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만 보면 하나도 모른다.
살면서 착각하는 순간들은 많다. 착각을 줄여가기 위해 감각에 의존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려 노력한다. 그런데, 그 착각의 대상이 되는 사실, 사물, 사람 등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생각하고 판단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살아온 방식, 느낌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섣부른 판단을 하며 그것을 직관이라 부른다.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공부를 많이 할수록 경험이 많을수록, 그러니까 나이가 들 수록 그 직관이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큰 것 같다.
그래서 인간은 인공지능이 하지 못하는 판단을 자주 한다.
인공지능 : A의 목소리는 30대 후반으로 추측되며
A는 방금 당신과의 대화 중, 3분간 쉼 없이 이야기한 횟수가 총 10회이며
'예를 들면'이라는 말을 총 23회로 가장 많이 사용했습니다.
사 람 : 그럼 A는 좋은 사람인가요?
인공지능 : 죄송하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A를 판단한다. 어떠어떠한 사람일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지 않고 받아들이기도 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정말 그럴까?
매일 새벽에 일어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루틴을 잘 지킨다. 그럼 보통은 그 사람을 성실하다고 판단한다. 어떤 일을 시켜도 성실하게 잘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그런데 여기서 어떤 일, 잘, 믿음 이 세 가지에 함정이 있다.
매우 성실한 네트워크 전문가가 있다. 네트워크 관리조직의 리더로 그것에 대해 많이 알고 기획과 운영, 고객 대응도 매우 잘하는 전문가이다. 그런데 IT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조직에서 계속 문제가 생겨 이를 해결하고자 네트워크 전문가를 프로젝트 관리 조직장으로 투입시킨다. 프로젝트 관리 조직은 정상화될까?
네트워크 전문가가 IT조직 전체의 리더를 꿈꾸며 다른 분야의 업무에 관심을 갖고, 그러니까 네트워크와 연관되는 모든 IT자원과 요소 그것을 관리하는 사람의 역할과 역량에 대해 전반적으로 관심을 갖고 일해 왔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프로젝트 관리의 문제점과 해결책에 대해 생각해 왔다면 성공확률은 높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면, 이 사람이 떠난 네트워크 조직도 이 사람이 새롭게 맡은 프로젝트 관리 조직도 이전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
네트워크 전문가가 성실하고 네트워크 조직을 잘 이끌었으니 다른 조직도 잘 이끌 것이라는 믿음이 현실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
사람은 자신이 아는 한계 내에서 대상을 판단한다.(1)
4차 산업혁명을 '스마트 팩토리, 인공지능, 모바일'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과 '디지털 혁명에 의해 디지털 공간, 물리적 공간, 생물학적 공간 사이의 경계가 희석되는 기술 융합의 시대(2)'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인공지능에 대해 생각하고 판단하는 수준과 내용은 다르다.
우울증을 심하게 앓고 극복한 후에 열심히 공부하여 정신과 의사가 된 사람이 환자를 대하는 태도와 내용에는 다름이 있다. 어린 시절 큰 병에 걸려 살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하다 얻은 것을 기반으로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의 농작물에는 다름이 있다. 차이가 있다. 환자를 대하는, 고객을 대하는 깊이가 깊고 넓이가 크다.
과거에 누군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난 후, 그 사람이 이해될 때가 있다.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 극복하며 사람을 이해하는 깊이가 깊어지고 넓이가 커졌기 때문이다. 해서, 지금 내가 이해되지 않는 대상도 시간이 지나면 이해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내가 지식과 경험을 쌓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말이다. 나이를 먹는다 해도, 생각이 줄고 노력이 줄면 과거보다 더 이해하지 못하고 착각하는 대상이 늘어날 수도 있다.
착각은 자유이나 줄여가고 싶다. 경험하고 생각하고 실천하면서 말이다.
각주
(1) 최진석, 철학의 탄생
(2) 클라우드 슈밥, 4차 산업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