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그래 Jul 15. 2023

부자 선생님 부자 선생님 우리 선생님은 부자래

4살 은수



"엄마! 그거 알아? 우리 선생님은 부자 선생님이야."

"응? 무슨 말이야. 선생님이 부자라고? 그걸 어떻게 알아?"

"옆반 선생님이 우리 선생님을 부를 때 부자 선생님 이라고 부르셔."

"부자 선생님? 혹시 부장 선생님 아니야?"

"아니야. (한글자씨 띄어읽으며) 부 자 선 생 님!"


나랑 남편은 아이의 말에 빵 터지며 웃었다. 아이는 자기 말을 못 믿어 준다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고,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몰라 "맞아. 은수 말이 맞아. 부자 선생님이시라서 좋겠다."라고 대답했다. 은수는 우리가 자꾸만 웃으니까 부자 선생님이라고 다들 부르는데 왜 엄마 아빠는 웃는거냐며 찡그렸다. 은수 덕에 우리는 건강해질 것 같다고 고맙다고 했다. 아이들이 말을 배워가는 과정에서 하는 어설픈 단어들은 정말 귀엽다. 세상에 이렇게 귀여운 일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주 사랑스럽다. 혀 짧은 소리라고 말하는 그 귀엽고 앙증맞은 목소리와 발음은 우리 마음을 몰랑몰랑하게 한다.


아주 어릴 때, 아이의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서 그 뜻을 알지 못할 때에는 아이의 말을 더 귀담아 들으며 그 뜻을 찾아가는 과정은 마치 우리가 언어학자가 된 것처럼 진지했다. 아이가 뿌뿌 라고 말하며 울던 날, 뿌뿌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은 정말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같았다. 인형을 보여주며 뿌뿌? 연필을 보여주며 뿌뿌? 수박을 보여주며 뿌뿌? 수십번의 질문으로 찾아낸 뿌뿌는 포크였다. 뿌뿌 하면서  울던 아이가 "포크!"라는 말에 씨익 웃을 때 우리는 크게 박수를 쳤다. 탐정이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뿌듯함과 만족감이 이런 걸까?

내 입술의 움직임을 가만히 관찰하고 따라하며 말을 배워가는 어린이의 진지한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기특한 마음에 웃음이 실실 흘린다. 더 잘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생각해보면  말을 배워가는 아이와 함께 할 때 부모는 언어학자도 되고, 탐정도 되고, 훌륭한 교사도 된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혀도 길어져서 발음이 정확해진다. 성장이 기특하지만, 빵 터지며 크게 웃을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어서 조금 아쉽다. 그래서 나는 보물창고에 보물을 쌓아두듯, 내일의 웃음을 위해 부지런히 아이의 말을 기록하는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철학은 누구나 하고 있는 거잖아. 그걸 또 배워야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