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분명 하루하루는 괜찮았는데

by 연금술사 수안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 는 말이 있다.

분명 하루하루는 괜찮았는데

어느 사이 보니 온 마음에 멍이 들어 있었다.


사람마다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나는 주로 모른 척 웃는 방법을 사용하고는 한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는 속담처럼 대부분의 관계는 웃으며 지내다 보면 괜찮아 지고는 했다.


그런데 어떤 관계는 이런 행동이 더 안 좋은 결과를 내기도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관계의 어려움은 이런 것에 있는 것 같다.

평소 아무리 잘 통하던 방법이어도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관계도 있다는 것 말이다.


오해가 오해를 낳고 그런 오해가 쌓이면 아무렇지 않게 웃는 모습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몰랐다.

그런데 알았다고 해서 별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게 문제다.


이미 마음엔 멍이 들었고 이 멍을 가리기 위한 화장으로 '웃음'만 한 게 없기 때문이다.

멍이 가실 때까지 멍을 가릴 것인지

아니면 그 멍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것인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내 멍을 그대로 드러내도 날 예쁘다 할 관계였다면 아마 이런 상태가 되지 않았을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나는 다시 '웃음'으로 내 멍을 가리고

그 멍이 사라질 때까지 지내보기로 했다.


대신 내 멍을 보고도 예쁘다 해 줄 남편에게 더 많이 감사하며 지내기로 했다.


'집에 가면 뭐든지 내가 예쁘다는 남편이 있다.'

는 마음이 나를 조금은 숨 쉬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마음을 알게 되자

아이들의 관계에 대한 걱정도 사라졌다.


'집에 가면 언제나 내 편인 엄마 아빠가 있다.'


이런 마음을 아이가 가지게 된다면 세상에 무서울 것 없이 살겠구나.

아이의 마음이 멍들 일이 없기를 기도하기보다는

아이의 마음에 멍이 들지 않도록 '마음의 갑옷'을 입혀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구나 알게 되었다.


이런 마음을 알게 되니 지금 관계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들이 어쩌면 내가 성장하는데 반드시 필요했구나 생각하게 되었고 이런 마음이 드니 이 어려움이 견딜만하게 느껴졌다.


시간을 빠르게 건너 이 멍이 없어지길 바라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작심삼일 후 작심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