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지와 폭신이 / 하야시 아키코 글 그림> 을 읽고
은지와 폭신이
하야시 아키코 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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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지가 태어나기 전부터 폭신이는 은지를 기다렸다. 은지가 태어나자마자 폭신이는 은지와 함께 했다. 누워있을 때, 기어다닐 때, 그리고 걷고 뛸 수 있을 때까지 폭신이는 은지의 곁에 있었다. 은지는 자랐고, 폭신이는 점점 낡아갔다. 폭신이를 만들어주신 할머니에게 폭신이를 고쳐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기차를 타고 할머니댁으로 향했다. 폭신이는 은지의 도시락을 사오다 문에 꼬리가 끼기도 했지만 "괜찮아.'라고 말한다. 그렇게 할머니댁 동네에 도착한 둘은 사막에서 잠시 놀다가 개에 폭신이가 물리는 사건이 일어나고 은지는 폭신이를 업고 할머니댁으로 돌아와 폭신이를 돌보고 고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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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북(토요일마다 아름다운 책을 읽어요.)은 현재 초등학교 1학년인 여자 아이 네 명과 함께 하는 북클럽이다. 활발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아이 1명, 조금은 엉뚱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하려고 하는 아이 1명,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한 신중한 아이 1명, 부끄러워서 말하는 것이 어려운 아이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꺼내는 것이 어려운 아이들이 있다보니 형이상학적인 주제나 가치들로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서 아이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중심으로 책을 골랐다. 그리고 작은 말 한 마디도 더 경청하려고 애쓰려 한다. 말하지 않는다고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말하지 않는다고 재촉하지 않으려 한다. 단지, 그 생각이 궁금해서 말해주길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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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지와 푹신이"이야기는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갖고 있는 인형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은지와 푹신이"처럼 나에게도 친한 인형이 있냐고 물었더니 모두가 그렇다고 했다. 인형의 이름은 있냐고 했더니 모두 이름이 있다 했고, 자신들의 이름을 지어줬다고 했다. 그리고 "인형과도 친구가 될 수 있어?"라고 물었더니, 모두 그렇다 라고 했다. 나는 반대하는 입장에 서서 인형과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치며 아이들의 생각을 끌어내보기로 했다. 사실 어른이 된 나는 인형과 친구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너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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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그럼요. 당연해요. 인형이랑 저는 친구에요.
- 나는 인형 친구가 없거든. 인형은 말도 못하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지, 감정도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어?
(황당한 표정으로) 인형이랑 친구가 되는데는 말이 필요 없어요. 그냥 놀면 되거든요.
맞아요. 인형이랑 같이 놀면 인형의 마음도 알 수 있어요.
- 진짜? 인형도 마음이 있어?
네. 아마 인형을 뜯어보면 뇌가 있을걸요?
아니, 진짜 뇌는 아니겠지!
그런가? 암튼 인형도 인형의 생각이 있어서 우리랑 같이 어울릴 수 있어요.
- 나는 그렇게 어울린다는게 믿어지지 않아. 그냥 상상으로 하는 거 아닐까? 그러면 사람 친구랑 인형 친구의 공통점이 있다는 거야? 나는 차이점만 보이거든. 말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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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친구와 인형친구의 공통점 찾기?"
- 같이 놀 수 있어요
- 친해요.
- 소중해요.
- 이름이 있어요.
- 장난치고 놀 수 있어요.
- 다치면 속상해요.
- 대화는 안 해도 친구가 될 수 있어요.
- 텔레파시 같은 게 있어서 통해요.
- 부끄러워서 말 하지 않는 것이 아니지 말을 할 수 있을 수도 있어요.
"인형은 사람들이 아무도 없을 때 움직여요. 그렇지?"
- 토이스토리처럼 말이야?
네, 인형들도 그렇게 움직이고 자유로울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다 몰라요.
-베개 아래에 두었던 인형이 학교 갔다 오니 침대 아래에 있었어요. 그건 움직인 거죠.
- 엄마가 둔 거 아닐까?
본 사람이 없으니까 아무도 모를 일이에요.
"그러면 너희들은 인형과 친구가 되는 것이 가능한 일이고, 지금도 친구로 지내는 거니?"
-네!
너희들이 인형과 어떤 말을 하는지 한 번 적어서 알려줄래?
내 인형은 친구다. 왜냐하면 내 마음을 잘 알아주기 때문이다.
내 인형은 친구다. 왜냐하면 나랑 놀아주기 때문이다.
내 인형은 친구다. 왜냐하면 내가 안녕.이라고 하면 안녕.이라고 대답해주기 때문이다.
내 인형은 친구다. 왜나하면 나에게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인형이랑 친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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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것들에 대한 마음, 아껴주는 마음이 전해져서 참 따뜻했다. 인형이 다칠 때 마음이 쿵 가라앉고 걱정되요. 라는 말, 꼭 말로 해야 친구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말, 아이들의 생각에서 나온 아름다운 말들을 들을 수 있어 참 좋았던 시간.
2023. 02.04 토미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