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치 않은 일들에 대한 단상

by 정원

앞으로의 삶을 고민하며 일상을 소중히 보내는 중이다. 그런데 의도치 않은 일들이 생기면서, 삶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국 관계자의 연락을 받았다. 새로운 교양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내게 인터뷰 요청을 한 것인데, 당시 수술 후유증이 심했다. 나는 치료가 끝나고 연락을 주겠다 하고는 연락하지 못했다. 대중 앞에 나설 용기가 없었고 지금은 내게 더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내게 연락 주신 분께서 이 글을 본다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직장생활을 십 년쯤 하고 제2의 인생을 고민할 때, 1인 기업을 만들어 책을 쓰고 강의를 하는 삶을 꿈꿨다. 열정 가득하던 30대라 그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잠시 잊고 살다가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상상해보게 되었다.


유방암 폐 전이 환자와 최근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분께서 병원, 의사, 대체의학 관련 문의를 주셨다. 매우 조심스럽긴 하나 질문하는 분들의 답답한 마음을 공감하기에 답을 드리고 있다. 브런치가 제공하는 '작가에게 제안하기'기능이 개인적인 문의 창구로도 쓰이는 중인데 나는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분들께 답을 드리고 기도를 하며 회복을 기원하는 것이 내게도 에너지를 주고 있다.


나의 브런치 댓글에 전화번호를 적고 연락을 기다리신 암환자분도 계셨다. 우선 그분의 개인정보가 담긴 댓글을 삭제하고 연락을 드렸다. 나와 동갑이고 중2 아이를 두었으며 표준치료에 대체의학을 더하기를 희망하는 그분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에 답을 드렸으며, 통화 후 그분의 건강을 위해 기도드렸다.


갑작스러운 연락에 미안해하는 그분께 괜찮다고 힘내시라고 했다. 괜찮다는 말은, 나는 내게 연락을 주신 그분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하고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고, 어떤 인연이든 그것을 대하는 나의 태도와 마음은 내가 살피고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병에 대한 전문성도 떨어지고 상담심리학을 공부한 것도 아니라 걱정되는 부분도 있으나 진심은 통하는 법이니, 마음을 담아 답을 드리고 기도하는 것으로 나의 역할을 하는 중이다.


인공지능 관련 부업을 경험했다. 이미지와 데이터를 정리하는 일이다. 사원 시절, 기준정보를 담당하면서 기업의 가장 기초가 되는 데이터를 만들고 관리했던 적이 있다. 새로운 고객 정보를 등록하고 코드를 만들어서 영업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일이었는데, 이번 작업을 하며 당시 생각도 나고 재미있었다. 특정 기업의 영역을 벗어나 세상에 있는 날것의 데이터를 정리하며 데이터를 사고파는 시장의 확대, 머신러닝에 활용할 수 있는 잘 정리된 데이터의 중요성, 비즈니스의 목적에 맞는 데이터 자체의 기획/확보/배포(판매)와 관련된 생각을 해 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이런 몇 가지 일들을 겪으며 상황이 흘러가는 데로 몸을 맡기는 중이다. 그리고 혹시 내 몸에 무리가 되는지, 마음의 흐름에 장애가 되는지를 살피고 있다. 몸과 마음이 거부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금씩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중이다. 하다 보면 다른 길이 열릴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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