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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래 Jul 04. 2023

오늘의 '막두'는 나, 너, 우리다.

<막두/ 정희선 글 그림 / 이야기꽃> 을 읽고  

2023-07-04 <막두/ 정희선 글 그림>



https://www.youtube.com/watch?v=yO9ILN5_cN8


이 그림책은 볼 때마다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전쟁으로 피난민 생활을 했던 어린 막두의 성장기, 억척스럽게 삶을 살아간 막두의 인생기,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버티고 버텼을 막두의 외로운 길, 막두의 표정에서 보이는 인생의 희노애락 등. 오늘 마마쿠쿠에서 이 그림책을 읽으니 막두처럼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이 더 크게 보였고, 막두의 표정에서 나의 표정, 우리의 표정이 함께 읽혔다. 우리도 결국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작은 막두들이라는 발견! 이다. 



제일 먼저 나눈 질문은, 이름이 왜 막두일까?

 _ 막둥이였을 것이다. (율희) 막내여서 막둥이 라고 불렸던 기억 때문에 막두라고 이름을 지었을 것 같다. 

 _ 막막하고 두려웠던 시간들을 견뎠기 때문에 막두라고 짓지 않았을까. 

 _ 두려움을 마감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라는 의미도 있었을 것 같다. 

 _ 대가리(머리 두)로 생각하면서 사는 것보다 막 몸을 사용해서 살았던 삶이라 그런 것이 아닐까. 

 _ 여기서 막은 1막, 2막 하듯이 어떤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라면. 피난와서 부산에 살면서 새로운 삶을 스스로 개척하고 살아가는 자신에게 붙여준 이름이 아닐까.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우리가 마주한 질문은 


'당신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나요.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온 나의 막두 인생을 소개해주세요.'

 
'가장 기억하고 싶은 순간 /
가장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 /
그 때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개인적인 이야기들이라 다 여기에 적긴 어렵지만 참 어려운 시간들을 포기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고 버텨 지금 이 시간 자신이 이곳에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격려하고 기특하다 칭찬해주었다. 막두 할머니의 노란 꽃무늬 바지 마지막 장면처럼 '참 잘 해왔어' 라고 아기에게 칭찬해주듯 '궁디 팡팡'해주었다. 




스물 다섯, 처음 일했던 회사에서 선배들에게 당했던 모욕감, 굴욕감을 통해 삶에서,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태도'라는 것을 깨달았던 이,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생각과 자신을 지키고 무엇보다 자신을 그곳에 두지 않고 과감히 그곳에서 떠났던 결단력! 

_ ‘두려워하지 말고 살아. 네 인생 살아. 아무 상관 없어.’


모두가 날아가고 있을 때 나는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는 절망과 좌절감, 낮은 자존감으로 괴로워했던 시간들을 버티고 이겨낸 이, 지금은 그 시간을 바탕으로 절망과 막막함에 빠진 학생들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손잡아줄 수 있는 이로 성장하고 있다는 고백! 

_ ‘잘 했다. 수고했다 도망가지 않고 잘 견뎠다. 20대가 있었으니 지금의 내가 있다.’


엄마의 임종 장면을 기억하며 삶의 의미를 더 해가고 있는 이, 지금 내가 세워가고 있는 우리 가족에 대한 다정하고 따듯한 시선은 엄마로부터 온다는 이야기, 인생은 거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무단히 자신을 독려하며 애쓰며 살아가야 한다는 깨달음으로부터 자신과 아이들을 잘 지켜가고 싶다는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_ ‘괜찮아. 씩씩하게 잘 살아. 네가 만든 가족들을 소중하게 아끼면서 살면 괜찮아.’


암 투병을 하면서 버티고 버텼던 시간들을 지나 자라나는 머리카락처럼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은 나를 지키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고 자유를 누리는 중인 이. 

_ ‘잘 했다. 지금 이 순간으로 충분하다' 


갑자기 찾아온 고통 앞에서 삶을 놓고 싶었지만 끝내 살았고 지금을 누린다는 이, 돌아보니 하루하루가 기적이고, 앞으로의 삶 또한 정성스럽게, 또 즐겁게 살아갈 것이 기대된다는 말씀에 모두가 큰 박수를 보냈다. 

_' 지금 잘 했어. 살아 있어서 얼마나 좋으냐, 즐거우냐, 잘했다.”


내 몸에서 생명이 나왔다니, 매일 감탄하면서 함께 걱정되고 막막해서 눈물이 날 때도 있다는 이, 무엇이 되려 하지 않고 그저 오늘 하루를 감사하며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가장 단순하고 행복한 방법임을 깨달았다는 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_' 그래, 걱정이 찾아오면 그저 맞이 해. 할 수 있는 것만 하나씩 하면 돼. 잘 했다'


말하지 않고 조용히 들으며 참여했던 이에게는 무한의 응원과 존경을 표하며, 온전히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곁에서 조용히 기도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싶다. 

_ '살아있다는 것, 곁에 있다는 것, 하루 하루가 기적임을 알려줘서 고마워요' 



오늘 우리는 '막두'를 통해 서로를 조금씩 알아갔다. 그 시간을 버티고 애쓰며 살고 있는 우리의 막두 인생은 현재 진행형이다.  어려운 순간에 꽃무늬 바지입고 엉덩이를 흔들어가며 다시 오늘을 산다.  시작되는 오늘은 어제와 다른 오늘이니까, 또 시작한다.  마지막 날까지 우리는 새 날을 살거다. 


"이리 와요. 이 도미 함 보소! 내만치로 싱싱하다!"

막두 할매가 다시 하루를 시작합니다.

할매의 목소리는 싱싱한 도미보다 더 싱싱합니다. 



* 우리는 막두 같은 인물에게 '억척스럽다'라는 말을 사용하곤 한다. 억척스럽다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다가왔었는데, 오늘 사전을 찾아보니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몹시 무질고 끈덕지게 일을 해 나가는 태도가 있다.'라는 뜻이란다. 억척스럽게 삶의 의지를 가지고 살아가고 싶다. 억척스러운 마마쿠쿠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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