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

열심히 해도 괜찮아

by 정원

'열심히 하지 말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중이다.


독서, 운동, 공부, 집수리, 청소 등을 하며 자꾸만 내가 무리하는 것은 아닌지, 이래도 되는지에 대해 자문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나는 열심히 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 있었다.


아직 백혈구 수치가 낮으니 코로나, 독감 등을 조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폐암 이력이 있는 내게 폐렴은 치명적이다.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고, 미사도 참석하지 않고 집에서 기도드리는 중이다.


대신, 집에서 움직인다. 운동하듯 집안일을 하는데 9시면 졸음이 쏟아지고 새벽 5시면 눈이 떠진다. 몸을 쓰고 마음이 편안하니 수면의 질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너무 무리하는 것은 아닌지, 쉬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내가 너무 열심히 사는 것은 아닌지 등의 질문을 계속 던지며 열심히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휩싸여 있었다.


며칠 전, 고용량 비타민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내가 훨씬 활기차 보인다는 의사의 이야기를 듣고 요즘 너무 움직이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의사는 잘하고 있다며 웃었다. 항암치료가 끝났고 혈액검사 결과도 좋아지고 있고 혈색도 좋은데 무슨 걱정을 하냐고 했다.


나는 5년간 치료를 받았고 이제는 내 몸상태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잘 챙기고 있다. 그러니 할만해서, 움직일만해서 움직이는 것이다.


IT 플랫폼 기업들이 늘어나며 동기들이 줄줄이 이직할 때도 나는 내 자리를 지켰다. 대학시절 새벽 6시에 시작하던 수업을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열심히 살지 말아라, 무엇이 되려 하지 말아라' 이런 기류에도 나는 계속 일을 하겠다며 치료가 끝나면 회사로 돌아갔다. 나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하고 무엇이든 끝까지 해 봐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음을 어렴풋이 안다. 암세포가 다른 장기에 자리를 잡고 치료가 어려워지며 회사를 떠나기는 했으나, 삶에 대한 나의 태도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챙겼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있고, 그래서 달라지고 있으며 그 과도기 속에서 지금과 같은 고민도 하는 것이리라.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다산의 마지막 공부', '다산의 마지막 습관'을 읽는 중이다. 보통 300페이지 정도 분량의 책은 하루 이틀이면 읽는데 나는 이 책을 일주일 넘게 붙잡고 있다. 어떤 날은 한 문장 앞에 한참을 멈춰 섰다가 결국 책을 덮기도 했다.


다산은 유배지에서 소학을 읽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내가 병원에 누워 그토록 원했던, 항암제로부터 벗어난 삶을 나는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을 안고 나와의 약속들을 잘 지키고 있는지 또, 달라져야 할 것들은 없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중이다.


매일 약을 먹고 집에서도 최소 육천보, 평균 만보 이상을 걸으며 몸을 움직이고 차를 마시고 기도하고 공부한다. 반면 산에 오르는 것은 일주일에 한두 번이고 아이들을 대하는 나의 말과 태도를 후회하는 일들은 계속 일어나고 있다.


고민하고 그 내용을 글로 정리하는 이유는, 글을 쓰며 나를 돌아보고 새로운 내가 되기를 다짐하고 실천하기 위함이다. 나는 그렇게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속도가 더딜 때도, 장애물을 만나 주저앉을 때도 있으며 때로는 장애물을 치우거나 넘어서기 위해 애를 쓰다 진이 빠질 때도 있지만, 어찌 되었든 더 나은 나를 꿈꾸며 나아가고 있다.


더해서, 안 되는 것은 멈추는 법도 배워가는 중이다. 나의 노력이 나의 몸과 마음을 집어삼키지 않도록 좋지 않은 기운이 느껴질 때는 멈추고 피한다.


삶의 의미는 이런 것이 아닐까?

더 나은 나를 꿈꾸며 노력하는 그 자체 말이다. 꼭 무언가를 이루고 누군가를 돕고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이 아닌, 나의 마음을 다해 몸을 움직이며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노력. 그 노력 말이다.


지금은 고용량 비타민 치료를 받으러 가는 길이다. 치료 잘 받고 잘 쉬고 그 힘으로 또 일어나서 움직이려 한다. 나를 챙기고 그 힘으로 나와의 약속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챙기며 열심히 살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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