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가 된 지 5개월이 지났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전이암 치료로 지쳐갈 때 내가 정말 원했던 글쓰기에 도전했다. 신춘문예도 아닌데 도전이라는 단어가 민망하나 당시의 나는 매주 2ㅡ3일씩 입원하고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날은 며칠 안되던 터라 나름 비장했다.
내가 어떤 상태로 어디에 있든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으니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그동안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서울로 이사했고 휴직 중이던 회사를 그만뒀으며 병원을 옮겼다. 불가능하다던 수술을 했고 현재 CT상, 암으로 의심되는 것은 없다. 앞으로 2주 더 조심해서 기흉만 해결하면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5개월 만에 참 많은 것이 달라졌고 살만해진 나는 나의 글들을 다시 읽었다. 일기장을 탈출해 이곳에 터를 잡기에 나의 필력은 매우 미약했다. 지금까지의 삶만 놓고 보아도 소설책 몇 권을 나올법한데 그 이야기들을 글로 표현하는 데는 서툴렀다. 전부 다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생각을 멈췄다.
나는 아마추어다.
여고시절 작가를 꿈꾸며 시를 쓰긴 했지만 학교 문예지에 실린 것이 전부였다. 문예창작/신문방송/정치외교와 같은 인문계 학과로의 진학을 꿈꿨으나 이과를 택했다. 아빠는 나중에 후회한다며 좋아하는 쪽을 택하라고 말리셨지만 대입에 유리한 이과를 추천하는 학교와 엄마의 뜻에 따랐다. 덕분에 진학, 취직을 했다. 진학 후 글과 관련된 동아리 활동 등은 충분히 할 수 있었음에도 나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생각만 할 뿐 행동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일기장에는 나를 비롯한 가족, 회사, 나라 등 각종 걱정과 생각을 담았다. 나의 꿈은 그렇게 소심하게 숨을 할딱거리며 연명했기에 나의 글이 내가 바라는 수준에 이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고교 졸업 후 25년이 흘렀다. 사회에서 깨지고 다치고 병든 내가 25년 전으로 돌아가 그때의 마음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이제 와서 문예창작과를 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살아서 원하는 것을 하고 있다.
언젠가 프로가 될 수 있을지, 그보다 내가 프로이기를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지 지금은 모르겠다.
그저 계속 쓰고 싶다. 좋으니까.
이미 쓴 글들을 삭제하지 않았다. 문장들은 창피하고 부족할 수 있으나 내가 세상과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는 내가 좋아서 한 진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