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꿈꾸며 지금을 산다

by 정원

나의 현재는 내가 바라는 미래가 결정해 왔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대학시절, 사회생활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며 내가 바라는 사회인의 모습을 그렸다. 40대 후반에 CIO가 되고, 일 하며 박사과정도 밟아서 은퇴 후에는 후진양성과 사회봉사를 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IMF를 맞아 등록금 대출과 아르바이트로 허덕이면서도 새벽반 영어학원을 다니고 책을 사 읽으며 내가 바라는 미래를 위한 투자를 계속했다.


결혼 전에는, 남편과 함께 알콩달콩 사는 모습을 상상하며 내가 원하는 배우자의 조건을 글로 써서 지갑 안에 넣고 다녔다.

어느 날 지갑을 잃어버렸고 그것을 찾아준 남자와 지금 살고 있다. 현재 이 종이는 남편의 지갑 안에 들어있다. 12번 음주가무는 어렵게 되었고 13번의 '열심히'도 퇴색되었으나, 어찌 되었든 나는 결혼하기 한참 전부터 내가 바라는 남편상을 그리고 기다렸으며 현실세계에 나타난 그와 결혼했다. 남편이 원래 이런 사람이었는지 노력에 의해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우리 둘 다 노력하고 있으며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걷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물론, 이성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감성에 젖어 헤매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삶 전체를 놓고 보면 큰 선택들은 이렇게 미래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찌 되었든 시간은 가고 삶은 계속되고 있는데 왜 답도 없는 질문을 이어가는 것인가?


산다는 것은 내게 어떤 의미인가? 어쩌면 이 질문 때문인지도 모른다. 얼마나 살 수 있을지 알 수 없던 때는 그저 삶을 지속하기를 원했고,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이후로는 다시 '삶의 의미'를 찾고 있다. 의미가 있든 없든 시간은 가고 내 삶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밤 나 스스로에게 너는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며 질문을 던지는 내가 버거운 것도 사실이다.


어느 분야에서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고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고민했던 때와는 다르다. 목표도 범주도 없이 던지는 질문 앞에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커졌다를 반복하는 중이다.


종일 몸을 움직이고도 괜찮은 하루를 보낸 후에는 무슨 일이든 도전할 수 있겠다며 기뻐했다가, 컨디션이 나쁜 날에는 살아있음에 감사하면 그만이지 무얼 또 해보겠다고 고민하냐며 미래에 대한 기대를 덜어낸다. 그리고 다음 날이면 다시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는 나를 마주한다.


의미를 찾고 목표를 만들고 조금씩 실천하며 나아지고 있음을 느끼는 것을 즐기는 나는, 그냥 그렇게 생겨먹은 사람이다. 그런 나를 받아들이고 그 과정을 즐기자고 이 글을 쓰며 마음을 다잡는 중이다.


다시 미래를 상상한다.


나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는가? 60, 70, 80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걷고 차를 마시고 약을 챙겨 먹는, 삶을 이어가기 위한 기본적인 노력을 하며 이 질문을 읊는 중이다.


막연한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고 구체화 하다보면 그 모습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 정리될 것이다. 그로부터 내가 갖춰야 할 것들이 도출되고 그렇게 구체화하다 보면 오늘, 지금 해야 할 것들이 정리될 것이다. 나는 그것들을 천천히 꾸준히 실행하고 돌아보고 개선하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렇게 지속 성장하는 삶이고 싶다. 건강한 몸과 마음, 여유를 바탕으로 사랑과 나눔을 키워가고 싶다.


땅 위에 두 발을 딛고 서서 저 멀리 있는 곳을 상상하며 뚜벅뚜벅 걸어간다. 오늘도 6시에 일어나 주변을 정리하고 차를 마셨으며 약을 챙겨 먹었고 책을 읽고 몸을 움직였다. 가족과 친구에게 사랑한다, 감사한다는 말을 전했다. 그렇게 현실을 살며 되뇌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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