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의 어느 날 평소 팬이던 이은경 작가님의 알고리즘을 타고 온 브런치 작가를 위한 글쓰기 수업
그걸 눌러 신청한 날
아마 나의 인생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겁도 없이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뚝딱 글을 써서 퇴고도 없이 발행도 해버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몇 편을 쓰고 나니 쓸 이야기가 없었다.
마침 그때 만난 동기 작가님이 '나를 돌보는 글쓰기'라는 책을 추천해 주셔서 이 책을 사서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이 책에 쓰는 글 외의 글은 쓸 수가 없었다.
글을 써 내려가는 동안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되자
그동안 마음 안에 쌓아 두었던 온갖 감정들이 나를 압도했다.
내 마음의 시작은 용광로와 같아서
그 안에 들어간 생각이나 마음은 모두 녹아
'새빨간 분노와 슬픔'이 되어 있었다.
난 잘 웃고 잘 떠드는 밝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글은 관념적인 단어로만 가득 찬 무거운 글이라
아는 지인이
글만 보면 너인지 모르겠다고 한 이유였다.
내가 어릴 적 겪었던 트라우마는
내 마음 안에서 '새빨간 용광로'가 되어
그게 어떤 감정이든 생각이든 상관없이
모두 '불안'과 '분노'로 바꾸고 있었다.
아무리 '웃음'이란 화장으로 가려도 내 마음 안에 모든 마음이 이러하니
상대가 없어 나 자신을 봐야만 쓸 수 있는 글은
무거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이미 많은 것들이 녹아버렸고
자세한 이야기도 쓰고 싶지 않으니
난 아이들 일기로 치자면
오늘은 재미있었다.
한 줄로 끝나는 실체가 없는 관념어들만 늘어놓는
죽은 글만 쓸 수밖에 없었고
그러니 몇 편의 글을 쓰고는 더 이상 쓸 이야기가 없었던 것이다.
글을 쓰니
나를 돌아보게 되고
돌아보게 되니 돌볼 수 있게 되었다.
같이 시작한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면
속상한 일을 이야기하는 글도
반짝반짝 생기가 있었던 건
작은 순간도 놓치지 않고 관찰하고 감정을 느껴서 임을 알게 되자
나도 작은 순간들에 집중해야지
정성껏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하루도 정성껏 살아내고
그 마음을 남겨야지
그래서 나를 돌봐야지 하는 마음이 생겼으니
정말 '나를 돌보는 글쓰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