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금은 고등학교 입학부터 재수를 염두에 두는 아이들도 있고 실제로 우리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많은 비율의 아이들이 졸업 후 입시에 다시 도전한다.
대입을 다시 준비시킬 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가정이 늘어나서이기도 하지만 큰아이의 입시를 치루고 있는 지금 생각하게 되는 다른 포인트들이 있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포인트들을 살펴보자.
우선 상위권 아이들은 단 한문제 차이로 가고 싶은 학과나 학교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과학이나 사회과목에서 단지 무슨 과목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선택과목에서 만점을 받아도 표점으로는 다른과목에 비해 1~2문제를 틀린것으로 카운팅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신의 성적을 쉽게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는 구조이다.
중위권 아이들도 이러한 점은 마찬가지이다. 거기에 더해 중위권 아이들은 실제로 고등학교 기간에 내신을 준비하며 수능을 준비하기에는 공부할 시간이 부족한(절대 부족할 수 없는 긴시간을 투자하고도!!) 아이들이 많다.
그래서 아이들은 고등학교 4학년이 되어 다시 대학입시에 도전한다.
나도 그러한 결정이 필요한 선택이라는걸 인정한다.
그러나 시작부터 쉽게 재수하면 되지 라는 마음으로 4학년 필수지 라고 입시를 대하기 보다는 일단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입시를 마친다 는 각오로 도전하는게 더 좋은 학교에 갈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입시는 크게 수시와 정시 이렇게 두가지 입시체계로 나뉘어져 있다. 수시는 수능전과 후 고등학교 내신성적이 주가 되어 치뤄지는 입시이고 정시는 수능 후 수능점수를 이용해 대학을 가는 입시이다.
이 중 수시는 내신성적이 합격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다. 그리고 이 수시전형때문에 나는 현역으로 대학에 가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교육부에서도 현역 아이들이 대학에 더 가기 쉽게 돕기 위해 이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현역 아이들은 수능을 치루어 입학할 수 있는 대학의 레벨보다 수능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의 레벨이 높다. 아이들이 재수를 해서 수능점수를 올린다면 성적 상승의 폭은 대학레벨로 따지자면 2단계 이상이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우리 아이는 정시(수능점수)로 대학갈거예요.' 라는 생각으로 내신에 소홀하면 안된다. 오히려 어떻게든 내신에 집중해 0.1 등급이라도 올리려 노력해야 한다.
고등학교 1학년 1학기가 지나고 나면 아이들은 자신의 학교안에서의 위치를 처음으로 성적표를 통해 확인하게 된다. 전교생 중 자신의 점수가 몇 등인지 성적표에 찍혀 나오는 경험을 처음 한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등수에 좌절한다. 중학교때까지 곧잘 공부를 하던 아이들은 자신의 성적이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면 아주 뛰어난 성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되는 순간이다. 이때가 중요하다.
포기할 것인가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대부분은 쉽게 체념한다. 그리고 적은 아이들이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간다.
스물도 안된 갓 아기티를 벗고 있는 아이들이 자신을 믿는다는 게 대체 무슨 뜻일까?
나는 이때의 아이들이 자신을 믿는다면 그건 부모가 바라보는 자신을 믿는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너는 할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아이의 마음 속 inner voice 가 되도록 하는 것.
그것이 부모가 할 일이다.
명심할 것
할 수 있는데 왜 안해 라는 다그침이나 잔소리는 믿음이 아니다.
믿음이란 말 그대로 믿어주는 것이다.
지금 아이가 해내고 있는것이 아이의 최선이라는 믿음
아이가 마음속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결국 해낼 것이라는 믿음
이렇게 포기하지 않고 내신을 위해 노력하면 다른 아이들이 포기해서 성적이 상승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큰아이의 경우 고3까지의 내신이 우상향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큰아이는 고1부터 고3까지 내신을 대하는 태도가 한결 같았기 때문이다. 마라톤에서는 선두 그룹이라는 게 있다. 특히 1등을 하는 사람들은 전략적으로 자신의 앞에서 뛰는 사람을 고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앞서 뛰던 사람들이 지쳐서 뒤쳐지기 시작하면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고 뛰는 사람들이 앞 줄로 나서게 된다.
0.1 등급이라도 올라간 내신은 대학입시에서 아주 중요하고 요긴하게 사용된다. 만약 재수를 염두에 둔다면 더더욱 3학년 2학기 마지막 기말시험까지 포기하면 안된다.
내신을 포기하고 수능으로 간다.
어불성설이다. 전쟁에서 성문을 내어주고 안에서 열심히 싸우겠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