고 있기도 하지만 여럿이 알아야 하는 것들도 있어요.

아 : 그러면 일제 강점기에 비밀을 잘 못 말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 아주 아주 잘 지켜야만 했겠네요.

규 : 그치, 그 때 비밀을 잘 못 말하거나 그러면 계획이 다 망칠 수 있고 무엇보다 죽을 수 있어. 그러니까 비밀을 정말 믿을 만한 사람에게 잘 이야기해줘야해.

은 : 친일파인지 아닌지 잘 알아야 하겠다. 비밀을 지켜줄 수 있는지, 말해서 방해할지 생각해야하니까.

동 : 그럼 우리가 한 말을 정리해보면, 비밀에는 나만 알아야 하는 것부터 다른 사람에게 말해야 하는 것까지 포함한다는 것과 비밀을 말 할 때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잘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네요.

규 : 학교 폭력을 당할 때도 말해야해요.

한 : 아동학대도 말해야 한다고 아빠에게 들었어요. 아빠가 그러는데 아동학대 당하는 아이들이 말을 제 때 못해서 피해를 더 키운다고 했어요. 아빠가 나를 때릴 때 무서워서 말하지 못할 때가 많을 것 같아요.

은 : 왕따도 그래요, 왕따 당한다고 말하는 게 어려워요.

이 : 친구 관계에 대해서도 그래요. 어떤 것은 친구에게 말해야 하지만 잘못 말하면 더 안 좋아질 수도 있어요. 그래서 비밀을 말할 때는 아주 잘 생각해야 하는 것 같아요.


<비밀의 스팩트럼>이 있다. 아이들은 비밀에 대한 개념탐구를 하면서, 비밀은 나만 알고 있어야 하는 것부터, 말해야 하는 것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에 관한 비밀은 정말 신뢰할 만한 사람 몇에게 알려야하며 신뢰할 만한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한 여러 기준과 판단이 필요하다. 학교폭력을 당했을 때 말해야하지만 누구에게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가. 는 신중하게 생각헤야 한다는 점, 비밀을 다루는 일은 아주 정교한 작업임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이 만든 질문>


1. 문을 열고 만난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아말리아의 비밀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2. 비밀은 혼자만 간직해야 하는 것 아닐까?

3. 비밀을 말할 때 자유와 진실을 만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4. 비밀이란 무엇일까?

5. 말해야 하는 비밀이 있을까?

6. 아말리아가 말하지 못한 시간 동안 무슨 생각을 했을까?

7. 비밀의 문을 열게 한 것은 무엇일까?

8. 수달과 곰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왔을까?

9. 왜 비밀을 서랍장에 넣었을까?

10. 아말리아는 왜 비밀을 들어주는 일을 시작했을까?

11. 상담소에 온 동물들의 비밀은 무엇이고, 그 비밀을 말했을 때 어떤 변화가 있을까?

12. 아말리아가 끝까지 그 비밀을 말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13. 진실이란 무엇일까?

14. 왜 비밀을 서랍에 넣어두었을까?


평소에는 이야기 나누고 싶은 질문을 골라서 말했는데, 이번에는 동그래 선생님이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고 질문의 순서를 정하고 수업을 이끌어갔다. 아이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1번 질문부터 살펴보았다.


1. 문을 열고 만난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아말리아의 비밀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한 : 분명이 안 좋은 일이었던 것 같아요. 표정이 어두워지고 할 말을 잃었던 것을 보면요.

은 : 그림이 검정색으로 변해요. 말풍선도 모두 검정색이에요.

아 : 좀 좋은 건 진짜 아니었을까? 예를 들면 부모님이 서로 좋아하고 있는 모습이나 그런 거..

은 : 그건 비밀이라고 하긴 좀 어렵잖아. 우리 부모님이 서로 뽀뽀했다는 게 비밀이 되고, 몇 년 후에야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아 : 아, 그러네. 아무래도 어두운 일이긴 할 것 같아요.

규 : 학교 폭력의 장면을 봤거나 부모님이 싸우는 것을 보았거나...

한 : 아동학대나.. 좀 처참한 싸움의 현장을 보았거나..

이 : 살인하는 장면이나 자살하는 것을 본 건 아닐까요?

동 : 아무래도 그런 일 같아요. 할 말을 잃게 하고, 그 자리를 도망가게 하는 일.. 여러분들은 혹시 그런 장면을 본 적이 있나요?

한 : 직접 본 적은 없는데..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어요.

동 : 만약. 그런 장면을 봤다고 상상해보면 어떨 것 같아요?

은 : 완전 슬프고 무섭고 두려울 것 같아요.

한 : 그것에 대해 말했다가 보복당하거나 더 안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어서 말하지 못할 것 같아요.

이 : 그게 뭔지 구체적으로 모르겠지만 안 좋은 일이었을 거에요. 알리긴 해야 하지만 말로 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말하기는 난처한 그 무엇인가 였을 것 같아요.


그러면 우리 그 비밀을 꽁꽁 숨겨두었던 '서랍'에 대해 생각해볼까요?


14. 왜 비밀을 서랍에 넣어두었을까?


규: 왜 가방이 아니라 서랍이었을까요? 제 생각에는 그 비밀이 가방에 넣기에는 너무 무겁고 중요한 것이었을 것 같아요. 그만큼 아말리아가 가진 비밀이 무겁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은 : 제 생각에는 가방이면 자주 열어야 하잖아요. 그럼 비밀을 계속 보게 되고.. 그게 싫기 때문에 딱 서랍에 넣어두고 보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꼭 닫아두고 열지 않고 보지 않으려고요.

이 : 제 생각에는 서랍은 분리가 가능하잖아요, 좋은 일은 좋은 칸에 두고 열어보고, 안 좋은 일은 안 좋은 일에 넣고 안 보려고 하는 거에요.

동 : 아.. 추억을 쌓아두는 공간을 둔 거이라고도 볼 수 있네요.

한 : 모든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서랍이 있어서 보관할 수도 있고 꺼내어 쓸 수도 있어요. 그런 것을 말하려고 한 것 같아요. 가방으로 하기엔 규영이말처럼 너무 가벼우니까, 서랍이라고 말한 것 같아요.

아 :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6. 아말리아가 말하지 못한 시간 동안 무슨 생각을 했을까?


동 : 규영이의 질문이에요. 왜 이 질문을 했을까요?

규 : 시간이 많이 지나는데 왜 말을 하지 않고 있었을지 궁금했어요. 그 시간동안 뭘 했을까요?

은 : 비밀에 대해 말하는 게 힘들어서 잤을 것 같아요.

한 : 잠만 자기는 어렵지, 고민이 있으면 잠이 잘 안 오잖아.

은 : 그러면 고민을 했겠죠. 누구에게 이 비밀을 말해야 할까, 누가 내 말을 진심으로 들어줄까 찾았어요.

이 : 제가 진짜 말해야하는 것이 있는데 제가 좋아하는 친구에게 말하려고 해요. 그런데 그 친구가 그 비밀을 잘 지켜주지 않으면 진짜 속상할 것 같아요. 말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후회도 하게 되고요. 그러니까 누구에게 어떻게 말해야할지 생각했을 거에요.


7. 비밀의 문을 열게 한 것은 무엇일까?


규 : 내 비밀을 잘 들어주는 친구를 만난 거에요.

동 : 잘 들어준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은 : 또 깊게 깊게 질문을 하는 건가요? 철학자처럼요?

한 : 그래야 재미있지..

이 : 잘 들어준다는 것은 이해해준다는 거에요. 무슨 말을 해도 가만히 들어주는 거에요.

한 : 제 생각에는 내 마음을 읽어주고 알아주는 거에요.

동 : 내 마음을 읽어주는 게 뭐에요?

한 : 내 마음과 같다는 것을 말해주는 거에요. 내가 너의 비밀을 완전히 받아들이고 도와줄 수 있어.

은 : 괜찮다. 뭐든 이야기해도 괜찮아. 라고 하는 거에요.

규 : 그런 친구가 있으면 좋겠어요. 진짜 내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가 있으면 다 말할 거 같아요.

동 : 아말리아가 수많은 친구들을 만났을 텐데, 그 친구들에게는 말을 못 했잖아요.

은 : 다른 친구들은 아말리아의 말을 대충 듣거나 잘 들어주지 못했던 거 같아요.

동 : 그러면 잘 들어준다는 것은 진짜 위로를 해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사람, 믿을 수 있는 사람이네요.


10. 아말리아는 왜 비밀을 들어주는 일을 시작했을까?


동: 이 질문으로 가볼게요. 친구에게 비밀을 털어놓고 진실과 자유를 누린 아말리아는 비밀을 들어주는 일을 시작해요. 왜 이 일을 시작했을까요?

이 : 자기가 힘들었으니까 공감해줄 수 있을 거에요.

한 : 누구가를 도와주고 싶었을 거에요.

규 : 자기 친구가 있어서 비밀을 털어놨듯이 누군가에게 친구가 되어주려고 했던 것 아닐까요?

아 :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자기가 힘들었던 것을 아니까 도울 수 있어요.

은 : 학교폭력 같은 거 겪으면 전화하는 곳이 있는 것처럼 말할 곳이 필요하거든요.

이 : 그런데 왜 자살 하기 전에 전화하는 곳 같은 거가 있어요?

은 : 말하다보면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으니까 그렇겠지

동 : 자신의 말을 하고 싶었는데 말하지 못해서 죽고 싶었을 수도 있었으니까 기회를 주는 것 아닐까?

아 : 그러면 비밀을 말하는 것은 누군가를 살리는 일이기도 하겠네요.

규 ; 아말리아가 비밀을 들어주는 일을 하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네요.


<정리하기>


우리는 아말리아가 가진 비밀이 무엇인지 밝히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말리아가 어려움에 처했고 우울한 시절을 보냈고 잘 들어주는 친구를 만나면서 자유를 누리고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을 시작했다는 그 과정에 대해 살펴보면서 '비밀'이 가진 여러 모양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 철학수업을 통해 알게 된 점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기로 했습니다.


비밀을 갖는 다는 것은 여러 모양이며 풀어야할 것들은 반드시 풀어야할 것 같다.

비밀에는 말해야 할 것이 있다. 그건 용기를 내어 말해야 한다.

누군가의 비밀을 잘 들어주는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

비밀을 말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풀어야할 비밀은 꼭 풀어야 하고, 그래야 자유롭게 살 수 있다.




우리는 함께 모여 함께 읽고 서로 질문하고 이야기를 나눌 때

서로의 생각이 모이고 커져가며 '더 나은 생각'으로 만들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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