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보람을 느끼는 것

by 정원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일치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잘하는 것을 기반으로 사회생활을 하고 좋아하는 것은 취미로 하는 것이 나은 것 같다.


얼마 전 진로문제로 고민하는 시조카에게 남편이 한 말이다. 나 역시 이 말에 동의한다.


좋아하는 것으로 에너지를 얻고 잘하는 것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그런 삶. 물론, 두 가지가 일치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운전, 요리 등 못하는 것들이 훨씬 많지만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좋아하는 것

조용한 환경에서 읽기/쓰기

마음 맞는 사람과의 대화

산책, 차


잘하는 것

사람과 사람 / 사람과 사물 사이의 중계

조사 분석

거시적 관점의 의사결정


학창 시절 좋아하던 과목은 수학과 국어였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경영혁신·정보전략에 소속되어 프로세스와 시스템 중간 즈음에 나의 역할을 놓아두고 '프로세스,시스템,조직구조,필요역량'을 전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좋아했다. 물론 실제 하는 일은 한쪽에 치우친 작은 영역이었다. 작은 여러가지 일들을 9년정도 한 후에 '기획'으로 직무변경되었고 즐겁게 일했다.


가장 보람을 느끼는 일은 무엇일까?


나는 누군가의 성장을 지원하며 타인과 내가 함께 성장하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 '성장'과 '지원'은 내 삶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직장생활을 하며 대학생 멘토링을 했다. 같은 학교 같은 과에 재학 중이던 다섯 명은 모두 자리를 잡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그 친구들의 대학시절, 남편과 함께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책을 선물하고 그들을 응원하며 나 역시 좋은 기운을 받았다.


직장생활을 하며 아무도 시키지 않는 세미나를 진행했다. 내가 사원 시절에 누구도 나서서 알려주지 않는다는 현실이 답답했기에, 신입사원들을 모아 일하는데 필요한 사항들을 알려주고 끝나면 술도 사주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그 친구들이 자기 몫을 해내며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했다.


'정보전략'이라는 조직 안에 속해 있으며 조직장과 종종 논쟁을 벌였다. 긴 시간 함께 한 상사이자 믿고 따르는 선배님이나, 서로 의견이 다를 때가 있었고 부하직원인 나는 그냥 넘어가지 못했다. 누가 보면 마치 싸우는 듯 보였는데,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고 나서 점심시간에 같이 식사를 한다거나 저녁에 술자리에서 웃고 떠드는 선배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동료들도 있었다.


내가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성장'에 있다. 내가 닮고 싶은 선배였기에 그분의 길을 따르고 있었고 서로의 생각, 큰 방향이 같기에 그 뜻을 이루기 위한 전략이나 실천방안에 대한 의견이 다르더라도 치열하게 토의하고 돌아보며 절충안을 찾을 수 있었다. 대부분은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고려한 선배의 생각이 맞았다. 그럴 땐 "제가 어제 그룹장님 말씀 듣고 곰곰이 생각을 해 봤는데요. 이 부분을 놓쳤던 것 같습니다. 보완해서 드렸으니 다시 한번 봐주세요." 했다. 내 의견이 도움이 될 때도 있었다. 그럴 때 선배는 "네가 하도 강하게 어필을 해서 내가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이렇게 보완하면 어떨까 싶다." 하셨다. 중요한 것은 누가 맞고 틀리냐가 아닌, 함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생각의 크기와 깊이를 키워가는 발전적 관계였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결할까에 집중한다. 감정에 빠져 허우적대던 기억도 많지만 인생에 중대한 문제 앞에서는 해결책을 고민하고 실행하며 위기를 넘겨왔다. 전이암으로 미래가 불투명할 때도 삶을 연장시키기 위한 것들에 집중했다.


굉장히 감성적이고 감정적인 사람이나 기획이 적성에 맞고, 지원과 성장을 모토로 삼는 나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작가라는 꿈을 가슴 한편에 두고 읽고 쓰며 살아온 삶 덕분에 보고서를 쓰고 회의를 하는 직장생활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나, 브런치에 글을 쓰며 나의 한계를 실감하는 중이다.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며 조금씩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는 중이다. 몸에 무리가 되면 멈춰야 하므로 타인과 연결되는 의사결정은 매우 신중하게 하고 있다.


이 글의 끝에 내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답을 찾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또, 답을 찾은들 그것을 실행하고 지속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불확실성의 연속이나, 그럼에도 나는 이런 고민을 하는 과정을 즐기는 중이다. 좋아하는 것으로 에너지를 얻어 잘하는 것을 살려 보람을 느끼며 살고 싶다.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keyword
이전 03화일상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