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안주원 「구글보다 요리였어」
뻔한 이야기다. 신의 직장, 구글에 입사한 엄친딸이 진정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찾아 회사를 때려치우고 요리를 배운다. 뻔한 이야긴데 재미있다. 무엇보다 구글에서 일하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솔직히, 정말 솔직히 담았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도 저자에게 존경심이나 우러러보게 되는 마음은 생기지 않는다. 원래 내가 위아래가 없긴 하지만, 이건 저자의 솔직함으로 인한 것이 크다.
솔직함
구글을 다닌다고 상상해보자. 다른 거 다 떠나서 일단 자랑부터 하고 싶지 않을까? 그리고 다른 중소기업 다니는 사람들을 얕보는 마음이 생길 거다. 저자는 민망하게 다 담았다. 나중에 책으로 만들어진 글을 보고 그는 이불킥을 찼을까.
교육이 열릴 회의실에 들어가니 이미 사람들이 꽤 들어차 있었다.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여직원은 연신 싸구려 믹스커피를 정성스레 타 열심히 나르고 있었다. 나에게도 한 잔 권하기에 거절했다.
'이따 사무실 들어가면 원두커피 내려 마셔야지.'
내가 2007년 처음 한국에 들어가 면접 보러 다니던 시절 느꼈던 '한국적인' 업무 환경에 대한 포비아가 되살아났다. 대놓고 권위와 성차별 발언을 날리는 상사, 굳건한 상하구조에 맞추어 무조건 '옛썰'을 날리며 답답한 정장 차림으로 야근을 밥 먹듯이 해야 하는 대졸사원들. 아무도 이의제기를 하거나 질문을 던지지 않는 수동적인 모습들. 그렇게 마주치기 두려워했던 지극히 한국적인 사무실 분위기를 벗어나 서둘러 역삼동 스타타워로 돌아가니 안도감마저 들었다. 저런 곳에서 도대체 어떻게 일을 하는 걸까.
그는 스스로 느낀 엘리트 의식을 고백한다. 그리고 구글도 깐다. 구글 본사와 달리 '한국적인' 분위기인 구글코리아 직원들에게 느낀 실망감도 작지 않은 것 같다.
열등감
그리고 재미있는 건 누구나 와 하게 만드는 스펙을 가지고 있는 저자가 열등감을 느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구글의 복지는 정말 대단하긴 하다. 연봉은 낮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부담스러워 어물쩍 넘기려던 차 내 속도 모르는 문제의 맞은편 남자가 회사가 어디냐고 재차 물었다.
"아, 회사요. 저기, 구글, 이요."
구글이라는 예기가 나오자마자 예상했던 대로 사람들의 격한 반응이 이어졌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갑자기 맥이 끊긴 자기소개에 다음 사람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구글에서 일하지만 그는 개발자도 아니었고, 전문직도 아니었다. 일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이 점점 반복되면서 질투심도 질투심이지만, 사실 내 안에서 제일 크게 곪아가고 있던 것은 열등감이었다. 내가 입사하기 전부터 이미 회사생활을 만끽하고 있던 그가 부럽기도 했고 공감대가 좁아지는 것이 속상했던 터라, 나도 구글러가 되면 우리 사이의 갭이 줄어들 것이라 마냥 기대했었다. ... 무엇보다 대학 전공과 완벽히 들어맞는 일을 하며 점점 전문가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그는 나에 비해 너무 잘나보였다.
열등감과 우월감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다. 그는 자신의 동전을 우리에게 툭 하고 던진다.
열정
열정이 넘치는 게 저자의 장점인 것은 알겠으나, 다른 사람들을 너무 열정으로 평가한다. 회의에서 적극적으로 발언하지 않는 구글의 동료들, 요리학교에서 열정적으로 달려들지 않는 학생들. 저자가 그들을 낮게 보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게 불편한 이유는 나 또한 그런 마음이 있어서다. 결국 저자는 그냥 솔직한 편인 거고, 문제는 나였다.
저자는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알바를 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요리학교를 나온다. 여러 식당을 그쳐 '안씨막걸리'라는 식당에서 일을 한다고 했다. 검색해보니, 안씨막걸리에서 일하는 상태에서 정말 많은 인터뷰를 했다. 아마 광고 효과는 어마어마했을 것 같다. 이 책을 보고 한 번쯤 가보고 싶었으나, 비싸다고 해서 못 가봤다. 이제는 관두었다고 한다.
위 링크를 보니, 책이 출간되기 얼마 전에 안씨막걸리 사장이 저자에게 주방장을 권유했고, 출간되자 매출은 월 1000에서 월 3000 이상으로 뛰었다.
★★★★★ 저자의 마음 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