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뜰에서/ 조던스콧 글, 시드니스미스 그림, 김지은 옮김>
2023-04-11
<할머니의 뜰에서, 조던 스콧 글, 시드니 스미스 그림, 김지은 옮김, 책 읽는 곰>
인상적인 장면이 참 많아서 고를 수가 없었던, 그림책이었습니다. 조던 스콧의 자전적인 이야기라서, 더 마음을 울렸던 것 같아요. 역시 살아있는 이야기는 삶에서 나오나봐요. 이 책은 나이듦, 죽음, 그런 주제도 있지만 할머니 한 사람의 인생이 가진 이야기, 그 인생을 가만히 지켜보고 기억해주는 한 아이의 눈이 우리를 울렸던 것 같아요.
<그림책을 읽고 생각한 것들>
지렁이가 흙을 먹고 더 좋은 흙을 만들어주듯,
사람이 더 나은 세상을 다른 이에게 보여주고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이 참 감동이었어요. _명*
우리 할머니의 싱크대가 떠올랐어요. 돌아가신 후에 할머니의 싱크대 앞에 서서 우리 할머니가 이렇게 작았구나, 우리 할머니가 이렇게 허리가 굽었었구나, 할머니의 부엌에 남겨진 할머니의 흔적들이 기억났어요.
소중한 이의 죽음은 참 슬프지만, 남겨진, 또 나의 아이들과 가족들을 기억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아요
. _민*
할머니에게 정원은 어떤 의미었을까요, 낯선 땅에서 할머니의 정원은 온전한 자기 만의 공간이었을 것 같아요. "이건 내 것이란다."라고 말할 수 있는 무언가가 모두에게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할머니와 교감할 수 있는 아이가 얼마나 될까요?
할머니의 삶을 바라보고 기억해주는 것이 정말 아름다운 것 같아요.
나의 할머니, 누워계셨던 할머니에게 바깥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서 몰래 집안으로 데려왔던 개,
이쁘게 꾸며주고 싶어 엄마의 진주 목걸이를 할머니에게 걸어주었던 어릴 적 내 모습이 떠올랐어요.
할머니들도 감정이 있어요. 각 개인의 특수성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_ 초*
이 책을 읽으니 눈물이 나요.
나의 부모님, 나의 아이들이 생각나요.
늙어가는 것,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두렵기도 해요.
그러면서 지금 살아가는 내 삶을 기억해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떠올라요.
_ **
우리는 단편적으로 살아가지 않아요, 각 개인으로만 살아가지도 않아요.
삶은 얽혀 있어요. 입체적인 삶을 살아요.
할머니는 이 힘든 시간들을 그저 자신이 해야할 일들을 해가면서 뚜벅뚜벅 살았을 것 같아요.
무엇이 되겠다는 마음이 아니고, 그저 소중한 것을 지키면서 사셨을 것 같아요.
뭣이 중헌디? 하고 묻는 책이에요. 남편이든, 할머니든, 부모든, 아이들이든 서로를 지켜봐주고 대화할 수 있는 누군가가 곁에 있는 삶을 살고 싶어요
. _ *희
죽음이 언제 찾아올지 모르지만,
1. 내 삶을 살자.
누군가의 엄마, 아내로서의 삶을 넘어 내 삶을 살아가자.
지렁이를 주워 정원을 가꾸는 것처럼.
2. 나이들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그저 그 때를 살아가자.
3. 아이든, 어른이든, 누구든 사랑받고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한다.
모두가 외롭다. 그러니 따스한 관계들을 맺어가자.
"아침에 눈 떠서 생각한다. 나는 그동안 받기만 했다고, 받은 것들을 쌓아놓기만 했다고, 쌓인 것들이 너무 많다고, 그것들이 모두 다시 주어지고 갚아져야 한다고, 그래서 나는 살아야겠다고.."
(김진영, 아침의 피아노, 94쪽)
"이만하면 됐다"라고 말하는 날, 이날 당신은 죽음에 이를 것입니다. 이에 항상 더 많이 행하고, 항상 앞을 향해 나아가며, 항상 길 위에 있으십시오. 결코 되돌아가지 마시고, 결코 길에서 벗어나지 마십시오.
(아우구스티누스, 길 위해서, 41쪽)
이 책 정말 좋아요.
여러분들은 이 책을 읽고 어떤 마음이 드셨을지 궁금해요.
그림책으로 철학하기는 특별한 활동이 아니에요.
철학하기, doing philosophy는
자신의 생각을 꺼내고 서로의 생각을 만나며
더 나은 생각과 판단들로 이어가는 삶의 모습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