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재학 사례] 세 가지 뿌리 : 읽기, 쓰기, 말하기
'정규교육'이라는 안전한 길에서 벗어나 대안학교를 선택하며 우리가 기대했던 것은 아이의 꿈을 찾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역량을 쌓아가자는 것이었습니다. '꿈'은 어른들이 묻는 '뭐가 되고 싶어?'와는 결이 다릅니다. 열두 살 아이가 관심 있거나 좋아하는, 혹은 한번 해보고 싶은 것 등을 내포합니다. 원하는 것을 시도해 보고 나의 것을 쌓아가는 힘은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아이들에게 필요한 역량, 본질적인 힘은 무엇일까요?
세상에 줄기를 뻗어가기 전, 단단하게 뿌리내려야 할 세 가지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 읽기 : 나를 읽고, 세상을 읽는 역량
- 나를 읽기 :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하기
- 세상을 읽기 : 이 세계가 어떻게 구성되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연구하기
- 나와 세상을 읽기 위해 책, 신문, 논문 등의 문헌을 읽고 다양한 시도를 하며 경험을 쌓자
※ 학교는 무학년제로 신문을 읽고 논문을 씁니다. 별도의 독서시간이 있고 고전을 읽게 합니다.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고 싶은가?'는 새말새몸짓 기본학교의 선언문에 담긴 내용입니다.
○ 쓰기 : 생각을 형상화하여 나의 세계를 쓰는 역량
- 일기, 에세이, 보고서, 논문 등 다양한 형태의 글을 써보는 것뿐만 아니라 그림, 요리, 만화 등 나의 생각을 쓰는 데 있어 제약을 두지 않고 원하는 것은 시도해 보자
※ 학교는 학생이 원하는 것을 시도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줍니다.
아이는 빵을 만들고 싶어 오븐을 요청했고, 어떤 학생은 연구를 위해 3D프린터기를 원하기도 했습니다.
○ 말하기 : 나와 세상을 연결할 수 있는 말하기 역량
- 교내 토론 및 발표, 외부 학회 등을 적극 활용하여 나의 생각을 알리고 소통하는 경험을 쌓아가자
※ 학교에는 시험이 없고, 생각을 정리해서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논문을 쓰다 보니 학회에서 발표를 하는 학생들도 있는데요. 현재 열네 살인 아이는, 학교 내에서 발표해 보는 경험을 쌓는 중이고 본인이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블로그 운영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입학을 준비하며 정의했던 역량입니다. 학교와 가정에서 이 역량들을 쌓으며 아이는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게 되리라 믿었습니다. 남이 정해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대화하며 읽고 쓴 것을 바탕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힘. 그것이 아이의 진짜 실력이라 여겼습니다.
생성형 AI의 등장과 빠른 발전으로 아이는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일반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게 될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인간이 풀지 못하던 난제가 해결되고 인류가 지속 성장하는 '유토피아'가 될지, 기술과 자본을 소유한 소수가 모든 권력을 차지하며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기술 봉건주의'가 될지, 아니며 그 가운데 어딘가를 살게 될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인류가 인간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을 이어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교육은 이를 위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나 자신을 아끼고 인간에 대해 생각하며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뿌리, 읽기, 쓰기, 말하기 역량을 갖추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기본기 위에 AI를 활용하여 어디로 또 얼마큼 뻗어나갈지, 경험해 보지 못한 우리는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학교는 내년부터 생성형 AI를 수업에 적극 활용한다고 합니다. 학생들이 AI를 단순히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윤리적으로 사용하는 포괄적인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세상은 변화의 앞에서 소란스러우나, 저는 학교가 교육철학에 맞는 AI리터러시를 키워가는 교육을 실행할 것이며 아이는 자신의 길을 갈 것이라 믿고 지켜보는 중입니다.
3년이 지난 지금, 아이는 하고 싶은 분야를 찾았고 진로의 방향도 정했습니다. 그 선택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저,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해 이해하고 지식을 쌓아가며 자신만의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어 가기를 빕니다. 삶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을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글쓴이 정원 | 전략연구소 [결] 독립연구자 | 전략 자문
자신의 정원을 가꾸어 가는 당신께, 이 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