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소설일 뿐이다. 이 부분을 착각하지 말라고 애초에 설정 자체를 마음대로 지었다. 우리가 흔히 부처님이라고 부르는 그분의 이름은 고타마 싯다르타. 동양에서는 주로 석가모니라 부르고, 서양에서는 고타마 붓다라 부른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싯다르타다. 그리고 고타마는 깨달은 존재로 나온다. 깨달음 갈구하는 싯다르타와 이미 깨달은 고타마를 글에서는 둘로 쪼갠 것이다.
글은 너무 좋았다. 고전은 안읽는 나도, 일주일만에 읽어버리게 만들 정도로 흡입력 있었다. (200페이지도 안되는 분량이 그 이유) 소설은 싯다르타의 깨달음과 경험으로 이루어진다.
먼저 싯다르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엄친아로 잘 먹고 잘 살다가 깨달음을 위해서 길을 떠난다. 그러다가 깨달음을 얻는다. (읭?) 그렇다. 생각보다 빨리 깨달음을 얻는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밖에서, 스승에게서, 가르침에서 교훈을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서 진리를 찾을 수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싯다르타는 두 눈을 번쩍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미소가 그의 얼굴에 가득 번졌으며, 긴 꿈으로부터 깨어났다는 깊디 깊은 감정이 발끝까지 흘러넘쳤다. 그는 갑자기 걸음을 재촉하였다. 이제 자신의 할 일이 무엇인가를 깨달은 사나이처럼 뛰기 시작한 것이다.
깨달음을 얻음과 동시에 미소가 얼굴에 퍼진다. 그는 깨달음을 계속해서 얻고 미소도 함께 얻는다. 이미 모든 것을 깨달은 고타마도 마찬가지로 미소를 그 깨달음의 증거인냥 가지고 있다.
진리가 삶 속에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 싯다르타는 삶 속으로 뛰어든다. 아주 확 뛰어든다. 그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활용해서 돈도 멀고 쾌감도 얻고 안락함도 얻는다.
"나는 생각할 줄 압니다. 그리고 기다릴 줄도 또 단식도 할 줄 알아요." "그뿐이에요?" "그래요, 또 있군요. 시를 지을 수가 있어요. 시를 한 수 지어드릴 테니 그 대가로 키스를 한 번 해주시겠소?"
그는 키스를 한다. 다른 것도 다 한다.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다 얻다보니, 어느 순간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는 인간이 되고 만다. 그는 다시 떠나고 다시 깨달음을 얻는다.
이 책은 싯다르타라는 한 개인이 깨달음을 얻고 삶이라는 진흙탕에서 허우적대다 다시 지푸라기 같은 깨달음을 어찌어찌 붙잡고 겨우겨우 나가는, 나아가는 이야기다. 그 깨달음과 경험은 어마어마한 통찰이기도 하면서, 사소한 일상이기도 하다. 우리 생의 모습 그대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적어도 나에게는, 데미안 같이 지루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아저씨였던, 헤르만 헤세가 거장으로 거듭났다.
★★★★★ 과연 진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구나! 라는 것을 헤세가 글로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