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척이나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누군가와 나누는 즐거운 대화를 사랑한다. 나는 어지간해서는 텐션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텐션을 압도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남편의 침묵과 불만의 오로라다.
남편은 어지간해서는 뭔가를 잘 참아낸다. 내가 아는 그는 그렇다. 그리고 본인도 그 사실을 안다. 특히 입 밖으로 내뱉지 않는다고 본인은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나는 기감이 발달해 있다. 상대방의 기색을 잘 알아차린다. 이건 사실 뭔가 생존에 가깝게 습득된 거라 (나는 사 남매의 둘째이고 사실 퍽 눈치도 없고 특히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사고구조를 가졌다.) 나이가 들고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말아야지 해도 어쩔 수 없이 발동된다.
문제는 상대가 왜 그런지 여전히 종종 틀린다는 것이다.
화가 난 거 같다. 슬픈 거 같다. 그런 건 상대가 누구든 쉽게 눈치챈다.
그러나 문제는 이유를 종종 틀린다는 것이다.
차라리 기색을 잘 살피지 못하면 괜찮은데 기색은 잘 살피니 더 맘이 피곤하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내 남편은 뭔가를 잘 참는가? 물론이다. 그렇다면 그걸 티 내지 않는가? 전혀 아니다. 바로 이점이 남편과의 결혼생활에서 아주 오랫동안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내 남편은 조금이라도 못마땅하거나 마음에 안 들면 온몸으로 그 오로라를 펼쳐 자신의 불편함과 인내를 드러낸다. 나는 이 기색을 너무 빠르게 너무 완전히 느끼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숨이 막혀 죽을 듯했다. 그리고 이유를 알아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걸.
남편도 내가 그렇게 하기 싫은걸 아니 차마 시키지 못하고 자신이 참는 거였으니.
그러면 결국 이런 상황이 된다.
남편은 참으니 힘들지만 나 또한 남편의 화나 못마땅함을 그대로 받아내느라 힘들어 그 상황을 참고 참다 결국 폭발하는 상황
남편은 본인은 참느라 참았으니 더 화가 났고
영문도 모르게 숨이 막히던 나 또한 더 화가 났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게 된 건 아마 엄마가 준 마지막 선물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회생활의 경험들로 나는 결국
침묵은 금이다.
라는 말이 괜히 명언으로 남아 있는 게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 괜히 말을 해보았자 시간이 흐르면 그냥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 나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