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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Aug 14. 2019

고학력자가 된 공룡

 _테드 창 「일흔두 글자」

세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짧은 소설에 너무 많은 것들이 담긴 느낌이다.



명명학


먼저 명명학. 인형에 이름을 붙이면 움직인다. 마치 알고리즘을 잘 짜야 로봇이 잘 움직이는 것과 같다. 정교한 인형을 부분별로 따로 만들어서 마디와 관절에 정확한 이름을 잘 써야 인형이 잘 움직인다. 그래서 이름을 짜는 게 일종의 기술이고 학문이다.


물건이 없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호부에 관해 연구하던 에든버러의 한 명명학자는 집 안의 물건을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려놓는 능력을 가진 가정용 자동인형을 개발해 특허를 땄다.


일자리


다음은 일자리. 정교한 로봇이 만들어지면 일자리가 사라진다. 게다가 로봇이 직접 로봇을 만들기 시작하면, 일자리 감소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로봇을 만드는 공장의 한 노동자는 자신을 대시에 정교한 작업을 하는 인형을 보자 파업을 계획한다. 어찌보면 지금 우리가 특이점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마음과 비슷한다. 인공지능이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는 특이점이 오면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라는 질문에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일자리의 급격한 감소가 올 거라는 건 확실하다.


월러비는 그의 말을 듣고 있지 않은 듯했다. "자동인형이 다른 자동인형을 만든다는 생각 자체가 말이 안돼! 모욕적일 뿐만 아니라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이 뻔한 제안이야. 빗자루가 물이 든 양동이를 나르다가 폭주한다는 그 노래, 그게 뭐였지?"
"<마법사의 제자>말입니까? 그런 것과 비교하다니 말도 안 됩니다. 이 자동인형들은 인간의 도움 없이 자기 복제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도대체 어디서부터 근거를 열거해야 될지 모를 지경입니다. ... "


멸종


마지막으로 인류 멸종. 인간의 정자를 이용해서 실험을 거듭해본 결과, 특정 세대 이후 생식이 불가능해지는 점을 발견했다. 결혼을 빨리 하고 일찍 아이를 낳은 가족은 더 일찍 멸족하게 된다. 나이나 건강과 전혀 상관없이 오로지 세대를 기준으로 멸종이 결정된다. 그렇다면 몇 세대 이후 인류는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공룡이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와 그 아들에게서 각각 채취한 샘플을 조사해보았는데, 그럴 경우 아버지의 정자는 아들의 정자에 비해 정확히 한 세대 더 많은 태아를 만들어냈어. 그리고 샘플 제공자들 일부는 노령이었다는군. 노인들의 샘플에 포함된 정자 수는 당연히 적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정자는 그보다 혈기왕성한 장년 아들들의 정자에 비해 한 세대 더 많은 태아를 포함하고 있었던 거야. 어떤 정자의 생식력은 정자 제공자의 건강 상태나 생명력과는 아무 연관이 없었어. 단지 그 제공자가 속한 세대에 달려 있었다는 얘기지.
이 결과가 암시하는 바에 관해서는 우리는 일치되는 견해를 내놓았네. 인류라는 종에 내포된 세대 수는 정해져 있고, 앞으로 다섯 세대 후에는 종말을 맞을 거야.
그러나 전성설에 관해 우리가 최근 발견한 것을 감안하면, 생물의 멸종은 단지 해당 종의 수명이 다한 결과에 불과하다는 해석을 내릴 수밖에 없네. 바꿔 말해서 멸종은 자연사이지 사고사가 아니라는 얘기야.


이름을 쓴다고 사물이 움직인다는 이야기나, 특정 세대에 고(학력)자가 된다는 이야기, 다 흥미로운 설정이다. 이런 설정 하에서 사람들이 교류하고 연구하고 싸우는 이야기다. 재미없다.


★★★★ 테드 창의 작품 중 가장 재미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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